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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앓느니 쓰지 Aug 08. 2018

상식대로, 룰대로 해서는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없다

No.3 <다윗과 골리앗>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건 당연하다. 왜냐하면 당시의 골리앗은 중보병이었고 다윗은 투석병이었기에. 그 거구가 그 무거운 갑옷을 입고 시속 약 120 km로 날아오는 돌맹이를 피한다는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윗은 전략가였다. 그래서 골리앗이 방심한 틈을 노려 단 한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물맷돌을 던져 골리앗의 인중에다 꽂았다. 골리앗 입장에서는 "다윗 네 이 노~~~옴....읔" 대충 이런 식이다. 다윗은 '중보병과 중보병이 일기토를 해야 한다'는 당시의 상식을 흔들었는데 어떤 요행이나 깡으로 그런 행동을 한건 아니었고 철저한 전략과 뒤도 안돌아보는 실행력이 있었을 뿐이다. 또한 다윗에게는 경험이 있었다. 양을 치면서 사자와 곰을 상대했던 경험. 사자와 곰이 자신에게 다가오기 전에 돌을 던져야 자신이 살아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학습이 있었기에 유사 상대인 골리앗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다윗은 경험을 바탕으로 전략을 짜고 실행하는 사람들의 아이콘이다.


상식대로 해서는, 룰대로 해서는 절대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없다. 월드컵에서 아이슬란드가 아르헨티나와 비겼던 것 처럼. 아이슬란드는 특유의 수비축구로 아르헨티나를 질식시켰다. 개별적인 실력에서 누가 봐도 아이슬란드는 아르헨티나에 비교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11명이 다 수비를 하는 전략을 짰다. 11명이 다 수비를 한다는게 말이 쉽지 축구에서는 굉장히 고급 전략에 속한다. 11명 전원이 마치 한 사람이 뛰는 것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니까. 그런데 아이슬란드는 인구가 34만명 밖에 안되는 나라니까 어려서부터 함께 뛰던 선수들이 그대로 성인이 되어서도 같이 발을 맞추는 환경이었다. 인재 풀이 넓어야 좋은 인재가 많이 나온다는건 상식에 속한다(중국은 예외). 아이슬란드는 상식을 깼고 누가 봐도 열악한 그 환경이 아이슬란드에게는 오히려 강점이 되었다. 그리고 '판을 흔들어볼 용기'가 되었다. 환경을 극복하고 골리앗한테 한 방 먹이는 서사 구조. 아이슬란드는 이번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 다음으로 주목받는 팀이었다.


책 <다윗과 골리앗>은 실제 다윗처럼 골리앗을 이겼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추적하고 분석하는 방식으로 쓰여졌다. 그 추적의 과정에서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은 굉장한 인사이트를 얻은 것처럼 쓰고 있지만 사실 그 비법은 그렇게 신선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이 의미있게 읽혀지는 이유는 그 평범한 진리들을 실천했던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에 있었던게 아니었을까? 내 다이어트나 영어공부처럼 '당연히 안될거야'하는 자조를 뛰어넘은 사람들의 이야기였기에 의미있는 책으로 분류되는 것 같다. 거기에다 경험, 분석, 전략, 실행 중에 다윗에게 있어 가장 위대한 덕목으로 평가되는 것은 결국 실행이었는데 그 실행의 영역까지 진출한 다윗과 이 책의 주인공들이 대단했던 것이다. 교회에서는 그 실행의 측면에 있어 하나님의 도우심이 있었다고 가르친다. 나도 가끔 실행의 용기는 '신의 영역'에 속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그러고보면 성경에는 말도 안되는 용기로 이상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잘 살고 있던 갈대아 우르(우리로 치자면 청담동)를 떠나 가나안으로 나아간 아브라함이나 주의 말씀 의지하여 깊은 곳에 그물 던진 베드로 같은 사람들 수두룩 빽빽이다. 그런거 보면 말콤 글래드웰이 첫 부분에서 다윗의 위대함을 역사학적, 사회학적 분석의 틀로 그럴듯하게 설명했지만 결국 골리앗을 쓰러뜨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용기'라고 말하는 것 같았고 바로 그 부분이 특히나 식상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내가 다이어트 성공의 놀라운 비법을 말해줄게. 그것은 운동과 식단조절. 이런 식이다.


윗 문단까지가 서평이고 이건 아예 딴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다윗의 삶을 좋아한다. 내가 헐리웃 제작자였으면 반지의 제왕처럼 다윗 3부작을 만들었을 텐데. 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골리앗을 이긴 다윗은 결국 나중에 스스로 골리앗이 된다. 왕이 된 다윗은 자신의 부하였던 우리아의 아내를 범하고 우리아를 최전방에 보내 죽게 만든다. 이 이야기는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책 내용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렇게 지혜있고 전략적이고 용기있던 다윗이 왕이된 후 망가지는 결과들을 보며 혹시 이 책에 나왔던 많은 다윗들의 결론은 어땠을까 궁금해 지기도 한다. 결국 자기개발서의 한계는 다 이런 것이 아닐까. 성공한 사람들은 지금 다 무엇을 하고 있나. 다들 청년 다윗이었고 순수했을텐데... 청년 때의 다윗은 지혜로웠고 왕이 된 다윗은 교만했고 결국 자신에게 반역하는 아들을 남겼다. 책 <다윗과 골리앗>을 삐뚤게 본다. 다 좋다. 그들의 위대함을 인정한다. 그런데 그들의 결국은 어땠을까. 이상한 결론. 이번 서평은 0점이군.


앓느니 쓰지 인스타 @changyeon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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