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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앓느니 쓰지 Aug 29. 2018

마케팅의 아버지가 쓴 마케팅 교과서

No.10 <마켓 4.0>_필립 코틀러 외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코틀러는

마케팅의 진화를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마켓 1.0 - 제품 위주의 마케팅
마켓 2.0 -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
마켓 3.0 - 인간 중심의 마케팅
마켓 4.0 - 고객 경험 중심의 마케팅 (저자가 명확히 마켓 4.0 시대를  정의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것이 경험인 시대  

어떠한 소비재를 사든 무엇을 사느냐보다 사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대가 되었다. 어 물건을 살 때 (그것에 물성이 있든 없든) 우리는 관련하여 어떤 브랜드가 있는지 알아보고(인지_Aware), 그 중 괜찮아 보이는 것들을 간추리고(호감_Appeal), 각 브랜드들이 갖는 장단점을 찾아보고(질문_Ask), 사기로 결정한다(행동_Act). 여기까지가 이전 시대에 규정한 소비단계였고 여기에 저자는 또 하나의 행위를 추가하는데 구매 이후브랜드에 대해 강력한 충성심을 갖는 단계(옹호_Aadvocate)까지. 영어의 앞자리만 따서 이 단계를 '5A 전체의 고객 경로 지도' 라고 설명한다. 자 이제 마케터는 각 단계에(혹은 단계와 단계 사이에) 숨어서 고객이 매끈하게 각 단계를 지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돕는다'는 말의 사전적인 의미와 달리 마케터로서 소비자를 돕는 행위에서 그 본심을 들키지 않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고객과 기술은 발전했고 브랜드는 넘쳐나니까. 그러나 안심하라 마케터도 계속해서 진화중이다.


필립코틀러는...


'누가 이런 소비행위를 잘 하는지',

'그들은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는지',

'그래서 마케터는 뭘 해야 하는지'


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1. 누가 이런 소비행위를 잘 하는지?  


필립코틀러는 현대사회에서 주목해야 하는 소비주체로 젊은이, 여성, 네티즌을 꼽았다.


'40대는 30대의 문화를 따라하고 30대는 20대를, 20대는 10대를 좇는다'는 소설가 장강명의 말처럼 문화권력과 나이는 언제나 반비례한다. "요즘 애들은 모르는거 있을 때 네이버 지식in 잘 안해요. 유튜브 검색하지"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충격이었다. 최근에는 "요즘 10대는 페북이나 인스타 잘 안해요. 거기 유입된 아줌마 아저씨가 너무 많아져서" 라는 말도 들었다. 젊은 세대는 언제나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핵인싸 해야한다),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데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없다. 이 말을 뒤집어서 생각하면 그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고 브랜드와 상호작용하는 소비주체라는 뜻이다. 이정도면 마케터에게 젊은이들이 핵심공략 대상임이 분명하다.


또한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제품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즐기고, 장단점을 파악하는데 능하며, 때로는 감성적인 마케팅에 솔직하게 반응한다. 심지어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에도 관심을 기울여 마케팅의 민주화에도 일조한다. 한 때 양성평등 이슈 관련하여 우리 사회에 역차별이 만연하다는 주장의 근거로 누군가가 백화점의 여성전용주차장을 예로 든 적이 있다. 그 사람은 양성평등을 주장하는 측면에서는 그럴듯한 근거를 제시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성전용주차장은 백화점의 마케팅이다. 백화점 매출 성별 비율을 굳이 조사할 필요도 없다.


그러면 소비주체로서의 네티즌을 공략해야 하는 이유는? 이걸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2. 그들은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는지?


고객이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상호작용 속에서 살아가는 디지털 시대에는 인간적인 브랜드가 가장 매력적이다. 인간의 성격을 닮았고, 고객과 동등한 친구 자격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인간 중심의 브랜드를 찾는 경향이 강해졌다. (p148)

마케팅을 위한 기술들은 끊임없이 발전한다. 관련하여 아래의 글을 추천한다.


[크고 깊게 마음을 읽는 데이터를 만든다: ‘빅 디퍼’ 신주리 팀장 인터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케팅 전략을 짜는 <빅 디퍼>라는 회사의 신주리 팀장을 인터뷰한 글인데 내용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저희는 팔 수 있는 일이면 다 해요"다. 설문조사, U&A(Usage&Attitude),  소셜리스닝, 비저닝, GA 등등등등 마케팅을 위한 온오프라인 모든 전략을 다 쏟아부어서 '어떻게든 팔리게 한다'는게 이 회사의 핵심이다. 인터뷰를 보면서 참 마케팅 제대로 하는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마케팅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관련 기술은 소비자가 어디에 관심이 있고 그 관심이 실제로 구매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지구 끝가지 가서라도 찾아낸다. 어제 아내가 컴퓨터에 책 제목을 한 번 검색했더니 내가 들어가는 페이지마다 그 책, 그 책과 유사한 책, 그 책을 쓴 저자의 강연까지. 성난 사자와 같이 광고들은 어떻게든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으르렁 거린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기술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인간적인 브랜드'를 더욱 더 선호한다고 말한다.


마케팅에 있어서 기술은 결코 '메인 툴'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고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 기술은 보조적으로 사람들이 어디로 지나가는지를 파악할 뿐 전면에 나서서 '팔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매력적인 친한 내 친구'가 되길 원한다. 마케팅이 진화할수록 고객들은 마케팅 계책에 '당한다'고 느낀다. 우리가 재미있게 본 영상들, 내게 도움이 되는 행사, 가끔은 얼굴이 찌푸려지는 사건들이 결국 어떠한 물건을 팔기 위한 행위라고 느껴질 때 우리는 배신감을 느낀다. 거기에다 그 모든 행동들이 AI와 같은 슈퍼컴퓨터들의 철저한 계산이라는걸 알게될때 배신감은 분노로 진화한다. 필립코틀러는 이러한 환경속에서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덜 위협적으로 느껴져야 한다고 말한다. 정직하고 결점을 인정하고 완벽해 보이는 척하는걸 중단해야 한다. 그가 말한 인간중심적 브랜드의 여섯 가지 특성은 책 전체를 읽지 않더라도 한번 쯤 새겨두면 좋다.


*인간 중심적 브랜드의 여섯 가지 특성
1. 물리성 - 외모 - 구글
2. 지성 - 혁신 - 테슬라
3. 사회성 - 커뮤니케이션 - 자포스
4. 감성 - 공감 - 도브
5. 인격성 - 정직 -  파타고니아
6. 도덕성 - 사회참여 - 유니레버


  3. 그래서 마케터는 뭘 해야 하는지?  

위에서 말한 신주리 팀장의 말대로 '마케터는 팔 수 있는 모든 전략을 다 해야한다' 여기까지는 모든 마케터들이 그렇게 하는거고 핵심이 하나 빠져있다. 모든 수단을 다 이용하되 '티나지 않아야 한다'. 스텔스 마케팅이라고 스텔스 전투기처럼 고객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고 주변을 맴돌다가 어느샌가 보니 '어머 이거 마케팅이었어?' 하는 마케팅 기법이 있다. 스텔스마케팅에 현대 마케팅의 현실이 다 들어가 있는 것 같다. 마케터를 채용하는 공고를 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멘트들이 있다 "트랜드에 민감하며,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협업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저런 능력이 있으면서도 자신의 의도를 숨기고 고객한테 접근하는 닌자같은 사람을 요구하는건데 가끔 보면 현대 마케터들은 종종 불쌍하다는 생각도 한다. 그만큼 우리가 사는 세계가 채널의 난립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소비자들로 인해 혼란의 카오스를 겪고 있다는 방증이다. 레퍼런스는 쌓일 대로 쌓였고 팀장들은 어디서 들은게 또 있어서 쪼고 쪼고 쪼고 마케터란 결국 '끝없이 공부하는 사람'의 동일어라고 생각했다.


이런 복잡계의 상황일수록 필립코틀러는 핵심은 '진정성'이라고 말한다. 역시 마케팅의 아버지 같군요. 모든 껍데기는 벗어던지고 진짜 너를 발견하라고 문답하는 고승처럼....은 개뿔 저런 식으로 두리뭉술하게 말하면 대체 이 책을 누가 보나 싶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진정성이라는 치트키. 그런데 이 말을 듣고 예전에 배우 손현주하고 같은 드라마에 출연했던 어떤 배우가 토크쇼에 나와서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가 손현주에게 "선배님 어떻게 하면 선배님처럼 연기를 잘 할 수 있나요?" 물었을 때 술에 취한 손현주의 대답은 "뭘 자꾸 하려고 하지마" 였다. 연기도 그렇고 마케팅도 그렇고 뭘 자꾸 하려고 하지 말아야 성공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건 아닐까. 그니까 이제 마케팅팀 다 같이 손 놓고 놉시다! 그런게 아니라 작금의 소비현상의 핵심은 뭔가를 억지로 추진하려다가, 소비자를 어떻게든 결제페이지로 끌고 오려다가, 자극적인 광고들을 내보낼수록 외면받는 시대가 아닌가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건 인내심이 아닐까? 묵묵히 삼겹살을 숙성시키고 숙성시키다가 대박이 터지는 맛집같은 그런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마! 이기 마케팅이다!




 '진정성'이라는 말처럼 어렵고 무서운 말이 있을까? 아니 '진정성을 보여주라'는 말처럼 아이러니한 말이 없다. 내 마음을 보여줬는데 그거 말고 진짜 네 마음을 보여주라니. 차라리 '오빠가 다 잘못했어' 라고 말하는게 편할거 같은 느낌이다. 지금 뭔가를 팔아야 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이 책 마지막 프롤로그의 제목이 이거다. <즐기고, 경험하고, 참여하라! '와우'> 필립 선생님. 그러니까 어떻게요... 이 책은 마케팅의 교과서 같은 책이다. 모두 다 교과서를 읽지만 모두 다 교과서를 알지는 못한다. "교과서로만 공부했어요" 라는 말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냥 비아냥의 소재지만 가끔 교과서만 파다 전교 1등하는 애들 얘기를 종종 듣는다. 교과서는 고루하고, 평범하고, 매력적이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화려한 인강강사의 퍼포먼스에 속다가 울며 재수를 결정한다. 누가 <마켓 4.0>으로 전교 1등이 될까? 그런 사람이 나오면 나랑 같이 비아냥 거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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