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by 윤본
스크린샷 2025-11-02 오후 2.56.56.png Nothing in the world is perfect

세상 누구도 실수하거나 자꾸 뒤쳐지는 것을 행복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또 반대로 언제나 최고이거나 어디서도 전혀 실수가 없는 그런 무결점의 사람도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없습니다.


제가 어릴 적부터 어머니는 주변을 언제나 깨끗하게 하시는 편이셨습니다. 매일같이 방을 쓸고 닦으셨고, 먼지 한 톨이라도 보이는 즉시 청소기를 밀고 물걸레질을 하시곤 하셨죠. 결벽증까지는 아니었지만, 덕분에 가족은 항상 청결하고 잘 정돈된 집에서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 성격은 그런 어머니의 성격과는 매우 달랐죠.


욕실 바닥에 물이 있건 말건 양말을 신고 들어가서 볼일을 본다거나, 과자 부스러기가 군데군데 보여도 크게 개의치 않고 여러 날을 생활하곤 했었죠. 그래서 성인이 되어 자취를 할 때도 어머니가 가끔 오실 때는 귀 아프도록 잔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한 번씩 다녀가고 나시면 다시금 깨끗하게 정돈된 자취방이 너무 좋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오시는 것이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아내는 어머니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어머니처럼 제게 잔소리를 하지도, 매 순간 걸레를 들고 살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무던한 성격은 아이들이 태어나 복작거리며 살던 시절에는 한편으로는 제게 스트레스이기도 했습니다.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치워도 끝이 없는 세 아이들의 뒤처리, 한 녀석이 어질러 놓은 걸 치우고 있으면 또 다른 녀석들이 다른 쪽에서 사고를 치고 있었죠. 어린 아이들과 함께 사는 집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당시 늦은 밤 퇴근한 제게는, 조용하고 정돈된 집에서의 휴식도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자정이 넘어 들어온 집안 풍경은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었습니다. 이곳저곳 널브러진 아이들 장난감들이며, 거실 한쪽에는 개다 만 빨래가 수북히 쌓여 있었습니다. 또 주방 싱크대에는 젖병이나 그릇들이 미처 설거지도 못한 채 담겨 있었죠.


안방에는 제각각 엎어져 자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고, 그 옆으로 옷도 못 갈아입은 아내가 지쳐 쓰러져 자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우리 집은 아이들 짐이 많아 변변한 소파도 둘 수 없어 앉아서 쉴 수 있는 그런 공간도 없었죠. 불 꺼진 거실 바닥에 구부정히 앉아 있던 불편했던 시간이 아직도 기억에 선합니다. 어떨 때는 졸고 있는 아내를 깨워 집안 꼴이 이게 뭐냐며 철없이 짜증을 부릴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한숨으로 대답하는 아내의 눈빛도 기억이 납니다.


매일 저녁 아이들과 전쟁을 치르고 나면 다음 날 새벽부터 아이들을 챙겨 어린이집도 데려가야 했고, 그런 다음에는 한 시간 거리 회사로 출근도 해야 하는 맞벌이 아내였습니다. 그런 아내에게 어머니의 정갈했던 집안 살림까지도 바랐던, 한마디로 정신 못 차리던 철부지 남편이었죠.


그러나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많이 철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점차 아내의 삶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어느덧 우리 상황에 맞춰 사는 삶에 점차 적응을 하고 살고 있습니다. 너저분하고 정리정돈 없이 생활하는 것은 아니지만, 집안 가구에 먼지가 좀 쌓여도, 바닥에 음식 얼룩이 좀 보여도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쁘게 쳇바퀴 굴러가듯 살던 저는 이렇게 생긴 작은 여유를 통해 아내와 나의 삶을 보다 넓게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아내에게는 집안 먼지를 털고 물걸레질하는 것 말고도 너무나 다른 할 일이 많았습니다. 매일같이 가족들 식사를 준비하고 또 먹고 나면 설거지를 해야 합니다. 때로는 아이들 친구가 되어주어야 하고, 어떨 때는 과외 선생님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철없는 남편과 놀아주기도 해야 합니다. 게다가 짬짬이 집안 청소도 해야 하죠. 조금 벗어나 바라 보니 오히려 아내에 대한 고마움이 더 느껴졌었죠.


어느덧 제게도 기특한 습관이 몇 개 생겼습니다. 가족들이 식사하기 전에 숟가락 젓가락을 놓는다거나, 식사가 끝나고 나면 행주로 식탁을 훔치거나 하는 일들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설거지통에 쌓여 있는 그릇들이 보이면, 수세미와 세제를 집어 들고 열심히 닦기도 하죠.


광주에 갈 때마다 요즘도 어머니는 저만 보면 계속 말씀하십니다. 밥 먹을 때 지저분하게 흘리지 말아라, 욕실을 쓰고 나올 때는 물청소를 깨끗이 하고 나와라. 어느덧 쉰이 넘은 아들에게 항상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며 특유의 잔소리를 멈추지를 않습니다. 사실 아직도 그때처럼 어머니 집 바닥은 항상 반짝반짝하고 먼지 한 톨 없습니다.


청소광 어머니에게 최근 중고 장터에서 로봇청소기를 하나 사드렸습니다. 처음 가져올 때는 이런 것이 청소나 제대로 되겠냐며 괜히 쓸데없는 데 돈을 쓴다며 욕을 한바가지 얻어먹었는데, 요 며칠 사용해 보시고는 그득한 먼지통을 보시고 툭 한마디 던지십니다.


"니가 가져온 것이 다 쓸데없는 건 줄 알았더만, 이것이 청소를 하긴 한갑다."


어머니도 이제 여든이 다 되어 가십니다. 기력도 많이 약해지셔서 청소기 하나 돌리는 데도 예전같지 않게 많이 힘들어하십니다. 그래서 대충이긴 해도 혼자서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럭저럭 먼지를 빨아대는 로봇청소기가 제법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평소 당신이 하시던 것에 비하면 구석구석 완벽하게 하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 방 저 방 빠뜨리지 않고 청소하고 나오는 모습에 무척이나 신기해하셨죠. 그래서 저도 당당하게 대꾸를 했습니다.


"엄마, 이제는 대충 사는 것도 괜찮아요. 얼마나 편하고 좋아! 구석에 먼지 좀 있으면 어때요. 청소는 이제 얘한테 대충 시키고 엄마는 좀 앉아 쉬세요."



"Nothing in the world is perfect" is a Korean saying that reminds us to embrace imperfection in life. This essay explores a personal journey from unrealistic expectations to accepting life's beautiful messiness. Growing up with a mother who maintained an immaculate home, the author struggled to balance similar standards with the chaos of raising three children alongside a working spouse. Through years of conflict and growth, he learned that demanding perfection only brings stress, while accepting imperfection brings peace. The turning point comes with a robot vacuum cleaner—imperfect but good enough—symbolizing how life doesn't need to be flawless to be fulfil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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