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카페 아르바이트를 할 때, 평일 오전에 카페에 앉아 노트북에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참으로 여유로워 보였다.
나에게도 저런 시간이 올까? 나에게는 오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이었다.
작년, 글을 써서 처음으로 돈을 벌자 마음속 깊이 묻어 두었던 ‘이룰 수 없을 것 같아서 서둘러 포기해버렸던 저 꿈’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남편에게 말했더니 '딱 00 패드와 키보드를 살 돈'이라며 바로 00 패드 공식 홈페이지에 가서 뚝딱 결제를 해줬다. 그리고 나는 자유롭게 기계를 들고 다니며 자주 글을 쓸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두둥
그런데 막상 기계를 산 후 난 엄청 바빠졌다. 육아휴직을 3월에 시작하는 근로자들이 많기 때문에, 또 제도가 좋아져서 임신 중에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게 되어서, 또 육아사후지급금 처리 건수가 기관평가 대상이라서, 그리고 코로나19 오미크론이 정점으로 가던 시기 가족돌봄비용 신청이 시작되어서 등등.
나의 글 쓰는 기계는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장소에서 언박싱 행사를 거창하게 한 후, 하얀 박스에서 한 번 나오자마자 하루 만에 다시 박스 안으로 들어간 후 나올 일이 없게 돼버렸다. 한 달 정도 시간이 지나자 남편이 00 패드가 잠들어 있는 게 너무 안타깝다며 꺼내서 넷플릭스를 보기 시작했다.
글 쓰는 용도로 산 건데,
카페에서 음악 들으며 글을 써 보려고 산 건데,
어찌하랴! 나의 시간은 회사에 가고 집에 오면 다 사라져 버리는 것을.
더 시간을 붙잡고 싶었지만 꺼져 가는 내 눈을 다시 뜨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가 요즘 ‘상대적’, ‘절대적’이라는 단어에 깊이 빠져있는 큰 아들의 말이 떠올랐다.
“엄마? 시간은 절대적이라고 생각해? 난 상대적인 거 같거든, 근데 요즘 헛갈려”
“토요일은 너무 빨리 가고, 싫어하는 과목이 있는 요일은 너무 늦게 가.
그런데 가끔 내가 좋아하는 과목이 있는 날인데 시간이 너무 늦게 가는 날도 있어, 그럼 시간은 절대적인 거야?”
나는 시간을 절대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가.
나도 시간이 상대적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결국 시간의 가치도 내가 선택하는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