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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앓느니 쓰지 Aug 17. 2018

김봉철 혹은 나만 알고 싶은 병신

No.7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김봉철 혹은 쓰레기

김봉철. 독립출판계의 전설같은 인물. 이 판에 마크 주커버그나 앨론 머스크는 몰라도 김봉철이라는 이름은 한 번 들어봤을 것이다. 30대가 되도록 엄마한테 붙어 먹으면서 자신을 쓰레기로 비하하는 블로그를 운영하더니 어느덧 블로그는 10년이 넘었고 누적 방문자수도 130만명이 넘었다. 모르긴 몰라도 주커버그나 머스크도 엄마한테 그렇게 빌붙어 먹으면서 블로그 방문자수 130만명 넘기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 스스로를 '나만 알고 싶은 병신'으로 포지셔닝 하던 그는 벌써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이하 삼백쓰)와 <봉철비전> 2권이나 책을 낸 작가다. 심지어 <삼백쓰>는 벌써 2쇄를 넘어 이제 3 찍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두번째 책 <봉철비전>은 독립출판물 제작을 위한 가이드북으로 이제는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한테 강연도 하고 돌아다닌다는데 이 정도면 가끔 달리는 '쓰레기 코스프레'라는 악플이 어느정도 이해는 간다. 그는 이제 작가들의 작가가 되었다. 어떤 쓰레기가 이렇게 화려하게 빛날까. 그 정도 쓰레기면 줏어다가 우리 집에 진열하고 싶을 정도다. 그는 이제 독립출판계의 고정픽이다.


김봉철 혹은 플로리다 프로젝트

개인적으로 <플로리다 프로젝트>라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영화만큼이나 이 영화에 만점을 준 평론가 김혜리의 평을 좋아하는데 그녀는 이렇게 썼다. "타인의 곤경을 동정하거나 착취하지 않는 휴머니즘의 예" 우리는 타인의 곤경을 동정하거나 착취하는데 너무나 익숙하다. 그리고 그것을 속칭 '휴머니즘'이라는 포장으로 정당화시키려고까지 한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플로리다 지역에서 힘들게 사는 미혼모 모녀 가정을 중심 주제로 그리지만 단 한순간도 동정과 착취의 시선으로 그 둘을 바라보지 않는다. 영화는 오히려 그녀들이 둘이 있을 때 가장 행복해 보이고, 가끔은 우리가 '일반적'이라고 말하는 가족보다 훨씬 더 화목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한 그들의 모습에 나는 오히려 교육과 가족의 대안적인 모습마저 읽었다. 그런데 우리의 오지랍은 가끔 휴머니즘이라는 색안경 뒤에서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삼백쓰>를 읽기 전 그 오지랍의 경계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책을 읽고 내가 어설프게 그에 대해 동정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어떡하지?' '그가 스스로를 쓰레기로 칭하며 자조하고, 유년시절의 아픈 기억을 꺼내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괴로움을 말할 때 나는 그를 향한 동정과 착취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는 읽기도 전에 경계했다. '그래도 내가 쟤보다는 났지 하는 우열감'이나 '어쩜 좋아 저렇게 불쌍한 삶을 살았다니' 하는 동정심을.


김봉철 혹은 작가

그러나 막상 열어본 책에서 김봉철은 완벽한 작가였다. 작가는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녹여 하나의 창작물을 완성한다. 그리고 독자들이 그 창작물을 가지고 놀아주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무플보다 악플이라고. 김봉철은 자신을 향한 욕, 비난, 동정, 연민 그 어떤 것에도 자유로운 작가다. 그런면에서 작가는 곧 연예인이고 엔터테이너다. 책을 읽으면 의외로 작가 김봉철을 내 육성으로 '이런 쓰레기!' 하고 부르는 지점들이 점점 늘어난다. 동정하거나 착취하지 않고 그냥 비난하게 된다. 내 경우에는 그가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이런 쓰레기를 연발할 수 밖에 없었는데 비록 그가 과거에 학대와도 같은 훈육을 받았지만 어머니는 어린시절의 김봉철에 대한 속죄의 마음을 평생의 업보처럼 지니고 사는 인물인데 김봉철은 그런 어머니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희화화한다. '효자 김봉철' 이라는 챕터에서 부모님과의 관계를 그린 글을 보다보면 처음에는 유년시절에 대한 좋지 못한 기억으로 부모님(특히 엄마에 대한) 잘못된 관계 적립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게 되지만 계속 보다보면 점점 아, 이런, 쓰레기를 연발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바로 그 필터링되지 않은 의 태도를 보고 '김봉철은 완벽한 작가다' 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를 동정하는 착취하든 가지고 놀든 상관없어. 독자라는 고객이 나로 인해 후련하길, 상대적 안도감을 얻길, 도덕적 우위에 서길 바래. 나는 프로페셔널이니까. 나는 그렇게 읽었다. 그는 숙성된 쓰레기였다. 확실히 인간 쓰레기 분야의 권위자다.


그리고 독립출판에 대하여

<삼백쓰>는 그 어떤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낄 필요가 전혀 없이 읽을만한 책이다. 김봉철은 선수고 이 책은 마스터피스다. 개인적으로 돈 주고 구매한 첫번째 독립출판물이다. '쓸데없는 노파심'이 인생 주특기 3개 중 하나인 나는 독립출판물의 부흥을 소심하게 빌어보기 시작했다. 독립출판물은 계산을 싫어하고, 계산이 안 서기 때문에 재미있다. 상업성을 이유로 출판을 외면당한 작가와 글감들이 독립시장이라는 좌판에서 생새우처럼 팔딱팔딱 뛴다. 말이 좋아 주커버그니 머스크니 너스레를 떨었지만 작가 김봉철이 독립출판으로 얼마나 부자가 되겠나. 그러나 부자가 안 되더라도 수퍼스타가 되었음 좋겠다. 나만 알고 싶은 수퍼스타. 최애작가. 우리 고정픽. 돈 많이 버셔서 엄마한테 고기사주는 그 날이 속히 오시길. 이미 오셨나? 그렇다면 DUIT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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