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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 Nov 30. 2022

주삿바늘이 그렇게 무서웠니?

우리 집 막내의 이야기다.

막내는 주삿바늘을 무서워한다.

그냥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몸서리를 칠 만큼 싫어한다.


코로나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을 때에도, 

온 국민이 3차,4차까지 코로나 예방 백신을

맞을 때에도 끝끝내 백신 주사를

맞지 않겠다고 버텼던 막내다.


그러던 막내가 학교에서

단체 건강검진을 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한 종합병원을 지정하면,

가정에선 아이를 데리고

그 병원에 가서

검진을 하고 오면 된다는 내용의

안내장이 배부되었다.


나와 막내는 안내된 병원으로

가서 기다렸다.

순서가 되자 검사를 시작했다.


건강검진 시 피검사는 의무가 아니었지만,

경도 비만 이상인 경우엔

반드시 피검사를 해야만 했다.


막내아들이 체중계에 올라가고,

몸무게가 뜨자

의사 선생님께서

 "너는 피검사를 해야 겠다. 

갈 때 꼭 검사하고 가야 한다"

고 말씀하셨다.


막내는 원래 날씬한 몸매 였으나,

코로나 시기에 집에만 있었던게

살집을 키웠던 것같다.


주사 바늘을 죽는 것만큼이나 싫어하는

아들이었다.


금세 막내아들의 눈에서

눈물이 성글성글 맺히더니

어느덧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갑자기 판단력을 잃은 듯, 

아들이 건강검진을 안 하고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병원 문을 나섰다.


올해 안에 꼭 받아야 하는 건강검진인데,

이것을 위해 나도 연차를 내고 왔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낼 순 없었다.


의사 선생님께 긴급하게 물었다.

"선생님,이 키면 어느 정도 몸무게 여야

피검사를 받지 않을 수 있나요?"


"네, 아드님 같은 경우는

조금 오버되었는데,

한 2Kg 정도만 덜 나갔어도

피검사 안 받을 수 있었어요."



"네, 선생님, 그럼 한 번만 기회를

주실수 있을까요?

오늘 열심히 운동해서 살 빼고

내일 다시 와도 될까요?"


"그거야 상관없는데, 어머니께서

내일도 오셔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이렇게 의사 선생님과

타협 아닌 타협을 하고,

아이를 달래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제 부터가 문제였다.

아들이 식탐이 많아 어떻게 내일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또, 내일은 오전에 중요한 회의가 있어,

내가 내일 오후 반차밖에

낼 수 없었던 걸 깜빡하고 있었다.

산너머 산인 상황이었다.


아이도 내일까지 살을 빼야 피검사를 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오늘 저녁은 물만 먹으며

운동을 하겠다고 했다.

솔직히 잘 지켜질 까 싶었다.  


아이가 갑자기 안 보여 찾아보니

베란다에 있는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있었다.

'조금 타다 그만두겠지'

했지만 아니었다.


집에 온 시간부터(오후 5시쯤),

저녁 10시가 넘도록 계속 뛰다 걷다를

반복하며 계속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속으로 ' 피검사가 그렇게 무서웠나? '

싶었다가도  한편으론 밥도 먹지 않고

계속 운동만 하는 아이가 안쓰럽기도 했다.


저녁에 지쳐 쓰러져 잠든 아이를 보니

마음이 아프기까지 했다.

'그깟 피검사가 뭐라고, 이 고생을 할까'

하는 마음이 컸다.


다음날이 되고, 아이는 혹시 피검사를

해야 할지 몰라

아침도, 점심도 먹지 않고,

엄마의 오후 반차에 맞춰 함께 병원을 향하였다.

병원을 향하면서도 계속 불안해하였다.


"엄마, 2kg를 못 뺐으면 어떡하죠?

저는 죽어도 피검사는 싫어요."

아이의 눈에 이미 눈물이 고이는 것 같았다.


병원에서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는 동안

아들은 내내 불안감을 내비쳤다.


"OOO 학생, 이쪽으로 오세요"

간호사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아들이 체중계에 올라섰다.


체중계의 숫자를 본 간호사 선생님이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의사 선생님께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무언가를 이야기를 하셨다.


의사 선생님이 크게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하하하 , 너 어제 운동 많이 했구나,

어떻게 하룻 동안 3kg나 뺐어?

대단하다. 오늘 피검사 안 해도 돼"


그러자 아들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하루 동안 금식과 운동으로

약간은 홀쭉 해진 얼굴이었지만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 없었다.


 아들은 순차적으로 청력검사, 시력검사,

치과검사, 소변 검사 등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말했다.


"엄마, 저 무지 배 고파요.

맛있는 거 사주시면 안 돼요?"


그날 막내는 엄마가 사준 피자와

집밥 저녁식사로

오랜만에 배불리 먹었다.

아마 어제 감량했던 3kg보다

더 많은 양을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주삿바늘 공포를 가진

아들 덕에 나는

아들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되었다.


한번 한다면 해 내는

끈기 있는 상남자의 모습을. 






이이지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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