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역사 공부를 시작해 본다
*2017년 6월 6일 부터 2018년 6월 18일까지 377일 동안 총 28개국 115개 도시 세계일주를 다녀 왔습니다. 세계일주를 하는 동안 아내의 브런치(brunch.co.kr/@somangkim) 기생하다가 방금 막 독립했습니다. 이 곳에 여행 이후의 삶을 기록합니다. 뜨끈뜨끈 합니다.
좋은 여행은 언제나 공부하고 싶게 만든다. 장기 세계여행은 여러모로 권할 것이 많으나, 어떤 지역을 조금 더 깊게 알아보고 여행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매우 큰 단점이 있다. '선 공부 후 여행'은 여행지의 즐거움을 1000% 정도 높여준다는 것을 우린 매우 공감했지만 잦은 이동과 무한히 반복된 교통과 숙소 예약은 늘 우리를 지치게 했고 그나마 '여행 중 공부'하는 수단은 위키피디아나 나무위키 정도였는데 그런 얕은 지식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지식에 대한 갈망같은게 있었다. 특별히 우리가 지나온 루트 중에 가장 호기심을 자극한 주제는 발칸반도와 남미의 역사였다. 20세기 발칸반도를 휩쓸었던 잔혹한 내전의 역사와 독립이후 남미 국가들이 취했던 정치 경제적 노선들이 여행을 하며 궁금해졌다. 성실하고 명민한 여행자였다면 그 와중에 전자책도 다운 받고 영어로 구글링도 하면서 지적 유희를 즐겼겠지만, 우리는 아니 국내에서도 성실했던 기억이 별로 없었던 내가 외국나가서까지 어찌 부지런할 수 있었겠냐는 말이다. 일단 숙소에 도착하고 와이파이를 잡으면 한 2시간은 유튜브와 함께 침대속으로 침전했다.
여행중에 "왜 남미 사람들은 그렇게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미워하지 않는걸까?" 하는 질문을 던졌었다. 우리나라에 만연한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반일감정'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미의 역사를 보면 스페인 사람들이 와서 남미 원주민에게 행했던 수탈의 역사는 일제 못지 않은데 그들은 왜 그렇게 쉽게 스페인을 용서하는걸까 싶었다. 그들이 무딘건가 아님 우리가 예민한건가. 사실 이 질문을 남미에 있는 현지인 친구들한테도, 남미 거주 한인들한테도 여러번 질문했었다. 가장 많이 돌아오는 답변은 1)일단 스페인, 포르투갈이 남미를 굉장히 오랜시간(500년) 동안 지배했고 2)남미가 독립을 성취한지 꽤 되어서(200년 정도?) 라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나름 일리가 있었다. 일본이 우리를 지배한게 33년이었고 광복한지 이제 80년이 다 되가니 우리와는 확실히 다른 결의 역사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세계여행을 마친 후 들었던 첫번째 책 『라틴아메리카역사 다이제스트 100』에서 나는 남미 사람들이 스페인, 포르투갈을 그리 미워하지 않는 또 한가지 이유를 발견했다. 스페인이 남미를 최초로 발견하여 식민지로 만든 이후의 지배기간은 위에서 말한대로 꽤 길었다. 그런데 이 기간이 꽤 길어지면서 초기의 갈등은 주로 '원주민과 스페인인'의 갈등이었다. 그런데 한 세대 그리고 두 세대가 지나가면서 갈등의 양상은 점차 변화했다. 남미의 식민지 시대 말기의 갈등은 '남미에서 태어난 스페인인(크리오요)'와 '스페인에서 파견된 스페인인(바술라르)'의 대결로 바뀌어 갔다. 결국 대부분의 남미 근대국가의 시초는 바술라르에 대한 크리오요의 저항의 결과라는걸 이 책을 통해 알게됐다. 그 말인 즉슨 남미의 독립은 원주민의 독립이 아니라는 것이고 '스페인에 대한 스페인의 독립'이라고 이해하는게 맞는거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런데 사실 이런 역사적 사실도 무의미한게 위에 말했던 것처럼 남미 근대국가의 독립이 된지도 이제 시간이 한참 지나서 백인(스페인인), 원주민 구분도 다 무의미하다는 것. 남미의 역사는 기존에 살던 원주민, 침략한 백인, 아프리카에서 데려온 흑인 노예들이 뒤섞여 엄청나게 메스티소, 물라토, 삼보 등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다. 그 다양한 인종이 이제 미국까지 진출해 흑인보다 더 많은 히스패닉이 미국에 살고 있지 않는가? 라틴아메리카인들은 어떻게 보면 중국인들보다 더 대단할지도 모르겠다. North, South America 안의 히스패닉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역사 다이제스트 100』이 책은 남미 역사에 대해 관심은 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될지 모르겠는 사람한테 매우 귀한 책이다.(사실 이런 수사는 너무 식상하지만) 들어는 봤으나 아는척하기는 뭐했던 마야문명, 잉카문명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20세기 남미를 흔들었던 체 게바라, 살바도르 아옌데, 피델 카스트로 등 남미의 정치 경제를 알고자 하는 입문자들에게 매우 쉽게 설명하는 귀한 책이다. 쉬운 책들이 늘 그렇듯 많은 정보를 다 담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500여페이지 분량 안에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역사를 최대한 자세하게 소개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선거-쿠데타-하야-선거로 반복되는 20세기 라틴아메리카 혼도의 역사 속에서 미국이 행했던 은밀하고도, 계획적인 내정간섭 흔적들을 보면 정말 지구최강 얄미운 국가는 미국이구나 싶고 또 그렇게 얄미우니까 우주최강 천조국이 될 수도 있었겠지 싶다. 애니웨이 좋은 여행은 공부하고 싶게 만들고 나는 남미 공부의 첫 걸음으로 이 책을 들었다. 다음으로 궁금한 남미는 '베네수엘라는 왜 망하게 되었나?' 하는 부분과 '남미 문화예술사' 뭐 요딴 것들이 궁금하다. 역시 세상은 돈 안되는게 제일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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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느니 쓰지(남편) 인스타 @changyeon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