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로 마음을 빚다>의 현실판. 단양주를 빚어 보다.
백세 - 침미 - 절수 - 증자 - 법제 - 수곡 - 혼합 - 입항
< 술로 마음을 빚다>를 통해 총 여덟 단계에 걸쳐 술을 빚었다. 이렇게 담은 술은 한 달 이상의 발효 기간을 거쳐 숙성의 단계에 다다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음이 깊어지는 것처럼, 술도 그 맛과 향이 깊어질 것이다.
우리나라 포도의 재배 환경이 좋았더라면 막걸리나 소주 대신 과실주가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포도밭이 많은 나라에 와인이 유명한 것처럼. 하지만 한국은 쌀과 같은 곡물을 주로 재배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곡주와 증류주들이 대표적이다. 발효주로는 막걸리와 청주 / 증류주로는 소주와 백주의 형태로 나타났다. 즉 각 나라의 자연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원료와 제조 방법을 통해 다양한 술이 탄생된 것이다.
그동안 술로 마음을 빚다 과정이 담긴 실제 홈양조 단추를 가장 기본이 되는 <단양주>를 통해 꿰어 가보려고 한다. 단양주를 빚기 위해 필요한 재료는 네 가지다. 찹쌀, 물, 누룩 그리고 인내. 인내는 술 빚는 어느 과정에서든 가장 필요한 재료라 생각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수곡을 만드는 일이다. (술로 마음을 빚다 단계 순서대로 하지 않아도 괜찮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부터 미리 준비하여 양조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한다.)
단양주는 한 번에 빚어지는 술이기 때문에 다른 술들과 비교했을 때 그리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물에 누룩을 더해 보다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수곡을 이용하는 이유는 과정이 짧은 만큼 일사천리로 진행하기 위해 잠들어있는 미생물을 미리 움직이게끔 만들어 술을 빚는 것이다.
수곡을 만드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 이상으로 상당히 간단하다. 찹쌀 1kg 기준으로 누룩 150g과 물 500ml를 준비한 뒤 잘 섞어주고 기다리기만 하면 끝이다. 사진 속 랲 위에 쓰여있는 첫 시간은 수곡을 만든 때고, 그 아래의 시간들은 수곡이 완성될 시간을 의미한다. 보통 3시간에서 5시간 사이면 충분하다. 너무 오래 담가 놓게 되면 잡균이 증식하여 좋지 않으니 5시간 이상이라면 그만 빼주어도 괜찮다.
이제 메인 재료인 찹쌀이 필요하다. 만약 찹쌀 없어 멥쌀로 단양주를 빚겠다 싶으면 다음 과정에서 고두밥이 아니라, 가루를 내서 진행하는 방법도 있다. 간단하게 빚을 수 있는 술인 만큼 응축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한 호화를 통한 당화 과정을 갖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화가 잘 될 수 있는 찹쌀을 이용해야 술 역시 잘 될 수 있는 법이다.
분량의 쌀은 술빚기 전문용어로 백세하여 준다. 백 번 씻을 만큼의 정성이라는 의미이며, 다른 말로는 세미라고도 한다. 우리가 쌀을 씻는 이유는 쌀을 도정하고 나면 겉면에 약간의 지방분이 남게 되는데, 이것이 밥을 지을 때 윤기가 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술을 빚을 때 이 지방질이 되려 품질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능한 맑게 될 수 있게 한다. 너무 세게, 많이 씻어도 쌀알이 부서져 좋지 않으니 굳이 백 번을 다 채울 필요는 없다. 그리고 3시간 이상 충분히 물에 불려준다.
이렇게 술을 빚고 있으면 하루 종일 매달려 있어야 한다. 한 번에 모든 과정을 헤쳐나가지 못한 채, 조금 작업하고 기다렸다가 또 하고를 반복해야 한다. 이제 찹쌀은 충분히 불린 것 같으니 다시 1시간 동안 물 빼는 시간을 갖는다. 충분한 여유와 기다림이 없다면 빚을 수도 맛볼 수도 없는 것이 바로 단양주인 것 같다. 기다리며 찜기에는 40분간 끓일 수 있도록 충분한 물을 넣어 준비한다. 찜기에는 한 번 적셨다 물기를 꼭 짠 면보를 넉넉하게 깔아준다. 시간이 지나 쌀을 담고 중간중간에는 증기가 고루 통할 수 있도록 손가락을 이용해 구멍을 내어주고, 면보를 쌀 한 톨 안 보이게 덮어 40분간 쪄준다.
40분의 찌는 과정을 거쳐 이제 20분간 뜸 들이기를 통해 마지막까지 충분히 잘 익혀주는 게 중요하다. 그리곤 고두밥을 얇게 펼치고 최대한 빠르게 식혀줘 호화된 전분이 원래의 베타 전분으로 되돌아가려는 것을 막아준다. 술을 빚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기계처럼 그냥 빚기만 하면 나중에 다른 누군가에게 설명할 때 이유를 댈 수 없으므로, 이 글을 읽는다면 이 말들 또한 한 번 체크하길 바란다. 한 마디로 열로 인해 규칙적인 분자 배열이 느슨해진 상태여야 발효가 잘 되기 때문에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고두밥을 다 식혔다면 처음에 준비한 수곡을 면포에 걸러 액체만 준비한다. 여기서 누룩을 거르지 않고 넣어도 상관은 없겠지만 그래도 술의 맛과 향, 색에 영향을 줄지 모르기 때문에 여기선 걸러 사용하였다.
이제 거른 수곡과 잘 식힌 고두밥을 혼합해주는 일만 남았다. '잘 혼합'한다고 해서 몇 분 동안 뭉쳐있는 고두밥 다 풀어주고 끝이 아니다. 처음에는 따로 노는 물과 밥이 뭐가 될까 싶지만, 드라마 한 편 보는 동안 혼합을 해보면 놀라운 장면을 보게 된다. 오늘은 한 40분 정도 치댄 것 같다. 고두밥이 누룩 리조또가 된 그 순간, 혼합을 멈추고 입항을 시작한다. 다 넣은 뒤에는 벽면과 입구 주변을 깨끗이 닦아 2차 오염/균이 생기는 것을 최소화시키도록 한다. 발효는 25-30도 사이가 적합하며 온도 유지를 위해 옷을 입혀주거나 이불을 덮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 되겠다.
이제 기다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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