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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ahn Yoon Mar 13. 2023

더 웨이브 입성기/ 2023년 2월 버전


2023년 2월 16일, 

낭만포토회원 5명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LAX에 도착한 후,

LA 인근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하루 종일 차를 몰아 2월 18일 저녁에 Page에 도착했다.


Kanab에 도착했을 무렵

Daily Lottery 마감 시간이 다가와서

일단 두 명만 Daily Lottery를 신청했다

Page에 도착해서 결과를 확인하니 탈락이었다. 


2월 19일, 

호스슈 밴드 일출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웨이브 퍼밋을 받기 위해

다시 Coyote Buttes North(The Wave) Daily Lottery를 신청했다.




그동안 우한 폐렴이라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웨이브 추첨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우한 폐렴 이전에

웨이브 추첨 방식은

커냅(Kanab) BLM 오피스에서

뺑뺑이를 돌려서 10명을 뽑는 방식이었다. 


좁은 사무실에

적게는 100여명에서 

많게는 200명 이상의 지원자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빼곡이 들어선 가운데

(들어오지 못한 사람은 바깥에 서 있어야 했다)


뺑뺑이를 돌리는 순간에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만큼

모두 잔뜩 긴장된 채 숨죽여 결과를 기다리곤 했다.


번호가 적힌 구슬이 나올 때마다

떨어진 사람들의 장탄식이 장내에 울려퍼졌다.

현장에서 추첨할 때의 긴장과 스릴감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그러나 우한 폐렴 이후에

더 이상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없어서

BLM측에서는 다른 추첨 방식을 고안해 내게 되었는데


그것은 기존의 

Advanced Lottery와는 별개로

당일 추첨방식인 Daily Lottery를 새로 만들게 된 것이다.


이러한 Daily Lottery는

위치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아무 곳에서나 신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동쪽으로는 Page 인근,

서쪽으로는 자이언 캐년 인근, 

남쪽으로는 노쓰림의 관문인 Jacob Lake,

북쪽으로는 오더빌 인근 이내에 있는 사람들만 

지원이 가능하게끔 만들어진 시스템이었다. 


게다가

오직 셀폰으로만 가능한데다

인터넷이 연결되었다고 다 신청 가능한 것이 아니라


버라이즌이나 티모빌, 

AT&T처럼 미국내 회선이 아니면

한국의 셀폰은 로밍이 된 셀폰만 신청이 가능했다.  



이러한 Daily Lottery는

기존의 10장의 퍼밋에서 16장으로 늘어났다. 

말하자면 웨이브 입장 인원이 10명에서 16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Daily Lottery는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신청할 수 있고

한 사람당 신청비는 9불, 결과는 당일 저녁 7시에 발표되었다. 


19일에 우리는

네 사람이 지원했으나 네명 다 탈락했다. 

하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초조하지는 않았다.




20일 월요일, 이번에는 

로밍을 해오지 않은 사람들까지

다 로밍을 하게 만들어서 6명이 신청했다.


6명이 신청할 경우 

모두 54불의 비용이 들었다.

추첨 방식 변경 이후에 BLM만 돈을 버는 상황이 되었다. 


그날 저녁,

자이언 캐년의 일몰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한명씩 한 명씩 확인해 보았지만

이번에도 모두 다 탈락하고 말았다. 



2월 21일 화요일,

자이언 캐년 오버룩의 일출 촬영 후에

6명이 모두 각각 다른 위치에서 Daily Lottery를 신청했다.


그리고는

브라이스 캐년으로 이동했다.


브라이스 캐년에서는

웨이브 당첨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다음날, 카멜 정션까지 와서야 결과를 확인하게 되었는데


우리는 약간 불안한 마음으로

한 사람, 한 사람 당첨 여부를 확인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2월 22일,

카멜 정션에서

모두 탈락된 것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팀원들에게 남은 일정에 대한 상황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오늘 웨이브 신청 후에

또 떨어질 경우 어떻게 할지를 의논했다. 


격론 끝에 

오늘 추첨에서 또 떨어지면

웨이브는 포기하고 다른 일정에 집중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카멜 정션에서

두 사람이 신청한 후에

다음 사람이 신청하려고 핸드폰을 찾았는데

거기에 핸드폰이 없었다. 핸드폰이 사라진 것이다.

이 에피소드를 다 이야기하려면 이야기가 길어지므로 생략...



그 날 저녁,

이번에도 모두 탈락하면

이제 아치스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한 사람씩 확인하기 시작했는데

6명 중 3명이 모두 탈락이었다.


이번에도 모두 

고배를 마시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감과 초조함이 물밀듯 몰려왔다..



나의 차례가 되었다.

이메일을 열고 Recreation.gov를 클릭했다. 

첫줄에 Congratulations!라는 글이 눈에 확 들어왔다. 

네 번 떨어지고 드디어 5일 만에 당첨된 것이다. 


5일 동안

Daily Lottery 신청 비용으로만

216불(1,300×216=280,800원)의 비용이 들었으며

당일 웨이브 입장료 포함하면 모두 270불의 비용이 들었다. 



더 웨이브(The Wave)가 있는

버밀리언 클리프 National Monument는

19세기 서부 개척 시대부터 목장 지역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웨이브의 진가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1990년 대 중반 독일의 어느 다큐 촬영팀에 의해서였다.



초창기엔 극소수의 사진 촬영가나

오지 여행 매니아에게만 알려져 있었고

당연히 퍼밋 시스템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방문자 수가 점점 늘어나자

웨이브가 있는 Coyote Buttes North 지역의 보호를 위해

인터넷 신청으로 10명, 워크인 퍼밋으로 10명만 입장할 수 있게 법이 만들어졌다.



2,010년까지만 해도

웨이브에 들어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당시만해도 

웨이브 추첨에 떨어지면

다음날 번호를 두 개 주었기 때문에

처음 온 사람들보다 당첨 확률이 두 배나 높았고,


성수기를 제외하면

하루에 적게는 20명, 많아야 50명 미만이어서

이틀이면 대부분 당첨되던 시절이었다. 



당시 웨이브 워크인 추첨 장소는

커냅(Kanab)과 페이지의 중간쯤에 있는

White 하우스 트레일헤드 부근에 있었는데


2011년 즈음에 

커냅의 BLM 오피스로

추첨 장소가 바뀌면서부터

웨이브 지원자가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일에 떨어진 사람에게

번호를 두 개 주던 특혜는 사라졌고

그 때부터 워크인 퍼밋 받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     



그동안 웨이브에 들어가면서

기억에 남는 출사가 몇 번 있었다.


웨이브는 해마다 한번 정도 들어갔었는데

2012년은 한 해에 세 번 들어갔다.(1.7/ 2.16/ 3.27)



2013년에는 

5월 14일, 7월 25일, 12월 6일,

이렇게 세 번 웨이브에 들어 갔었는데


그해 7월에 웨이브에서 

세 사람이 죽는 참사가 발생했다. 

우리가 들어가기 며칠 전에 한 사람이,

우리가 다녀 온 후에 두 사람이 각각 목숨을 잃었다.


웨이브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의 90%는 

여름철에 나오는 길을 찾지 못해 

갈증과 쇼크에 의한 심장마비로 인해서다.   



2013년 12월 5일에는 

BLM 오피스에 9명 밖에 오지 않아서

추첨없이 웨이브에 들어간 전무후무한 날이었다. 

그와 같은 일은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었다.


그 이전에 

내가 갔던 날 중에

가장 적게 온 날은 2012년 2월 15일의 11명이었다. 



2014년에는

1월 8일, 2월 5일, 12월 10일,

이렇게 세 번 웨이브에 들어 갔었는데

12월 10일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이외숙 작가님 때문이었다.


그 분은 남편과 함께

2012년 가을에 미국에 왔었는데

웨이브 추첨에 네 번 모두 떨어져서

난 오랫동안 그분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2년 후인 2014년,

난 그분들과 다시 만나게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웨이브에 들어갈 수 있었다.  



2017년 12월,

예전에 여사모에 있었던

발품사랑님 이하 5명이 옐로스톤에 이어

웨이브를 목표로 다시 미서부 출사를 왔다.


발품사랑님 팀과는 

12월 11일에 웨이브에 들어 갔다.

아침 일찍 들어가서 별사진을 촬영하고 나왔는데 

그믐 때라 너무 캄캄하여 사방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메인 웨이브를 나서자마자

바로 눈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다.

갑자기 모두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처럼 되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믐 때의 웨이브가 

그렇게 칠흑같이 어두운줄 나도 처음 알았다.


하지만 전혀 길을 헤매지 않고 

무사히 주차장에 도착했다. GPS도 없이.


나는 그런 내가 너무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그 때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더 웨이브(The Wave)의 Second Wave 바로 가기 

https://blog.naver.com/westtour/222793539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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