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사리도 지나 이제 달도 접히고
한꺾기에 물도 잠잠히 들고 나길래
얌전히 숨대롱 하나씩 허공에 담가놓고
뻐끔뻐끔 통영 가을바람 쐬던 가리비들은
어스름 갈퀴질에 긁혀 바께스로 잡혀가서는
흔들흔들 트럭을 몇 번이나 갈아타더니
재워놓은 얼음이 채 녹기도 전에
어느 집 문 앞에 털썩 던져졌다
겁에 질려 입술 앙다문 가리비들을
맑은 물에 굴려 잘각잘각 헹구어 주고
하나씩 조심히 들어 올려 가려운 등어리
쇠수세미질 벅벅 긁어 달래주고 나서
꽃소금 몇 술 휘휘 저어 대충 만든
가짜 바닷물에 차곡차곡 가라앉혀
그물배 퇴근하는 통항로 아래인 양 웅웅거리는
캄캄한 냉장고 맨 밑 칸에 한참을 넣어두면
그제사 가리비들은 보골보골 조심히 입을 열어
한마디씩들 재갈재갈 떠들어 대기 시작하는데
머꼬 여 어데고
야들아 우리 집이다 집
다부 돌아온 거 맞제
우리 인자 살았다 살았어
이놈저놈 꺼억꺼억 목 놓아 울어대며
목구멍 너머 삼키고 있던 설움들 탁탁 토해내고
행여 길 잃을까 꼭 쥐고 있던 모래알도 털어내고
애가 타들어가 고인 시커먼 구정물도 뱉어내고 나면
솔 안 닿는 속살까지 새뽀얗게 헹궈질 때까지
나는 그렇게 잠자코 모른 척 있다가
얼른 나가 맑은 소주 한 병 받아놓고
찜솥에 한가득 물이나 팔팔 끓여놓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