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자기 분수에 맞게 행동하라는 뜻으로 알려진 속담입니다. 주로 소나무에 서식하는 송충이들이 소나무 솔잎을 먹고 자라듯이 자신에게 익숙하고 감당할 수 있는 환경을 벗어나면 오히려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회생활을 IT 분야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26년 차가 되었네요. IT 컨설턴트로 첫 업무를 시작해 고객사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일을 했습니다. 여의도, 강남, 종로 등 주로 서울에 위치한 고객사가 대부분이었지만, 한때는 정부청사가 있는 과천이나 대전에서도 정부 공공 프로젝트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세일즈로 직무를 바꾸어 기업 영업 업무를 지금껏 이어오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근무 중인 회사까지 포함하면 총 다섯 곳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언제나 의아하게 생각하던 경력이 한 가지 있죠. 바로 다름 아닌 네 번째 직장, 모 글로벌 SNS 기업에서의 1년 반 정도의 기간이었죠.
2023년, 갑작스러운 구조조정으로 하루아침에 백수 신세가 되었던 저는 이곳 이국 땅에서 매우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어렸고 저는 반드시 직업을 구해야 했으므로 혼자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가족이 있는 싱가포르에서 직장을 구하는 것이 최선이었죠. 그러나 외국인 신분으로 이곳에서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한 글로벌 SNS 회사에서 제게 연락이 온 것입니다.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 하던, 많은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던 그런 회사였죠. 너무 좋은 조건의 회사였어서 하나하나 프로세스도 진행이 되어 갔지만 오히려 저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덜컥 한국에 지원했던 포지션의 오퍼를 받게 되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싱가포르에서는 힘들겠다는 생각에 저는 사인을 했었죠. 그런데 며칠 후 안 될 거라 생각한 곳에서 생각지 못한 오퍼를 받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아주 우연히 저는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기업용 B2B 솔루션을 제공하고, IT 서비스라는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게 제게는 생소했습니다. 이전에 만났던 고객들이 IT 부서의 고객들이나 실무 현업들이었다면, 이 회사에서 마주치는 고객들은 다름 아닌 HR(인사) 분들이었습니다. 주로 채용 업무를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런 분들과 전문적으로 대화를 나누기에는 저는 관련 업계 경험이 부족했습니다. 한마디로 일자무식인 셈이었죠.
상무 명함이 적힌 글로벌 회사의 명함을 들고 고객들을 만날 때면 고객들의 눈빛은 반짝반짝합니다. 제게는 마치 저에게 큰 도움을 기대하는 듯한 그런 모습으로 느껴졌습니다. 사실 상당히 부담스러웠습니다.
물론 고객 미팅을 가기 전 그들의 비즈니스나 업무를 이해하려고 사전 준비도 열심히 했습니다. 저희 솔루션 공부도 더 철저히 했고요. 하지만 이제 갓 해당 산업의 일을 시작한 저에게는 현직에 있는 오랜 경력의 전문가들과 스스럼없이 의견을 나누기에는 밑천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과거 직장에서는 고객과 미팅을 할 때면, 그들과 협의하고, 논쟁하고, 조정하던 그 열기를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때 저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고 제 말을 듣고 고객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습니다. 또 반대로 그들에게 제가 모르던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말을 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미팅 시간은 언제나 짧게 느껴졌었죠.
하지만 이곳에서의 그 시간은 그때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준비해 간 내용이 언제 바닥이 드러날지 늘 노심초사했고, 관련 경험이 부족하니 내가 전하는 내용에 스스로도 확신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기능이 좋아요', '다른 곳에서도 써요' 하는 한심한 영업 멘트만 하는 게 대부분이었죠. 고객과 깊은 대화가 이루어지지 못하니 준비해 간 미팅도 금방 끝나기 일쑤였습니다.
몇 개월 후 수백 명의 고객을 모시고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중 한 세션을 맡아 발표를 진행하게 되었죠. 대학 시절 교수님이 '미스터 PT맨'이라고 극찬을 해주셨을 정도로 저는 청중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또 이후 고객 발표 자리에서 종종 발표를 도맡아 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그날따라 매우 떨리고 긴장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몇날 며칠을 연습했고 스크립트를 달달 외워 갔음에도, 아니나 다를까 말해야 하는 내용은 하나도 기억 나지 않고, 목소리마저 덜덜덜 떨려,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일찍 허겁지겁 마치게 되었던 것입니다. 너무 창피해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부러워하던 글로벌 대기업 생활이었지만 몸에 안 맞는 불편한 일상들은 쭉 계속되었고, 결국 저는 최근 이직을 하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회사이지만 과거 제가 몸담았던 회사들과 비슷한 산업군의 회사였죠. 사람들이 사용하는 용어들은 편안했고 만나는 고객이나 파트너들 또한 매우 익숙했습니다. 마치 지난날의 저로 돌아간 듯했습니다.
며칠 전 한 고객과 미팅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여느 미팅처럼 간단한 PT도 하며 고객과 질의응답을 하기도 하는 그런 미팅이었죠. 한 30여 분쯤 흘렀을까요. 어느덧 여실히 달라진 제 모습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차분한 목소리로 전달되는 PT, 그들의 업무를 이해하는 질문과 대화, 그리고 신뢰의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고객의 모습이, 이제야 제가 있을 곳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혹자는 누구나 도전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의 익숙함이 어떨 땐 새로운 도전을 방해한다고도 하죠. 하지만 익숙한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 역시 어떤 이에게는 힘겨운 도전보다 훨씬 의미가 있기도 합니다.
This Korean proverb literally means "pine caterpillars must eat pine needles to survive; they die if they eat oak leaves." It teaches that stepping outside one's natural environment can lead to discomfort and failure.
The author shares his 26-year IT career, focusing on a challenging 18-month period at a prestigious global social media company. Despite the enviable title and company, he struggled in the unfamiliar HR tech field—losing confidence in meetings and freezing during a major presentation.
After returning to his familiar IT industry at a smaller firm, he rediscovered his competence and ease, realizing that excellence in one's comfort zone can be as meaningful as pursuing bold new challen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