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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앓느니 쓰지 Sep 06. 2018

젖먹던 힘을 다해서 힘을 빼라니깐!

No.12 <Super Normal>_후카사와 나오토, 제스퍼 모리슨

어떤 일이든 힘을 뺀다는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힘을 빼기 위해서는 일단 힘을 줘야 하는데 젖먹던 힘까지 아둥바둥 쥐고 있는 사람에게 힘을 빼라는건 폭력이다. 야구에서 투수코치는 투수에게 언제나 80%의 힘으로 던지라고 말한다. 가끔 퍼팩트게임이나 노히트노런을 한 선수의 인터뷰를 보면 그 주에 꼭 감기에 걸렸거나 장염에 걸렸다고 말하는 선수들을 종종본다.


힘을 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욕심을 내려놓는 일이다. 최고의 요리사가 최고의 식자재를 가지고 별다른 조리를 하지 말고, 조미료를 최소화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받아들이기가 쉬울까. 초반에 담담하고 괜찮다 싶던 드라마가 10회를 넘어가면 여지없이 쓸데없는 무리수를 둔다. 그럴때마다 '아 역시 신인작가에게 너무 큰 기대를 했나' 하고 생각한다. 평범한 연기가 가장 어렵고, 목소리만으로 청중을 휘어잡는 가수는 10년에  한 번 나온다. 멀리갈 것 없다. 내 글쓰기에 가득한 잡근육을 얼른 좀 뺐으면 좋겠는데...


슈퍼노멀 제품이 창조적이지 않다는 뜻이 아니고, 창조적 노력을 제품의 시각적 측면에 덜 쓰는 대신, 자기 역할 및 환경과 균형을 이루는 제품을 만드는 데 더 집중한다는 의미입니다. (p110)


디자인을 할 줄 모르는 사람도 디자인에 대해 말하기는 쉽다. 결혼하기 전 우리가 가장 자주 갔던 데이트 코스는 아울렛의 생활용품 코너나 마트의 식품코너였다. 말끔하게 곡선으로 빠진 올리브유병을 보면 와 이건 정말 한번 먹어보고 싶어지고, 투박하지만 기능에 집중하는 물건에는 괜히 애착이 갔다. 나중에 같이 살게 되면 우리 집 인테리어 컨셉은 꼭 깔끔함으로 하자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이 잘 지켜진건지. 모르겠다. 힘이 들어간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화려한 디자인은 모두 나쁘다는 잘못된 결론도 맞지 않는다. 겉모습보다는 본질이 중요하다는 디자인 교수님들의 말에 학생들은 얼마나 점만 찍어서 과제를 내고 싶었을까? 그냥 좋은 디자인은 상황에 맞는 디자인인거 같다. 화려하더라도 논리가 있으면 괜찮고, 평범하더라도 평범하기만하면 재미가 없다.


Super Normal 과 Simple Luxury는 통하는 거겠지.


'슈퍼노멀'은 아름다움을 디자인하기보다는 편안해 보이고 기억에 남을 일상적 요소를 디자인하는 데 더 관심을 둔다. '화려하거나' 혹은 '시선을 사로잡는' 그런 것이 절대 아니다. 의도적으로 꾸미지 않았지만 '아니다' 싶으면서도 어딘가 끌리는 그런 매력이다. 마치 새로운 디자인을 기대하면서 무언가를 바라볼 때, '별로네' 혹은 '그저 평범하네' 하는 부정적 첫인상이 '근데 썩 나쁘지 않네' 하고 바뀌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처음의 감성적 거부감을 극복하다 보면, 육감적으로 왠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듯한 매력을 느끼고, 이상하게도 친숙한 끌림이 있다. 우리를 마구 흔들어 제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성질을 지닌 것들이 '슈퍼노멀' 이다.(p21)


슈퍼노멀한 사람이 되고 싶다. 씬이 어떻든 신경 안쓰는 사람.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압박에서 자유로운 사람. 자세히 보아야 이쁜데 부러 이쁘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 사람들이 당신을 슈퍼노멀이라고 불러요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슈퍼노멀? 그게 뭔데? 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디자인, 역사, 철학, 트랜드, 기술, 인간관계, 남눈치, 인싸, 급식체, 옆집아들 어디 대학 갔는지, 831 부동산 대책으로 이 동네 아파트값이 얼마나 뛰었는지 그런거 관심없이 오로지 어떻게 하면 80%의 힘으로 우타자 몸쪽 낮은 코스에 직구를 한방 꽂아넣을지 그것만 생각하는 그런 투수가 되고 싶다.


기능에 집중하고 감정을 자제하면, 사물과의 관계는 더욱 흥미로워지고, 사물에 대해 친근감이 형성됩니다. 어찌 보면, 이는 특정 물건이 겸손하고 자기를 내세우지는 않지만 기능 면에서 완전무결한 경우죠. 서로가 아첨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인 관계가 일본 미의식의 기반입니다.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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