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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 Oct 24. 2023

10. 흘린 땀방울만큼 아이들도 자란다

국토 대장정을 다녀와서


기다려온 국토대장정이 시작되었다.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금강 자전거 길

100여 Km를 다녀오는

국토 순례 프로그램이다.


지난주, 가을이 완연한 날씨에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기대에 한껏 부푼 100여 명의 학생들과

7명의 선생님들이 함께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시작되었다.


첫날은 날씨도 화창했다.

 대청공원을 시작으로

부강 생활체육공원을 지나

금강 스포츠 공원과 공주 색장리 박물관,

공주 시민운동장, 백제 보문화관,

부여 궁남지, 국립 부여 박물관까지

다녀오는 코스였다.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 친구들과 함께

하루 코스로 자전거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땐 더위가 시작되는 5월 중순이었는데,

요즘처럼 기어가 잘 작동되는 자전거가 아닌

기어 없는 자전거로 자전거여행을 다녀왔다.

선크림, 모자도 없이,

헬멧 같은 안전장치도 없이

그냥 자전거 하나 달랑 끌고

면티에 면바지 차림으로

친구들 4명과 함께

전주에서 출발하여

전-군간 도로를 지나

금강 하구둑까지 가는

코스였다.


자전거 도로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었고,

도로를 쌩쌩 달리는 덤프트럭과

함께 달리며,

온갖 흙먼지를 견뎌내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위험천만했고,

무모했던 여행이었다.

5월 중순이라, 뜨거운 태양 아래

아스팔트 도로를

지날 때면  땀으로 옷이 흠뻑 젖었다.

평소 운동을 하던 사람이 아니어서

다리는 쥐가 날 것처럼 뻣뻣해졌다.  

정말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친구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격려해 주었고,

나 또한 '힘들어도 해 보자'

하는 오기가 생겨,

한발 한발 페달을 밟으며

겨우 목표한 곳에

다다를 수 있었다.


많이 힘들고 고생했지만, 고생했기에 더욱

값진 자전거 여행이었다.

아직도 그때 금강 하구둑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석양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국토 대장정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딸아이는

피곤할 법도 한데,

여전히 신나 있었다.

집에 돌아왔지만,

몸은 피곤했겠지만,

자전거 여행 중에 겪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엄마와 동생에게 자랑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화창한 날씨와 즐겁게 자전거를 타는 학생들



국토순례 둘째 날은 점심 식사 후

생각지도 못했던

비가 많이 왔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비가 몰아치는 가운데서도

인내와 끈기로

한 명도 낙오 없는 순례 여정을

 마쳤다고 했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서로서로 돕는

모습 속에서

'공동체의 끈끈한 모습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모두가 완주할 수 있도록

친구들을 배려하고 격려하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한다.  

학교에선 유약해 보였던 친구들도

고된 국토대장정을 통해

전혀 다른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

놀랐다는 이야기,

교장선생님도 학생들과 함께

끝까지 라이딩 한 이야기,

무릎이 좋지 않으신 선생님께서

힘들어하는 학생에게

자신의 전기 자전거를 양보하셨던 이야기 등

이야기보따리가 그칠 줄 몰랐다.


딸아이는 내년에도 꼭 가고 싶다고,

어서 내년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딸아,

이번 국토 대장정을 통해 맛본

성취의 기쁨이

인생에도 큰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이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한 경험이 될 거야.

이런 좋은 경험들이

네 인생을 채우게 되면서,

넌 더욱 내면이 단단해지고

멋진 사람이 되어 가겠지?



둘째 날, 많은 비를 맞고도 끝까지 여정을 마쳤던 학생들
억새 숲길 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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