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도시 외곽에 살아서 휴대폰 서비스 센터를 가려면 자동차로 10분 이상은 가야 한다. 버스로 가려면 2번 이상은 환승을 해야 한다.
우리 집 중1, 초5 아들 둘은 혼자 버스를 타서 어디를 가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임시폰을 구해서 문자를 보낸다? 아들들은 임시폰을 모른다. 저 내용이 친구 핸드폰을 빌려서 하는 문자라 하더라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사생활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는 아들 둘은 함부로 남의 폰에 엄마 전화번호를 입력하지 않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며칠 전 아들 핸드폰 수리를 위해 반차를 내고 서비스 센터를 갔다가 왔다. 그것도 고장 난 지 2주 넘었는데도 고칠 필요 없다는 것을 겨우 설득해서 수리했다. 그리고 우리 아들 둘은엄마 폰 번호를 정확히 모른다. 생각해 보니 수리를 스스로 맡길 수 없었다는 것이 고마운 일이었다.
처음 만난 보이스 피싱 문자, 반가웠다.
다음에는 더 어려워져 있으면 어쩌나.
그때도 나이스하게 헤어지자. 지금처럼.
- 속은 이야기 -
26살 즈음에 은색 마티즈(경차)를 타고 사교육 현장을 달리던 때였다. 내 마티즈는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방향으로 가는 도로 위에서 신호 대기 중이었다.
갑자기 옆에 있던 냉장차의 운전자가 창문을 내려보라는 수신호를 했다. 그래서 마티즈 창문을 내렸다. 그 운전자는 "갤러리아 백화점에 옥돔을 납품하는데 오늘 납품 시간을 못 맞춰서 지금 냉장차에 옥돔이 그대로 있다"라고 했다. "이대로 두기 아까워서 옥돔 한 상자 20만 원인데 5만 원에 파니깐 사라"고 했다.
잘 속는 김주무관은 바로 사겠다고 했다. 부천에 사는 언니들한테 줄 생각하니 이미 심장부터 덩실덩실 하면서 기분이 좋았다.
냉장차 운전자가 "그럼 저기 보이는 정류장 쪽으로 차를 옮기고 그쪽에서 만나자"라고 했다. 내 마티즈는 5차선에 서 있었고 10미터 정도 앞에 버스 정류장이 보였다. 몇 분 사이에 4개의 차선을 옮겨야 하는데 하필이면 나는 그때 초보운전자였다.
냉장차는 바로 휙휙 차선을 옮겨 정류장 쪽으로 갔다. 그런데 나는 차선을 한 개 겨우 옮기는 사이 정류장을 지나쳐버렸다. 그 운전자의 허망한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때 참 미안했다. 운전도 못하면서 너무 쉽게 약속을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아쉬움도 컸다. 내가 운전만 잘했더라면 저 20만 원 옥돔을 5만 원에 사서 언니들한테 가져다줄 수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