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은별이가 다니는 대안 학교는 일반학교와 같이 1.2학기로 나뉘어 있지 않고, 일 년을 4개의 쿼터로 나누어 수업을 진행한다.
매 쿼터마다 학생들은 대학생처럼 자신이 받고 싶은 수업을 수강신청 하는데, 이를 일반학교에서는 <고교 학점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반고는 2025년부터 전면 실시될예정이지만, 은별이가 다니는 대안학교에서는 <학생 맞춤형 수업>이라는 이름으로 수년 전부터 실시하고 있는 제도이다.
<고교 학점제>는 쉽게 말해 학생이 학교 커리큘럼에 무조건 따라가는 게 아닌, 학생 진로와 적성을 따라 다양한 과목을 학생이 직접 선택하여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딸이 다니는 대안학교에서는 매 쿼터마다 자신의 진로와 재능을 염두해 수업을 학생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과 같은 교과 공통 필수 과목도 있고, 다양한 선택 과목도 있다.
한 쿼터에 많게는 32학점, 적게는 23학점 이상 신청하여 수업을 받으면 된다.
인기 있는 과목은 금방 수강인원이 차 버려 비인기 과목을 들어야 할 때도 있지만, 이 학교 학생들은 관심이 없는 과목을 듣는 것보다는 새로운 과목을 개설하는 쪽을 선택한다.
교사가 학생들의 니즈를 파악하여 커리큘럼을 계획하고 강의를 개설하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강의를 개설하고 선생님은 지도만 해 주시는 과목도 있다.
(아래 동영상을 보면, 어떻게 학생들이 과목을 만들고 개설하는지에 대해 자세한 안내가 되어 있다.)
과목명도 특이한 과목이 많다. 모의 유엔 수업, 스마트 팜 수업, 인문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수업, 세미나 수업, 유비쿼터스 수업, 기후 환경 수업, 지역사회의 독거 어르신들을 돕는 사회봉사 수업, 영어 동화 만들기 수업 등...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수업이(약 200여 개 의 강의) 준비되어 있다.
또 별무리 학생들은 12학년(일반고3학년) 이 되면, 그동안의 자신이 배웠던 학문을 집대성하는 의미로 소논문을 써야 한다.
그래서 11학년 학생들은 하반기부터, 논문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논문은 대학생들처럼 자신이 연구하고, 책을 통해 연구하거나, 토론과 실험을 통해 알게 된 내용들을 응축하여 한 편의 논문으로 쓴다. 논문은 고등 과정 3년 동안의 학문 연구의 결실이라 볼 수 있다.
별무리의 3년 과정은 선택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과목, 분야, 방향성, 멘토, 경험들을 모두 자신이 선택하여 결정한다. 어떤 선택에는 후회가 있을 수도, 어떤 선택에는 자신이 원했던 깊은 학문적 성찰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모두 자신의 선택의 결과에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것 같다.
자신이 받을 수업을 자신이 선택하면 어떤 점이좋을까?
1. 관심사와 진로에 도움이 되는 과목을 직접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악에 관심이 있는 학생은 음악 관련 수업을 많이 선택하고 들을 것이다. 과학이나 글쓰기에 대해 관심 있는 학생들은 관련 수업을 개설하거나 교사들이 이미 개설한 흥미진진한 수업을 선택하여 들을 수 있다.
2. 기존 커리큘럼에 없던 새로운 학문을 배울 수 있다.
예를 들면, 인문계 고등학교에선 농업에 대한 수업을 듣기 어렵지만, 이 학교에선 학생이 스마트 농법에 관한 과목을 개설하면, 직접 학교 내 비닐하우스에서 스마트 농법으로 작물을 키워 낼 수 있도록 교사와 학교가 지원한다.
이렇게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 진로로 삼고 싶은 분야를 마음껏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공부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3. 자기 주도적이 될 수 있다.
누구나 수업을 개설할 수 있고(물론 개설하는 이의 수업 계획서와 커리큘럼이 교육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그 수업에 대한 수업 진행과 결과도 쿼터 말에 있는 자기 평가를 통해 평가를 받는다. 학생들이 수업에 대한 커리큘럼을 주도적으로 선택하여 결정하고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할 수 있게 된다.
매 쿼터(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은별이는 어떤 과목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것을 본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는 과목들로 하나하나 시간표를 채워 간다. 필수 교과 수업과 함께, 주로 책을 읽고 토론하는 세미나 수업과 음악과 체육에 관련된 수업을 많이 듣는다.
교육과 삶이 어려운 나라에 가서 봉사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외할아버지처럼, 어려운 나라, 교육 소외 지역 아이들에게 음악과 태권도를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딸, 오늘도 은별이는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
은별이 외할아버지가 계시며 봉사하는 나라(미얀마) - 마을에 우물이 생겨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어 기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