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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 한 잔

와인 속 우리술 찾기

<대전국제와인페어 2018> 中 우리술을 만나다

by 주방장 양조장

대전국제와인페어가 8월 말 화려한 막을 올렸다. 대전에서 열리는 가장 큰 '술축제'인 국제와인페어는 전 세계 유명 와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전통 술 섹션도 마련되어 있어 대전에서 맛보기 힘든 술도 만나볼 수 있다. 지난해 참가하여 기분 좋게 취한 좋은 기억이 남아있어 올해도 다시 찾은 대전국제와인페어! 술 가는 곳에 주방장이 안 갈 수 있으랴! 게다가 주방장의 고향인 대전이라면 당연히! 선선한 가을바람이 솔솔 불었던 지난 토요일, 술내음 가득한 대전 컨벤션 센터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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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국제 와인페어 2018의 입장료는 단 만원! TIP, 와인잔을 미리 준비해오면 더 알뜰하게 즐길 수 있다.


와인 페어의 가장 장점은 가성비다. 입장료만 내면 전 세계 유명 와인은 물론이고, 우리술, 일본 및 중국의 유명 술도 자유롭게 시음 가능하다는 것이다. 와인페어에 들어서면 관람객 각자 잔 하나씩 들고 요리조리 부스를 찾아다니는 모습을 바로 마주할 수 있다. 정 가운데에는 프리 와인 시음존이 마련되어 있어 100여 개 넘는 와인을 직접 관람객들이 따라보고 빈티지도 확인하면서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다. (야호!)


와인페어인 만큼 국내외 와인 부스가 더 많지만, 우리술 부스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주방장은 우리술 부스를 찾아 대전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었던 술들을 맛보았고, 특히 이번 행사에서 마련된 <식품명인과 함께 전통주 빚기 체험>에도 참여하였다. 주방장이 2018 대전국제와인페어에서 만난 반가운 우리술들을 여러분께 하나씩 꺼내어 소개한다.




1) 계룡 백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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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백일주는 조선 인조가 충신에게 하사한 궁중술로, 현재는 '식품명인 4-가' 이성우 명인이 술을 빚고 있다. 궁중술의 제조비법으로 400년 대를 이어온 이 명주는, 1989년 충남 무형문화재 제7호로 지정되며 '계룡백일주*'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선 보였다.


계룡백일주* : 계룡산의 '계룡'과 백일 동안 숙성해 빚는 술이라는 의미의 '백일'이 합쳐져 탄생했다고 한다.


주방장이 이 날 마셔본 계룡백일주는 16도의 약주로 처음엔 향긋하며 달콤한 솔향이 코끝을 스쳤고, 마실 때 부드럽게 넘어가는 맛이 일품이었다. 한 잔을 마신 후 입안에는 특유의 은은한 향과 진한 감칠맛이 돌아 자연스럽게 두 번째 잔을 기다리게 만드는 맛이었다. 계룡백일주는 16도의 약주 외에도, 약주를 증류시켜 벌꿀을 넣어 만든 40도의 소주가 있다. 본 명칭인 '백일 소주'는 고도 주임에도 부드러움이 특징이며, 최근에는 도수를 조금 낮춰 30도로도 판매되고 있다. 주방장도 기회가 되면 꼭 마셔볼 수 있기를 기대하는 술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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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재료를 준비하시는 이성우 명인. 직접 누룩과 부재료를 섞어 혼합중인 모습.


특히 이날엔 명인이 함께하는 양조 체험이 있었다. 이성우 명인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계룡백일주 빚는 과정을 직접 시연해주셨다. 밑술과 덧술 그리고 고두밥에 부재료 첨가물까지 넣고 섞는 '혼합 단계'를 관객들은 가까이서 간접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백일주 첨가물엔 솔잎, 오미자, 직접 따고 말리신 진달래가 들어갔고 이 부재료들이 감칠맛을 더해주는 중요한 키였다. 마지막엔 잘 섞은 술 재료를 통에 담아주어 관람객들에게 선물까지 해주셨는데 이게 선물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저온 발효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는데, 실제로 집에서 발효를 잘 시켜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발효에 실패하면... 산패된 식초를 마실 수도 있다!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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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술을 맛보고 마셔보는 영광스러운 경험에 비해 양조 체험은 자체는 조금 아쉬웠다. 식품명인이 직접 나오셔서 과정을 보여주는데 비하여 주최 측의 준비나 장인에 대한 대우가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주방장은 귀한 술을 빚는 명인에게는 그에 걸맞은 대우가 있어야 그가 빚는 술이 좋은 술로 여겨진다고 생각한다. 이런 간단한 양조 체험 같은 간접 경험도 좋지만 명인의 살아있는 설명도 듣고, 관람객도 직접 참여하여 술을 만지고 마시고 맡고 느껴보는 오감만족 체험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았다.




2) 세종대왕 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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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유려한 술이 주방장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로 장희도가의 <세종대왕 어주>였다. 눈길을 끈 이유가 있었다. 와인 보틀과는 다른 매끈한 매력을 뽐내는 병과 식혜가 생각나는 누르스름한 고급스러운 빛깔 때문이었다. 조선시대 선조들이 즐겨 마셨다던 벽향주를 재현한 세종대왕 어주는 그 특별함이 재료에 있었다. 청원군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쌀과 전통 누룩, 게다가 톡톡 쏘는 초정 약수로 빚은 술으로 장정수 대표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약주와 탁주 두 종류 다 맛볼 수 있었는데, 약주는 15도로 약간의 시큼함이 목을 타고 기분 좋게 내려갔고 탁주는 부드러운 과실 향이 알코올 향을 감싸며 더 매끄럽게 느껴졌다. 합성보존제나 인공감미료를 사용하지 않았기에 우리술의 본연의 '맑은'맛이 초정탄산수와 함께 조화롭게 다가왔다. 멋진 개량한복을 입고 설명해주신 장정수 대표는 '물'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충북 초정리 탄산수의 자부심이 그의 묵직한 설명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3) 오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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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중요 국가행사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만찬주'이다. 풍정사계는 너무나 유명하고 솔송주, 백련, 이화백주 등등 명성 있는 우리술은 한 번씩 높은 관심을 받는다. 천비향의 오양주 역시 2016년 청와대 만찬주로 선정될 만큼 품격과 명성이 있는 술이다.


천비향 대표와 주방장은 구면인지라 이날 특별한 술을 맛볼 수 있었다. 바로 없어서 못 판다고 하셨던 천비향의 '小酒'다. 53도의 꽤 높은 도수로 마시자마자 엄청난 풍미가 입안으로 파도치듯 몰려왔다. (작년 와인페어에서 맛보았던 술샘의 '미르'의 충격만큼이나 강렬했다.) 한 방울, 한 방울 모아 모아 담은 술로 대량 제작이 되지 않아 이번 페어에도 시음만 가능했다. 역시 시간과 정성이 배로 담겨있어서 그런지 귀한 술은 더 맛있는 법이다. 그리고 와인페어같은 좋은 기회에 귀한 술을 특별히 맛볼 수 있다는 것도 참 좋은 기회다.


다시 만찬주로 돌아오자면, 이날 전시되고 판매되는 술은 천비향의 '오양주' 약주와 탁주였다. 오양주는 다섯 번의 담금 과정을 거치는 오양주 기법으로 만든 우리술로 전통주 제조 방법에서는 재료 본연의 깊고 풍부한 맛과 향을 끌어내기 위해 그만큼 손길이 많이 간다. 그러나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있는 만큼 그 단맛과 감칠맛은 일품이다. 이날 맛본 약주와 탁주도 3개월의 발효과정과 9개월의 숙성기간을 거쳐 완성되어서 그 감칠맛과 단맛이 입안에 착 감겼다.




4) 애석 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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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소주로 유명한 두루가 약주와 탁주를 선보였다. 바로 애석과 삼선이다. 강원도 홍천에 양조장이 있는 두루는 홍천의 좋은 물을 써서 만들어서인지 깔끔함이 매력이었다. 또한 홍천 전통 누룩을 사용하셨다고 설명해주셔서 입에 착 감는 감칠맛이 돋보였다. 특히 애석은 옛 사대부들이 이 술을 마시며 마실수록 맛있는 술이 줄어드는 것이 아쉬워 애석해하던 석탄주를 재현한 맑은 술로 목 넘김이 특히 좋았다.





비록 2018 대전국제와인페어 이름에 걸맞게 와인이 더 많은 축제였지만 그 사이에서 독보적으로 각자의 매력을 뽐내던 우리술을 발견했다. 먼 강원도의 양조장부터 가까운 계룡의 술까지 전국을 아우르는 우리술을 만나볼 수 있게 되어 기뻤고 한 잔, 두 잔씩 맛있게 시음해볼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경험이었다. (만원에 이렇게 맛있는 술을 많이 마셔볼 수 있다는 건 정말 가성비 최고다) 국내 와인 축제나 맥주 축제에 비하면 우리술 단독 축제는 아직 그 규모나 수가 적다.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술이 되려면 더 많이 눈에 띄고 홍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좋은 '술' 관련 축제들에서 우리술 부스가 더 많이 눈에 띄는 그날까지! 주방장 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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