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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 Oct 06. 2023

9. 모두에게 축제가 되는 날 -  진로페스티벌

대안학교 진로 축제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이 모두 축제로 즐기는 날이 있다.

바로 매년 6월 6일에 열리는'진로페스티벌'이다. 이날은 전국에 있는 학부모들이 모여 학생들을 응원하며, 힘을 실어주는 날이다.



오전 - 엄마 아빠가 만들어 주는  먹거리 장터


부모님들은 진로 페스티벌을 준비하기 위해, 몇 주 전부터 지역별 모임을 갖는다. 우리 지역은 모임 5주 전부터, 학부모님 가정에서 모여, 함께 고기도 구워 먹고, 여러 가지 의견들도 나누었다.

이 모임에서는 '진로의 날'에 어떤 메뉴로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논의했다. 우리 지역은 컵라면, 닭강정과 콜라, 미니김밥을 판매하기로 했다. 지역마다 다른 먹거리를 준비해 와 학생들에게 그날만큼은 즐거운 추억과 재미를 선물한다.

우리 지역의 닭강정과 미니 김밥은 당일 최고의 인기였다.

다른 지역의 부스에서 팔던 인기 품목으로는  딸기 탕후르, 딸기 라테, 닭꼬치, 쥐포, 아이스크림, 구운 계란, 끓인 라면, 토스트, 각종 음료수 등이 있었다.

산골 기숙사에서 급식 외엔 큰 간식거리가 없던 학생들에게 전체 학부모님들의 학교 방문과 먹거리 판매는 학생들에게 큰 위안과 힘이 된다. 아이들도 이때만큼은 응원하러 온 자신의 부모를 찾아다니다가, 찾으면 친구들과 함께 우르르 몰려가 인사하며 자신의 친구들을 부모님께 자랑한다.


나는 그날  닭강정 코너에서 주문을 받고 있었다. 늦게야 친구들과 함께 들른 딸아이는 친구들을 데리고 왔다.  매주 주말마다 딸아이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던 그 친구들을 실물로 보니 더욱 반가웠다. 딸의 친구들은 예의 바르고 싹싹했다.

 아이들은 당일 학교에서 나누어준 식권 쿠폰으로 점심식사를 대신할 음식들을 여기저기 부스 사이로 다니며 구입해 먹었다. 식권으로도 음식이 부족한 아이들은 더 많은 쿠폰을 구입해서 먹기도 했다. 음식축제를 통해 생겨난 이윤은 학교 건축 기금으로 기부했다.


오후 - '진로의 날' 학부모 특강 


음식 축제가 끝나면 바로 학생들의 공연이 이어진다.

여러 밴드의 공연과 그동안 준비했던 학생들의 체험부스, 전시 부스 등도 둘러보며 학생들의 성장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1년에 한 번, '진로의 날'의 백미는 학부모들이 준비하는 <진로특강>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로 특강이 있기 한 달 전부터, 학교는 학생들에게 진로특강으로 듣고 싶은 분야를 조사한다.

교육 관련분야, 의료 관련분야, 상담, 사회복지, NGO, 경영, 공무원, 등등


학부모들에게는 진로의 날에 1일 진로 특강을 강의해 주실 학부모를 모집한다.

자신이 원한다고 모두 학부모 강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고, 그 분야의 강의를 듣기 원하는 학생이 있어야 강사로 채택될 수 있다.


나는 이제 1년 차 새내기 학부모였지만,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진로특강 강사로 지원했다.

내가 지원한 분야는 상담과 사회복지 관련 분야였다.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상담기관과 사회복지 기관에서 오래 근무한 경력이 있어, 현장에서의 생생한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었다.


나도 그 아이들 만한 때에 진로에 대한 정보가 없어, 어떻게 진로를 정해야 할지 애가 탔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싶었지만, 졸업 후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는지, 어떤  분야로 까지 넓힐 수 있을지, 그 누구도 말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 분야에 20여 년째 몸담고 있는 지금은, 이 길을 걸으려는 후배들에게 자세히 말해  수 있다.

다행히 내가 개설한 강의에 15명이 신청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5명이면, 그 학교 고등학생의 약 10%의 학생들이었다.

내 강의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있어 고맙기도 했고,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주일 전부터 미니 대본을 만들고, 예쁘게 PPT를 만들어 준비했다. 대본에는 목차만 적어, 제목만 봐도 술 술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서울 지역 음식 부스
진로 특강 - 플로리스트 체험


진로 특강 - 헬스 트레이너 체험


강의를 시작하자, 학생들은 반짝이는 눈으로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라는 태도로 강의를 들어줬다.

 나 또한 ' 내가 아는 것, 내가 경험한 모든 것을 다 쏟아 주고 가야지'하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강의했다.


다행히 상담과 사회복지 분야로 진로를 선택하려는 학생들은, 나와 생각하는 것도, 마음도 잘 맞았다. 이 일을 하게 된 계기, 일을 하며 어려웠던 점, 그러나 보람되고 행복했던 점, 전공 하고 할수 있는 일들,  그리고, 현재 고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학생들과 가까워지는 시간이 되었다.


강의 마지막엔 여러 가지 문제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의 사례를 나누며, '나라면 이런 문제를 가진 학생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이야기를 접해보며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리고'사회복지의 현장에서, 상담의 현장에선 이런 일들을 해야 하는구나' 하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는 시간이 되었다.

강의중인 필자
필자의 강의를 들으러 온 학생들
진로특강 - 학부모님의 강의 (교육분야)
진로특강 - 학부모님의 강의 (사회적 기업)


오전 음식축제 후 학생들의 공연 관람


음식 축제의 모습


오늘 모든  일정을 잘 해내고 싶어서,

새벽부터 분주히 움직였던 하루였다.

2시간의 강의를  마치고 나니, 온몸에 힘이 빠졌다.

생각보다 많이 긴장하고 있었나 보다.


진로 강의를 끝내고 나온 학부모님 강사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더니, 모든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였다. 그리고 마지막 공연들이 펼쳐졌다.

바로 <진로 콘서트>였다.


 중학생 치어리딩 <대상> 수상팀의 공연과 학생, 학부모, 교사 연합 오케스트라, 유명한 CCM 가수이신 부모님의 공연도 있었다. 공연을 준비하며, 관람하며, 모두가 하나 되는 시간이다.


진로 페스티벌은 1년에  한 번 있는 행사이다.  모든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이 참여 하기에,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고 어렵지만, 학생들, 부모님들도, 학교와 교사들도 모두 함께 준비하고, 진행하는 행복하고 뿌듯한 시간이었다.


벌써부터 내년에 있을 진로 페스티벌이 기다려 진다.

내년엔 더 준비된 모습으로 학생들을 만나야지...


독일  베를린 공연을 마치고 온 중등부 오케스트라의 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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