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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 Sep 15. 2023

7. 심심할 땐 기타를 쳐요

학교 밴드 활동에서 기타를 연주 한다


딸이 다니는 대안학교는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 하기 때문에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산골에 있는 기숙형 대안학교는

저녁에 참 심심하다.


월요일에 핸드폰을 반납하면

집에 가는 금요일에나

핸드폰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강이나 쉬는 시간,

저녁에 남는 시간을 통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데,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자신들이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한다.

취미활동이 발전하면 동아리를 만들기도

한다.


우리 아이는 원래 기타 치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라

친구들과 어울려

좋아하는 뮤지션이 연주한

곡을 듣거나 이를 기타로 연주해 본다.


만약,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다녔다면

집에 오자마자 핸드폰으로

동영상이나 웹툰을 보며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산골 기숙사 학교에선

핸드폰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저녁에 딱히 할 일이 없다.

시험기간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기도 하는데

평일에는 자신의 기타로

기타 연주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기타를 치며 논다.


그 학교에는 이렇게 남는 시간에

악기들을 연습하여

여러가지 악기를 수준급으로 연주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주말에 한 번씩 와서 연주를 들려주는데

실력이 성큼성큼 성장하는게 보인다.


친한 친구들과 함께 밴드 동아리도 만들었는데

동아리 이름이 "Music is my life"라고 한다.

(동아리인데, 뭔 이름이 이렇게 진지 한지...)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인간은 심심해야 창의력이 생긴다고.

심심해야 뭔가를 만들어 내고,

창작할 생각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심심해질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축복이다.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엔

괴짜들이 많다.


어떤 아이는 심심한 시간을 이용하여

2인용 무동력 자동차를 만들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친구들과 그림책을 만들어

영어로 번역하고, 그 책을 펀딩,출판 하여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일도 한다.

그림에 소질이 있는 아이는

자신이 그리고 제작한 티셔츠를

축제 때 판매하여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한다.





난 어렸을 때

시골 동네에서 자랐다.

일하러 나가신 엄마를 기다리며

땅을 파고, 지렁이를 잡고, 개구리를 잡으러

동네를 뛰어다녔다.


(왜 필요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비밀 기지를 만들겠다고

창고 한쪽을 꾸며

난로 연통을 주어와 망원경 삼아

창고 앞을 지나가는 아이들을

감시? 하는 놀이도 하고,

무슨 전쟁놀이를 한다고 친구들과

땅바닥을 기어 다니며 알 수 없는

훈련을 하기도 했다.

온통 흙범벅인 옷차림으로

집으로 돌아와 엄마께 혼났던 일들,


이상한 벌래들을 잡으러 다니다가

이름 모를 독충에 쏘여

다리가 거의 두배로 부풀어

울며 엄마랑 응급실에

갔던 날들...

(쓰다 보니 나도

사고 뭉치 괴짜 였네.)


우리에겐 심심했던 시간들이 있어

다양하고 특별한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유년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요즘 아이들,

가상의 세계에 갇혀

그곳 만이 세상의 전부인양

전국의 아이들이 똑같은 춤을 추고,

똑같은 음식을 좋아하는,

다양성과 개성이 사라진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심심한 시간들

요즘의 아이들에게

경험하게 하고 싶다.


그래야 아이들도 버라이어티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해 볼 수 있을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산골 기숙사에서

심심한 시간을

친구들과 함께 알차게 보내고 있는

딸아이의 시간들이

참 값지고 귀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주말에 집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딸과  열심히 들어주는 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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