공자의 논어에서 유래한 유명한 관용구입니다. 무엇인가를 죽으라고 열심히 해도, 정말 좋아서 그걸 즐기는 사람은 절대 이길 수 없다는 말이지요.
중고등학교 시절, 간혹 천재 같은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말만 들어도 골치 아프기 짝이 없는 수학이나 과학 시간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졸음을 참아가며 수업을 견뎌야 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들만의 초롱초롱한 눈으로 선생님의 수업을 진심으로 재밌어 하는 그런 괴짜 같은 녀석들 말입니다. 가끔은 어려운 질문을 해대서 선생님을 난감하게 만드는 일도 종종 있었던 녀석들은, 다른 과목은 그저 그랬지만 자기들이 좋아하는 과목만큼은 매번 100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내는 매우 다방면에 재능이 있는 사람입니다. 여러번 결혼을 잘 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현명하고 논리적인 사람이죠. 계산에도 매우 밝은 편이라 물건을 구매할 때도 늘 합리적인 쇼핑을 하는 편입니다. 살림이나 요리에도 재능이 꽤 있어서 차려주는 음식들을 가족들이 언제나 맛있게 먹는 편이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들은 대부분 가정을 꾸리고 난 이후 느낄 수 있었던 것이었죠. 그러나 정말로 몰랐던 아내의 신기하고도 똑똑했던 또 다른 모습은 바로 다른 데 있었으니, 다름 아닌 아이들이 커가면서 아내가 녀석들의 공부를 봐 주었을 때였죠. 꿈에도 몰랐던 아내의 대단한 모습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외벌이로 아이 셋을 국제학교에 보내는 것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경제적 부담이 많이 됩니다. 게다가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아이들도 언어와 환경이 익숙하지 않아 갑작스럽게 변화된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많이 힘들어 하기도 했었죠. 로컬 학생들조차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수업을 마치고 보습학원을 가거나, 별도로 과외를 받는 일들이 매우 흔한 일이었죠. 그러나 최대한 씀씀이를 아껴야만 하는 우리 집은 별도의 과외나 학원은 언감생심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거라고는 엄마나 아빠가 학교 마치고 온 아이들 과제를 함께 봐주고 챙겨주는 것 말고는 아이들 모두가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솔직히 아내나 저나 스스로 공부에 특출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었기에, 이렇게 해봐야 별 도움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내는 주로 아이들의 수학 과목을 봐주었습니다. 특히 큰아이가 중학교 3학년으로 가장 높은 학년이었어서 유독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학원이나 과외 선생님처럼 전문적으로 봐줄 수는 없었습니다. 그저 아이가 못 풀겠다는 어려운 문제를 가지고 오면 아내는 몇 시간이고 혼자서 이리 풀고 저리 풀어 결국 답을 얻으면,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앉혀 놓고 그 과정을 설명을 해주는, 어떻게 보면 매우 무식하고도 단순한 방식이었죠.
옆에서 지켜보던 저는 과연 저렇게 하는 게 효과가 있을까, 부담이 되더라도 지금이라도 과외나 학원을 보내야 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많이 되기도 했었죠. 아내와도 상의를 해보았지만, 아직은 생활비도 빠듯해 우선 자기가 조금 더 해보겠다며 그렇게 해보고 안 되면 그때 생각해보자고 했습니다.
하루는 출장을 다녀오는 저에게 아내가 웬 책을 한 권 사다 달라 부탁을 했습니다. 다름 아닌 수학 용어 정리집이었는데, 유학생들을 위해 영어로 된 수학 용어를 한글로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놓은 책이었습니다. 사실 아내도 영어가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서, 그동안 영어로 된 수학 문제를 풀 때 꽤나 고생을 했었거든요. 이렇게 팔자에도 없던 수학 공부를 해야만 했던 아내는, 밤이고 낮이고 혼자 식탁에 앉아 아이들의 수학 문제를 푸는 일이 많아 졌습니다. 밤 12시가 다 되어, 갑자기 모르는 문제가 생겼다며 엄마한테 가져가면 엄마는 식탁에 쭈그려 앉아 새벽 두 시가 넘도록 문제와 씨름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아침에 일어나 아이가 학교가기 전 설명을 해주곤 했었죠. 이런 것들이 어느덧 아내의 일상이 되었고, 아이 역시 그렇게 차츰 적응을 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어떤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입으로는 힘들다고 볼멘소리를 내곤 했지만, 문제를 바라보는 아내의 눈빛은 신기하리만큼 반짝거렸죠.
아내의 도움을 받은 아이는 큰애뿐만이 아닙니다. 둘째와 막내 역시 수학은 엄마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대학에 진학한 큰애는 지금은 기숙사로 독립해 나가서, 요즘은 둘째와 막내가 엄마표 과외를 집에서 받고 있는 셈입니다. 녀석들도 큰애 때와 마찬가지로 혼자 공부하다가 모르는 수학 문제가 있으면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와 물어보고 또 같이 풀어보고 하는 여전히 단순 무식한 방식입니다.
어느 날이었던가죠, 열심히 문제 풀이 설명을 해주는 엄마에게, "와 엄마는 이런걸 어떻게 알아? 진짜 대단하다", "오 맞네, 엄마말대로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되는 거였네" 하며 존경과 감탄이 뒤섞인 말들을 쏟아내는 아이들을 여러번 보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어려서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아본 적은 있지만 부모님으로부터 학교 공부를 직접 배워본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중고등학교를 가면서는 더욱 그러했구요. 그래서 아내의 이런 모습은 제게 너무나도 어색하고 생소했었지만, 내심 멋있고 부러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오늘도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사인 코사인을 얘기합니다. 또 신이 나서 아이와 미적분 문제를 풀며 저는 알아듣지 못하는 대화를 서로 주고 받습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이런 엄마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여전히 "나도 힘들어 이제 어려워서 못 하겠어" 를 입에 달고 살지만, 아이들이 수학 문제를 가져올 때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눈빛을 반짝이는 아내를 보면 이 사람이야 말로 정말 수학 문제 푸는 것을 좋아하는, 진짜 즐기고 있는 매우 신기한 사람임을 단언할 수 있습니다.
English Introduction
"Those who work hard cannot defeat those who enjoy what they do" is a famous saying from Confucius's Analects, deeply rooted in Korean culture. It suggests that genuine passion surpasses mere diligence.
This essay tells the story of how the author discovered his wife's hidden talent and true passion. After moving to Singapore, their three children struggled to adjust to international school without tutoring they couldn't afford. The wife stepped in to help with mathematics, staying up until 2 AM solving problems she would explain the next morning. Though she complained about the difficulty, her eyes sparkled with genuine excitement when tackling mathematical challenges. Through this experience, the author realized his wife wasn't just a devoted mother making sacrifices—she was someone who truly enjoyed mathematics, embodying the Confucian wisdom that those who find joy in their work possess an unbeatable advant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