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욕심내지 말고 이분까지 결재를 올리자 했을 때 3시 30분이었다. 빛 같은 속도로 결재를 올렸다. 5분 뒤 팀장님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들렸다.
“00 씨결재오늘안 될것같네. 예산 끝난 거 같다. 내년에다시올려요.”
동시에 내부 인트라넷 메일로 본부 모성보호 담당자에게도 메일이 왔다. 더 많은 예산을 증액했으나 예산이 빠르게 소진되어 예산이 조기 마감됐다는 내용이었다. 더 많은 분들에게 지원금을 드리려다 애초에 받을 수 있었던 분들까지 뒤로 밀린 셈이었다.
내년예산집행은22년 1월 4일오후 2시이후였다. 우리 팀에서결재를못받은사람은나밖에없었다. 21년 신규자는 나밖에 없어서 그런지 나만 이렇게 된 것 같았다.
뭔가기분이이상했다. 의도는분명선했는데결과는 이롭지 못했다.
나도 예전에 근로자였을 때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해서 빨리 받으면 좋았고 늦어지면 짜증이 났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2020년 때 일이었으니 마음이 아직 생생히 기억이 난다. 그래서 감정을 이입하여 욕심을 부리다 보니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못했다.
이렇게 한 개를 또 깨우치며 나의 11개월 차 공무원 생활은 흘러가고 있다.
그래
욕심이 컸다.
공무원 생활 + 고용노동부라는 특이성 + 늦깎이 + 신규 + 직업상담 직렬 + 기업지원팀 + 모성보호
이 모든 것을 곳곳에 잘 배치하여 생동감 있게 전달하고 싶었다. 또 그 와중에 톤다운은 싫었고, 나를 제외한 다른 주무관들 이야기는 최소한, 부처 이야기는 최소한, 팀 내부 이야기도 최소한.......
그러니까 나를 제외한 다 최소한인데, 나는 사회적 동물이라 자화상 같은 글을 쓴다는 것에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은 있다고 믿는다. 자화상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도 그 누구도 다치지 않는 방향에서 여전히 생동감 있게 글을 써 내려갈 수 있다.
출근길 라디오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위대해져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면 위대해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