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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두고 응급실이라니...

우리는 한 치 앞을 모른다

by 자람
추석전날의 응급실은 한산했다.

추석 전날 ,

남편은 시댁에 이번에 놓아드린 싱크대가

잘 설치되었는지 보러 갔다.


시 어머니께선 이번에 싱크대를 바꾸기 전까지

20년된 싱크대를 아껴가며 사용하고 계셨다.

그러나 세월 앞에 장사가 없듯

싱크대는 다 낡아 이음새가 틀어지고,

실리콘 사이에 곰팡이도 끼고,

문짝도 하나둘씩 삭아서 떨어지곤 했다.


자녀들이 상의해서 이번 추석엔

그동안 고생하신 어머니께 좋은 걸로

싱크대 전문업체에 맡겨 설치해 드리자고 했다.


전문업체에서 실측을 해 가고,

날짜를 정해 시공도 계획대로 잘 되었다.

시공이 잘 되었는지 보기위해

남편은 연차를 쓰고 시댁에 가 보았다.

싱크대가 잘 설치된 것에 만족하고

완공 사진을 찍어 가족 단톡방에 사진을 올렸다.

믿을 만한 업체의 시공을 받아서 인지

싱크대는 아주 만족스럽게,

고급스러운 자재로 예쁘게 설치되었다.


시어머니의 수고를 덜어드리기 위해

남편은 공사 중 타일에 묻은

먼지들을 닦으려고

열심히 물수건으로

벽을 닦고 있었다고 한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에 모이는

가족들이 흡족해 하는 모습을 보기위해

남편은 정성스레 타일과 벽을 닦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남편이 고개를 드는 순간

상부장 모서리에 머리를 콱 찍히고 말았다.

순간 너무 아프고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흐르자

놀란 나머지 마른 수건을 가져와

지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로 지혈이 되지 않고

피는 계속 흘러 수건을 흥건하게

적시고 있었다.


너무 놀란 남편은 후다닥 집으로 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상처에 바르는

연고만 연신 발랐다고 한다.

퇴근해 집에 온 나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뭔가 이상이 생긴 것을 알았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 상처를 확인해 보니

집에서 연고만 발라서는 안될

큰 상처였다.


나는 남편을 차에 태우고 가까운 외과로 갔다.

동네 외과에선 상처를 보고,

큰 병원으로 빨리 가서

ct촬영을 해야 한다고 했다.


머리를 세게 다쳤을 땐 머리속에서도

출혈이 있을 수 있으니

ct촬영을 통해 출혈 여부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명절 전날, 그것도 저녁 6시가 넘어

할 수 없이 큰 병원 응급실에 가게 되었다.


응급실은 들어가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물론 코로나가 끝나지 않았으니

서로 조심해야 한다.


발열 체크, 문진표를 작성하고 들어갔다.

담당 의사 선생님께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의사 선생님이 상처를 봐주시더니

상처에 대한 처치를 해 주신다.


머리가 찢어져서 꿰매 주실 줄 알았는데

꿰매려면 상처 부위 머리를

밀어야 한다고 했다.


당장 추석 연휴 후에

중요한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데

머리를 미는 건 곤란하다고 말씀드리니

의료용 스테이플러로 상처를 몇번 집어 주셨다.

더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해 주신 것이다.

10일쯤 후에 가까운 외과에 가서 빼면 된다고

하셨다.


처치가 끝나고 ct를 촬영하러

영상의학과에 다녀왔다.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기를

속으로 기도했다.


아는 건 없지만, 머리 내부에 출혈이 있으면

위험 하다는 것을 알기에...


검사 결과가 나오는 동안 남편은

항생제 주사와 약을 처방받았다.

드디어 의사 선생님이 부르셨다.

ct결과를 말씀해 주시는데

약간은 긴장이 되었다.


다행히 머릿속은 출혈 없이 깨끗하다고 하신다.

며칠 동안은 잘 지켜보고, 혹시 뇌진탕의 신호들-

어지럽고, 매쓰껍고, 토할 것 같은- 이 오면

언제든 병원에 다시 오라고 하셨다.


수납을 하고 응급실을 나오는 순간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왔다.

방금 까지 긴장 했던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진 느낌 이었다.


많이 놀랬지만

결과적으로 참 다행이었고, 감사했다.


살아가면서 갑작스럽고 위험한 순간들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만 하길 참 다행이다 싶다.


추석엔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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