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막걸리 DIY 키트로 집에서 빚는 술
<술독을 구독한다면>에선 집에서 우리술을 배달시켜 마시는 행복한 상상을 했다. 그렇다면 술을 직접 만들어 마신다면 더 좋지 않을까? 지난 <우리술 대축제>에서 막걸리 키트를 처음 접했다. 하루 만에 완성된다는 막걸리! 사실 집에서 술을 빚어봐서 할 수 있는 말이지만, 하루 만에 술이 완성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술 빚기에 들어가는 재료와 시간, 노력과 정성을 다한다면 절대 하루 만에 술이 나올 수 없다. 하지만 고효율, 경제성을 충족시킨 이 막걸리 키트는 다른 의미에서 굉장히 도전적인 제품이다. 게다가 오늘 만들어서 내일 마실 수 있다니, 성격 급한 사람들의 조급함까지 충족하고 있다.
시장에 수많은 완제품과 질 좋은 상품들이 있어도 내 손으로 직접 만든다는 것에는 의미가 있다. 이케아의 가구나 배민찬의 요리 키트처럼 말이다. 재료만 구비되어 있다면 거기에 자신의 노력 한 스푼만 더해 완제품 못지않은 '나만의 것'을 만들고 싶어 한다. 제조 과정에 관여하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를 잘 자극했달까. '세미 홈메이드'라고 할 수 있는 최근의 DIY 키트 제품이 우리술에도 적용되다니 재밌는 도전이다.
술빚기 키트는 똑딱 비닐을 뜯기만 하면 되는 간편한 상품으로 큰 통과 물, 휘저을 막대만 준비하면 된다. 리틀포레스트에서 김태리가 쉽게 막걸리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 자주 물었다. 막걸리 직접 만들면 더 맛있냐고. 대답은 물론 맛있다. 집 막걸리에 한 번 맛 들이면 다시는 사 먹는 공장형 막걸리를 못마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과 정성 그리고 실패를 대담히 받아들이고 즐길 자신이 없다면, 이런 키트를 먼저 사용해 빚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보다 솔직한 후기를 나눠보기 위해 직접 키트를 구매해 만들어보았다. 레시피에서 시키는 대로 그대로 만들어보았다.
박스의 앞면과 뒷면은 대략 이렇다. 앞 면에는 하루 만에 빚는 막걸리 임을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막걸리 하면 단맛을 먼저 떠올리는 것 때문인지 무설탕임을 표기한 걸 볼 수 있다. 뒷면에는 만드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놓았는데 이보다 쉬운 막걸리 만들기는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 잘 따라 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옆면에서는 식품위생법에 의한 한글표시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원재료명 및 함량을 보면 어디서 익숙한 글자가 보인다. ‘프락토올리고당’.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으니까 간단하게 적어본다. 프락토올리고당은 다당류인 올리고당에 속하며 여기서의 프락토는 설탕(과당+포도당)을 가공해 포도당을 연결해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설탕을 전이시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여기서 프락토올리고당을 설탕 대신 넣고는 굳이 무설탕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을까 생각이 든다. 들어있는 게 나쁜 건 아닌데 다만 몇 % 의 함량인지가 더 중요한데 말이다. 다음 옆면은 홍보영상을 통해 본 적 있다. 개인적으로는 섞어 마시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시도해보지 않았지만, 궁금한 분들이라면 ‘도전’해보길 바란다.
만드는 과정은 넣고, 섞고, 기다리고, 담고. 이렇게 네 단계만 거치면 끝난다. 지켜줘야 할 것은 물 3L와 20~25도 정도의 온도다. 주의해야 할 것은 막걸리가 발효되어 끓어오를 수 있기 때문에 3L 정도의 양이라면 5L가 되는 담금조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만드는 과정은 주방장의 Youtube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루가 지나 보관하기 편하게 플라스틱 병에 옮겨 담고, 냉장고에서 차게 보관했다가 마셔보기로 했다. 처음 병입 했을 때는 제법 막걸리구나 싶었는데, 부유물이 다 가라앉고 나니까 ‘응?’ 싶다. 부유물이 적은 것으로만 봐도 알 수 있다시피 굉장히 묽은 농도이며, 점도는 전혀 없고 일반 물의 흐르기와 같다. 일반적인 막걸리의 향이 아닌 달달한 미숫가루의 향을 풍기며 입 안에서는 적당의 곡물의 구수한 맛과 함께 단 맛이 느껴진다. 여름에 더울 때 시원하게 얼음 동동 띄워 마신다면 크게 나쁘지는 않을 맛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접해온 질감과 산미가 어우러진 균형적인 맛의 막걸리를 원한다면 그다지 추천할 맛은 아니다. DIY 막걸리에서는 산미를 하나도 느껴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방장이 직접 빚은 삼양주에서 얻은 탁주와 나란히 사진을 찍어 비교해보았다. 첫 번째 유리병은 윗물(청주)을 다 따라내고 난 상태다. 두 번째 유리병은 첫 번째에 물을 1:1 비율로 가수한 상태. 마지막 플라스틱병은 이번에 만든 DIY 막걸리이다.
집에서 직접 단양주, 이양주, 그리고 삼양주 이외의 다양한 술 빚기에 도전하기란 여간 만만치 않다. 필요한 주방용품도 많고, 하루가 꼬박 걸리는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온도도 컨트롤해야 한다. 여름에는 집에서 25도 이상 안 올라가게 하기 위해서 얼음 담은 통에 발효조를 넣기도 하고, 아래 사진처럼 겨울에는 추울까 봐 집의 가장 따뜻한 곳을 양보해주기도 해야 한다.
막걸리 키트는 우리술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 좋은 재미거리가 될 수 있지만, 현실의 벽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막걸리 DIY 키트는 일종의 술빚기 튜토리얼 정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이도 높은 술빚기 과정에 바로 도전하기 전에, 데모게임 하는 정도로 시도해보면 좋겠다. 그래서 다음 편부터는 실전이다. 단양주, 이양주, 삼양주뿐만 아니라 이를 응용한 꽃이나 과일을 넣은 우리술까지 집에서 빚는 술이 시작된다. 본격적으로 집에서 진짜 우리술다운 술을 빚어본다.
*본 후기는 주방장이 직접 상품을 구매하여 사용 후 적은 것으로, 해당 상품 업체와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주방장의 유튜브 채널이 개설되었습니다! 주방장의 술로그는 Youtube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