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호불호가 갈리다

by 윤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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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정말 찰떡궁합이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것들이 다른 이들에게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들은 나만 좋으면 그만인 경우가 많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피치 못해 여러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호불호의 차이에서 종종 피곤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우리는 흔히 '호불호가 갈린다'고 말하죠.


저와 아내는 서로 꽤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에서도 사람들로부터 닮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지만, 적지 않은 세월을 함께하다 보니 생활습관이나 가치관도 상당히 비슷해졌습니다. 아니, 어쩌면 서로 닮아져 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렇듯 많이 닮은 우리 부부에게도 호불호가 갈리는 것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먹는 것, 보는 것, 입는 것처럼 아주 일상적인 영역에서 여전히 좋고 싫음이 갈리는 것들이 꽤 있는 셈이죠.


먼저 먹는 것으로 시작해 볼까요?

제가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는 게나 새우 같은 갑각류입니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많이 해주셨고, 갑각류가 익었을 때 그 특유의 뽀얀 살코기의 부드러움을 좋아합니다. 육고기의 질김과는 다른 쫄깃한 식감도 제가 갑각류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가족들이 모두 좋아해 어렷을 적부터 종종 다 같이 모여 새우나 게를 삶아 먹기도 했죠.


하지만 아내는 갑각류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니, '질색'이라는 표현이 더 맞겠습니다. 처음 저희 집에 인사를 갔을 때, 어머니가 정성껏 내어주신 새우를 마지못해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사실 울렁거리는 것을 참으며 눈을 질끈 감고 먹을 정도였다죠. 사실 그런 아내가 이해가 되지 않아 결혼 이후로도 여러 번 이 맛있는 것들을 먹이려 노력했지만, 이십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아내에게 갑각류는 여전히 강한 불호의 음식으로 남아 있습니다.


반면 아내는 회를 정말 좋아합니다. 횟집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해삼, 멍게, 개불 같은 날것들을 아주 즐겨 먹죠. 하지만 저는 이런 음식들을 그다지 즐기지 않습니다. 회나 멍게는 그나마 조금 먹기는 하지만, 개불이나 해삼처럼 징그럽게 생긴 것들은 입에 대기조차 싫습니다. 아내는 이렇게 쫄깃쫄깃하고 탱탱한 걸 왜 안 먹냐며 이해를 못 하지만, 저는 마치 아내가 새우를 보고 그랬듯 손사래부터 칩니다. 외국에 살고 있는 요즘도 아내가 가장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음식이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한국에 갈 때마다 빠지지 않고 먹고 오는 음식이기도 하죠.


우리 부부의 드라마 취향은 또 어떻게 다를까요?

제 넷플릭스 계정과 아내의 넷플릭스 계정의 취향은 극명하게 다릅니다. 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 보거나, 시사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주로 찾아보는 반면, 아내는 의학 드라마나 법정 드라마처럼 우리 현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다룬 작품들을 즐겨 봅니다. 저는 익숙한 얼굴의 배우가 오늘은 의사였다 내일은 변호사가 되는 드라마들에 쉽게 지겨워 합니다. 그래서 잘 모르는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이나 독립영화 같은 것들을 찾아보며 그 드라마의 이야기가 마치 실제처럼 듯 느끼는 데서 작품의 재미를 찾습니다. 사실 아내의 영화 취향에 대해 깊이 얘기해 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아내는 자신의 현재 삶과는 조금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더 궁금해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넷플릭스 작품을 함께 보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맥주 한잔 하며 유튜브를 보거나 예능 프로그램을 함께 보는 날은 있어도, 영화를 나란히 보는 일은 사실 드뭅니다. 그래도 그게 크게 이상하게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옷입는 취향은 어떨까요?

저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쨍한 색의 옷을 더 선호하게 됩니다. 빨간색이나 녹색, 심지어 핑크나 노란색 옷까지 관심이 가고, 실제로 잘 어울린다고도 생각합니다. 검정이나 흰색 옷을 입을 때도 광택이 있거나 포인트가 하나라도 있는 옷들에 눈이 갑니다. 왠지 그렇게 입어야 들어가는 나이를 조금이라도 감출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저와 달리 아내의 패션 취향은 사뭇 다릅니다. 아내의 옷들은 대부분 무채색 일색입니다. 유채색 계열이 있어도 톤이 다운된, 제가 보기엔 조금 우중충한 색상들이 대부분이죠. 옷을 사러 나갈 때마다 화사한 색의 옷을 권해보지만, 아내는 언제나 고개를 저으며 제 말을 듣지 않습니다. 결국 아내가 선택하는 옷들은 여전히 그 평범하고 단정한 것들이 대부분이죠.


조금 있으면 저희 부부도 어느덧 결혼한지 25주년이 되어갑니다. 이렇데 오래 함께 한, 서로 제법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우리 부부에게도 찾아보니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 꽤 많았던 거죠. 하지만 그런 지점을 대하는 우리의 방식은 조금 재미있습니다.


아내는 새우나 게를 전혀 먹지 않지만, 제가 먹겠다고 하면 마다하지 않고 요리를 해 줍니다. 요리할 때 나오는 냄새가 그녀를 불편하게 해도 개의치 않고 끝까지 해 줍니다. 저역시 아내와 함께 외식을 할 때면 일순위가 횟집입니다. 전혀 입에 못 댈 것 같은 개불이 보여도 항상 무조건 먼저 시킵니다. 제가 그렇게도 혐오하는 음식이지만, 아내가 맛있게 먹고 있는 걸 보면 이상하게도 사랑스럽습니다.


옷을 사러 쇼핑몰에 가면, 아내는 진심으로 저를 위한 옷을 골라줍니다. 자신의 취향과는 전혀 다른 옷들을 열심히 가져오며 이렇게 입어보라, 저렇게 입어보라 권하죠. 저 또한 제 취향과는 다르지만 아내에게 어울릴 만한 옷들을 아내를 위해 곳곳에서 열심히 찾습니다.


이것들 말고도 서로 취향이 갈리는 부분들은 더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나름 재미있게 살아가는 이유는, 어쩌면 상대의 불호를 대하는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서로의 사랑과 배려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Hо-bul-ho ga gal-li-da" — "Tastes differ" — is a Korean expression meaning that what one person loves, another may find unappealing. In this essay, JT reflects on the surprising number of things he and his wife of nearly 25 years simply don't share: she recoils from shrimp and crab while he savors them; he avoids raw sea cucumber and sea squirt while she delights in them; their Netflix queues look nothing alike; and their wardrobes lean in opposite directions — his toward bold, vivid colors, hers toward quiet neutrals. Yet beneath all these differences lies a quiet tenderness: she cooks his beloved shellfish without complaint, and he orders her favorite seafood at every restaurant visit. Their differing tastes, it turns out, may be exactly what keeps things intere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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