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앓느니 쓰지 Sep 11. 2018

CEO보다 브랜드를 더 잘아는 브랜드마케터들의 이야기

No.13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_이승희, 정혜윤, 손하빈, 이육헌

배달의 민족 마케팅실 장인성 이사의 강연을 들었던 적이 있다. 배달의 민족, 마케터, 브랜딩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건 회사와 직원에 대한 그의 지론이었다.


회사가 직원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복지는 높은 급여가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_배달의 민족 장인성 이사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말이 참 멋진말이라고 생각하는 한 편 마음 속에 괜한 딴지가 걸렸었다.

'저건 관리자, 상급자의 입장이고 그 밑에서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저렇게 생각할까?' 말 그대로 괜한 억지.

그 딴지는 오래가지 않아 풀렸다. 이 책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의 저자 중하나인 배달의 민족 브랜딩실의 이승희 마케터의 말을 통하여. 그녀의 글들을 하나하나 읽다보면 그녀가 얼마나 배달의 민족이라는 브랜드를 사랑하는지와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하며 감사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느끼게 된다. 약간 부러울 정도로. 아니 많이 많이 부러울 정도. 이 시대에 이렇게까지 자기 회사와 구성원을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철든 남자라든지 청순하면서 섹시한 여자를 보는 그런 느낌. 그녀의 회사생활에서도 분명 받아드리기 힘든 상황들이 있을 거야, 대인관계 때문에 힘들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마주했을 때의 갈등이 있을거라는 괜한 팥쥐언니 같은 마음이 든다. 이게 다 부러워서 그런거다.


배달의 민족 이승희 마케터를 통해 브랜드를 열렬히 사랑하는 마케터의 모습을 보았다면 스페이스 오디티의 정혜윤 마케터로부터는 프로페셔널이라는게 무엇인지를 엿보는 시간이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실용적인 부분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 마케터라고 생각한다. 아마 가장 많은 회사를 옮겨 다녔기 때문이었을까? 마케터로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이 그녀가 더욱 성숙하게 했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 책을 보며 마케터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도 여러가지 실제적인 부분들을 알게되는 시간이었다. 그녀의 포트폴리오랄지, 마케터가 해야하는 일들 심지어 간트차트 작성하는 법까지. 굉장히 세세하게 마케터의 일을 설명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스페이스 오디티라는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들에 비해 생소했는데 책을 읽고 찾아볼 정도로 자세한 설명을 해 주었고 그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한 사람의 괴짜, 덕후 마케터가 자신이 사랑하는 브랜드를 만났을 때 그 브랜드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기대된다. 스페이스 오디티 중요체크닷!


에어비앤비는 이 책에 소개된 4개의 브랜드(배달의 민족, 스페이스 오디티, 에어비앤비, 트레바리) 중 나와 가장 밀접한 브랜드다. 나는 신혼여행도 에어비앤비로 갔고 우리 세계일주 중 26번 81박을 에어비앤비에서 잤으니 이 정도면 덕후까지는 아니더라도 쎄미덕후로 비벼볼만 하지 않을까? 그래서 에어비앤비 손하빈 마케터의 브랜드 전략이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외국계 브랜드가 우리나라에서 현지화되기 위해 분투했던 과정들이 흥미로웠고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성취를 이룬 젊은 마케터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그녀의 말대로 에어비앤비가 이제 캐즘(첨단 기술이나 신제품이 시장에 진출했을 때, 초기 시장과 주류 시장 사이에 존재하는 단절)을 넘어섰지만 개인적으로 아직도 생각보다 우리나라에 에어비앤비를 경험한 사람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잘 모르겠지만 숙박업 자체가 워낙 경쟁상대가 많고 짱짱하니 소개된 다른 브랜드들에 비해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지 않을까. 나는 에어비앤비를 매우 좋아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들도 있다. 몇 가지 기술적인 문제들과 초기와는 다르게 전문숙박업소들이 에어비앤비에 너무 많이 들어온 점들. 과연 이 부분을 에어비앤비는 어떻게 해결할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손하빈 마케터의 행보도 주목하고 싶어 그녀의 인스타를 팔로우 했다.


마지막으로 트레바리. 독서 모임 커뮤니티 '트레바리'는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서비스는 아니다. 팟캐스트 <이게 뭐라고>에서 윤수영 대표의 인터뷰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운동의 중요성을 생각하며 헬스클럽을 끊고 다니는 것처럼 우리 모두에게 있는 지적 호기심을 커뮤니티라는 매개체로 연결하는 비지니스 모델이 처음에 되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트레바리는 나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성장의 중심에 젊은 마케터 이육헌의 역할도 빛난다. 왓챠, 삼성전자에서 마케터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트레바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마케팅적인 부분의 아마츄어적인 모습들이 제법 많이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나는 특별히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의 마인드를 좋아한다. 3개월 19만원(전문 커뮤니티는 29만원)이라는 높은 가격 설정에 대하여 너무 비싸지 않냐는 사람들의 의견에 "트레바리의 가격을 낮출 생각은 없다. 생산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산업은 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단을 보여줬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무소의 뿔처럼 계속 가시길. 트레바리라는 브랜드를 통해 나를 포함하여 우리나라사람들의 지적근육들이 보다 세밀하고 튼튼해지길. 트레바리라는 브랜드가 더 건강해지길.


영 프로페셔널 젊고 능력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아져야 한다
_PUBLY 프로젝트 매니저 최우창



맞다. 나이를 먹는데 그 사람이 기여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갈수록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패널티가 되고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은 적어지는데 책을 내려는 사람은 많아지는 시대. 매우 중요한 목소리를 담은 책이 세상에 나왔다. 이 책에 참여한 4명의 저자 중 그 누구도 완전한 주니어는 없다. 마케터 3년차에서 10년차 사이. 올드 주니어 혹은 영 시니어인 사람들. 그들은 무언가를 이뤘다고 거들먹거리기 보다는 오히려 젊고 어린 사람들에게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겸손한 자세를 취한다. 마케터라는 업의 본질대로 계속해서 배우고 성장한다. 그들이 어디까지 갈까? 어디까지 가지 않아도 괜찮다. 이미 그들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배우고 있다. 정말 대단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젖먹던 힘을 다해서 힘을 빼라니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