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로 마음을 빚다>를 통해 완성된 단양주와 우리의 인생
채주 - 입병 - 숙성 - (후발효) - 즐기기
오늘은 단양주를 빚기 시작한 지 5일 차 되는 날로 술을 걸러보려 한다. 입항 후 5일간 술의 온도는 27-30도를 유지하였으며, 24시간 이후부터 12시간 간격으로 하루 두 번 고루 저어주었다. 예를 들어 입항한 시간이 9일 낮 10시라고 치면 다음 날인 10일 낮 10시에 한 번, 밤 10시에 한 번 씩 총 3일간 빼지 않고 진행하였다. 나머지 4일째 되는 날은 상태를 살펴본 뒤 저어주지 않았고, 5일째 되는 날 지켜본 뒤 거르기로 결정하였다.
술을 거르기 앞서 담을 병과 손은 깨끗하게 소독용 알코올을 이용해 소독하도록 한다. 병입 과정에서 균이 들어가게 되면, 잘 빚은 술도 안타깝게 상할 수 있기 때문에 소독 과정은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약국에 가면 소독용 에탄올액으로 판매되고 있으므로 구매하여 분무기에 담아 소독할 때 편하게 사용하면 좋다.
채주 할 때(거를 때) 필요한 게 있다면 거름망과 걸러진 술을 받을 믹싱볼, 담을 병, 그리고 깔때기다. 이제 준비가 다 되었다면 거름망 아래 믹싱볼을 받친 채, 단양주를 붓고 열심히 걸러주면 되겠다. (*거름망을 쓰지 않는다면, 용수를 박아 술을 거르는 방법도 있다.) 막걸리의 어원에는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를 이야기하자면 '막-금방', 걸리-거른'이다. 그렇다. 거르면서 작은 잔도 하나 준비해 정말 막 거른 술 한 잔 마셔보자. 금방 짜낸 젖소의 우유처럼 갓 거른 막걸리 맛은 더 신선하고 분명 다르다. 그리고 바로 거른 막걸리는 한 잔 마시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다. 노동주라 하였으니 열심히 채주를 하며 한 모금씩 꿀떡꿀떡 마셔보자.
총 채주한 양은 1.7L로 원하는 양의 술을 만들어냈다. 원하는 양만큼 술을 뽑아내려면 계량은 필수다. 손대중으로 대충 했다간, 맛이나 양도 대충인 술을 얻어낼 수밖에 없다. 뽑아낸 당장도 제법 달달하며 부드러워서 이 맛있는 술을 지금부터 마셔도 좋겠지만, 청주(맑은술)도 마셔보고 싶기에 꾹 참아본다. 이제 거른 상태에서 먼저 2일간의 숙성 기간을 가져보려 한다.
술을 빚는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기다림의 연속이다. 어떻게 감히 사람에 비교하겠느냐만은 양조 과정은 인생과도 제법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나기까지의 기다림, 처음으로 엄마와 아빠를 부를 때까지의 기다림, 그리고 그 아이가 자라나 어엿한 성인이 되고 제 삶을 살아갈 때까지의 기다림까지.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겠지만, 우리는 이 술을 맛보기 위해 오늘도 어김없이 기다린다.
인생뿐만 아니라, 홈양조는 인연과도 비슷하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고, 서로의 마음의 속도가 같아질 때까지 그 크기를 재고, 방향을 맞추고, 한 템포 쉬어간다. 만나는 순간마다 어떤 감정과 사건 사고가 그 둘의 마음을 바꿔놓을지도, 더 발전시킬지도 모른다. 제 때에 좋은 재료로 빚더라도 균이 들어가거나 온도 설정을 잘못하면 술을 금방 망쳐버리는 것처럼, 술빚기는 모든 시기와 순간이 중요하다. 홈양조는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우리의 인생과 마음이 빚어지는 과정과 비슷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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