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酒)문을 외워보자. 시원해져라 술술~
"여름아 여름아 지금 세상에서 어디가 제일 덥니?"
"한국이요 한국"
체감온도가 40도를 훌쩍 넘는 요즘 날씨는 정말 너무해도 너무했다는 말이 쉽게 나온다. 평소 더위를 잘 타지 않는 이도 이번 여름은 덥다고 느낄 정도니 얼마나 푹푹 찌는지 알 만하다. 주방장도 폭염 덕분에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처음으로 여름에 기운이 딸린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땀을 많이 흘릴수록 자연스럽게 우리는 "잘"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평소에도 잘 먹고 있지만, 뭔가 더 "잘" 먹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외식 음식 중 칼로리가 제일 높다는 삼계탕도 한 그릇 뚝딱. 팥빙수도 한 그릇 뚝딱. 수박도 한통을 뚝딱 해버린다. 하지만 사실 폭염을 이기려고 잘 먹으려면 이게 빠질 수 없다. 시원한 술이다. 대부분 맥주를 머릿속에 떠올리지만 맥주보다 더 맛있게 더위를 물리치는 술이 있다.
주문을 외워보자. 우리우리 우리술!
주방장이 추천하는 폭염을 이기는 완벽한 방법 1234
후끈거리는 열기에 몸과 마음마저 끈적끈적거린다. 이런 더위라면 어느 누구라도 텁텁하고 묵직한 술을 떠올리진 않을 것이다.
계절마다 어울리는 술이 꼭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중 여름에 특히 어울리는 우리술이 있다. 바로 탄산이 센 막걸리다. 누룩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천연 탄산은 더위를 물리치기에 딱이라 할 수 있다. 깔끔한 목 넘김과 마신 후 목을 탁 치고 올라오는 알딸딸한 상쾌함은 탄산 막걸리가 가진 강점이다.
탄산을 강점으로 내세운 막걸리로는 복순도가 손막걸리, 이화백주 그리고 오희 등이 있다.
희석식 소주에 익숙해진 우리에게도 고도주인 '증류식 소주'는 도전과 같다. 아무래도 강한 알코올 향이 콧등을 먼저 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탄산수나 토닉워터 그리고 (레몬이나 라임, 오렌지, 자몽과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로 안전하게 거부감을 낮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표적인 예로 화요+토닉워터+라임/레몬이 있는데, 이 방법은 이제 대중화된 세트메뉴라고 할 수 있다.
술에 얼음을 넣어 마시는 온더락도 좋다. 흔히 양주를 떠올리겠지만, 우리술과 어울리지 않으리란 법 없다. 주방장 생각에는 온더락이야 말로 고도주의 문턱을 쉬이 낮추고, 범접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우리술의 세계로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외에도 물을 타는 정도에 따라 달라진 맛을 즐기는 방법인 미즈와리도 있다. 섞는 비율에 정답은 없다. 내 입맛에 맞게 섞으면 그게 바로 나의 술. 자신의 취향과 술의 종류에 따라 적절한 물의 비율을 한 번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 할 수 있겠다.
주방장의 추천은 얼음으로 칠링 한 잔에 문배주와 토닉워터 1:3 비율이다.
콜라나 사이다가 미지근하다면 어떨까? 으-생각만 해도 싫다. 머리가 찡하게 울릴 정도로 시원한 음료는 모두의 사랑이라 할 수 있다. 술도 예외는 아니다.
앞서 추천한 온더락은 마시다 보면 얼음이 녹아 술 자체의 맛이 연해지기도 한다. 본연의 술맛을 지키고 싶다면 아예 술을 평소보다 시원하게 보관해 마셔보도록 하자. 차갑게 마시면 알코올 특유의 향이 줄어들기 때문에 소주 슬러시, 맥주 슬러시는 어디에서든 사랑받고 있다.
소주, 맥주만 슬러시로 마시는 법이 어딨나? 알코올 도수에 따라 응용하면 다양한 우리술도 슬러시로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살얼음이 진 우리술은... 정말 환상이다. 아마 이 글을 보고 따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술이 술을 부른다는 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슬러시는 희석식 소주와 맥주 기준으로, -15℃ 냉동고에서는 3시간, -20℃ 이하에서는 2시간 이내로 살얼음이 띈 정도를 가정집에서도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 단, 유리병은 절대 넣을 생각 마라.
목 넘김이 훨씬 좋고, 더 꿀떡꿀떡 넘어가는 술을 이제 즐길 차례다.
우리술은 기름에 지진 전과 궁합이 좋지만, 꼭 천생연분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항상 기름에 볶고 튀긴 느끼한 안주들과 곁들였던 우리술을 이번에는 색다른 안주들과 함께 즐겨보자.
후후 불어가며 먹어야 하는 뜨거운 안주보다 폭염을 이기기 위해 준비된 편인 만큼 과일, 무침류, 프로슈토 등처럼 가볍지만 향을 돋워줄 수 있는 가벼운 안주들을 추천한다. 또한 여름이기 때문에 시원한 술에 상콤 달콤한 시원한 안주들도 제격이다.
특히 앞에서 말했던 탄산 막걸리는 가벼우면서도 심심한 단맛과 짠맛이 어우러진 프로슈토 앤 멜론(멜론을 하몬(하몽)/프로슈토라는 건조된 햄으로 감싼 메뉴)과 끝내주는 조합을 자랑하고, 한산 소곡주와 매콤한 초무침이 잘 어울린다.
주방장이 꼽은 최고의 여름 세트메뉴로는 과하주와 전복대하무침이다. 메뉴의 레시피도 제법 간단하다.
< 전복대하무침 레시피 >
재료(2인 기준)
전복 1개, 대하 3마리, 두릅 40g, 삶은 죽순 50g, 배 1/4개, 오이 1/4개
잣즙(잣가루 3큰술, 육수 2큰술, 소금 약간), 소스(식초 1큰술, 꿀 1/2큰술, 소금 약간)
만들기
1. 두릅과 죽순은 손질한 뒤 데치고 찬물에 식히고 배와 함께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준비한다.
2. 전복과 대하는 깨끗이 씻어 쪄낸 뒤 어슷하게 3cm 폭으로 저며 썬다.
3. 오이는 길이로 반 갈라 0.3cm로 어슷 썰어 소금에 절였다 물기를 꽉 짠 뒤 기름에 두릅과 살짝 볶아 식힌다.
4. 분량의 재료를 넣어 잣즙과 소스를 만든다. 준비한 재료를 한 데 담고 잣즙과 재료를 넣어 가볍게 무쳐낸다.
한국 여름 앞에 장사 없다. 정말 더운 여름날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지만, 기왕 즐기는 거 우리술과 함께 더 맛있게 즐기면서 이겨낼 수도 있다. 하지만 명심하자. 뭐든 과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오히려 과음하다 이런 더위엔 탈수로 고생할 수 있으니 맛있게 취할 만큼 적당히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