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내 거짓말을 들려주고 싶지도
행여 너의 불안이 궁금하지도 않은
그날이 마침내 오늘이 되었고
일단, 안녕.
더이상 아무것도 구르지 않는
오늘 이 낮은 곳에서
우리 얼른 작별을 결행하자.
이제 우리 다시는
일생의 한 자취도 교차하지 않도록
이토록 껌껌한 심야의 뒷길로만 내달리며
깊이 고개 숙여 얼굴 없는 행인으로 지나고
혹시나 익숙한 목소리에 뒤돌지 않도록
숨죽여 소곤소곤 우는 법을 배우자.
오래 묵은 신앙의 창세기처럼
기적처럼 기록된 첫 만남의 순간은
돌아보면 가련한 미신의 한 조각.
끝끝내 순교의 영예를 맞지 못한 우리는
그저 잠깐 편리했던 관계의 거짓 순례자일 뿐,
위태롭게 엇기댔던 등짝을 배교背交하며
멀리멀리 가혹한 추방의 심판을 선고하자.
추억은,
병적이고 무질서한 통속의 낙서처럼
가벼이 쓰이고 또 쉽사리 덮일 테지.
밑도 끝도 없이 써 갈긴 한낱 촌평의 레퍼토리,
이 길에서 잠깐 태어나
이 길에서 쓸모를 다했으니
이 소로小路 위에 짧은 노제도 없이
이대로 유기하고 돌아서 버리면
기억 감퇴의 너그러운 축복이
가장 먼저 지워내 줄 텅 빈 농지거리.
우연이 거듭될까 경계하는 그 마음
부디 잠시라도 해이하지 않기를.
우리 죽어 의지를 다한 뒤에라도
뼈거름 한 톨이나마 두 번 다시
화학반응 일으킬 위험조차 없도록
멀리 저 멀리
죽음마저 마주치지 않는 곳으로
우리 이 우주에 내던져진 두 개의 점처럼
계속해서 멀어지고 멀어진 후
멀어져서 멀어지기만 하자.
우주의 모든 에너지가
영원토록 평형해지는 그날까지.
일단,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