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양조에 대한 고찰

나는 지난 밤, 네가 빚은 술을 알고 있다.

by 주방장 양조장




하루 중 내가 가장 즐기는 시간은 잠들기 전 술독을 젓는 5분이다. 일주일 중에서는 토요일 밤, 잠들기 전 다음 날 밑술에 사용할 멥쌀과 찹쌀을 백세해 물에 불려놓는 40분. 이틀 간격으로 중간중간 덧술하기 위해 사용할 쌀을 씻는 40분의 시간 역시 좋다.







글 쓸 때도 좋지만 아무래도 주방에 오래 근무했던게 몸에 익어서 인지, 주방에 서 있을 때 가장 집중을 잘하는 편이다. 주방에서는 어수선하고 잡다한 생각들은 싹 사라지고,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인다.








집에서 혼자 술을 빚는다는 일은 쌀에서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찬물에서 헹구고 버리는 작업을 반복해야 하며, 발효되는 과정을 조용히 참고 지켜볼 줄 알아야한다. 무튼 조용히 조용히 조용히의 연속적 행동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김태리가 막걸리를 빚는 장면을 보고 '나라고 집에서 못 빚을까'라고 생각했다. 수십차례 빚어본 경험이 있었기에 자신했다. 그래서 직접 한 번 빚어보고 과정을 기록한다.









복합적이고 돌발적인 행동으로 이뤄진 요리와는 다르게 양조는 오랜 기다림의 과정이다. 베이킹처럼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기다림의 자세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예를 들어, 많고 많은 술 중 단양주를 빚기 위해 필요한 재료는 네 가지다. 찹쌀, 물 누룩 그리고 술 빚는 과정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인내까지 갖췄다면 준비완료다. 단양주는 한 번에 빚어지는 술인 만큼 생각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지 않는다. 발효 과정에선 사람처럼 포근하게 따뜻한 옷도 입혀주어야 한다. 온기와 정성이 담기는 만큼 술은 맛으로 보답한다.








단양주, 만드는 방법도 단순하고 단시간 내에 빚을 수 있는 술이기 때문에 초심자들도 쉽게 도전하는 술이다. 하지만 처음 빚는 술에서 좋은 향이 나고 맛이 나길 기대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욕심일지 모른다. 모든 좋은 것으로 가는 길은 멀리 돌아가는 길인 실패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비로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기며 술 빚길 바란다.








홈양조를 하다보니, 여러 시행착오도 겪고 과정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너무 많다. 그래서 그 기록들을 이 페이지 하나에만 적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방장 브런치 개설 이후, 처음으로 새로운 매거진을 하나 추가하려고 한다. <집에서 빚는 술>. 이 곳에선 앞으로 홈메이드 우리술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와 직접 깨달은 노하우들을 친절하게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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