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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앓느니 쓰지 Sep 08. 2018

EP8. 세계여행 그리고 101번의 액티비티

액티비티 리스트 만들다가 괜히 울컥해졌다

이번주에는 여행 액티비티 전문 플랫폼 회사 마케팅팀에 이력서를 넣었다. 지원자로써 뭘 어필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다 '아! 여행하면서 참여했던 액티비티를 소개하면 좋겠다!' 싶어서 리스트를 만들었고 세보니까 액티비티를 무려 101번이나 했더라. 그런데 세면서 생각하니까 액티비티라는 것의 정의가 모호한거라. 패러글라이딩이나 트래킹은 당연히 액티비티인데 미술관 가고 프리워킹투어 한 것도 액티비티야?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기준을 이렇게 정하기로 했다. '상품으로 팔 가능성이 있으면 액티비티다!' 양심상 공원가고 그런거는 액티비티에서 뺐지. 그렇게 끼워맞추고 맞춰서 101개가 되었고 리스트업 하다가 살짝 울컥했다. 각각의 액티비티를 했던 그 날의 그 감성, 생각, 느낌 같은게 막 다시 떠올라서. 이력서 낸 곳에서 면접의 기회라도 주셨으면 좋겠지만 세상 일이 다 내 맘대로 되는건 아니니까 기회가 안 올 수도 있겠지. 그러면 또 억울하니까 그럼 '나를 벅차오르게 했던 몇 개의 액티비티들을 브런치'에 남기기로 했다.


이런걸 만들고 괜히 울컥하고 난리...


1. 지금도 끓고 있는 화산을 오른다는 것_비야리카 화산 트래킹

정상에는 용암이....... 있다고 합니다

가장 최근의 폭발이 2016년일 정도로 지금도 부글부글 끓고 있는 칠레 푸콘의 활화산 비야리카. 운이 좋으면 산 정상에서 마그마를 볼 수 있다(늘 그렇듯 우리는 불운한 편). 트래킹 길이는 4km밖에 안되지만 미끄러운 눈을 밟고 올라가야 하기에 거의 5시간 동안 걷는 느릿느릿 설산 트래킹. 중간 중간 산 아래를 보면 아찔한 경사도에 굴러 떨어질 것 같고, 오르는 동안 종종 위에서 현무암이 굴러 떨어진다. 몇번을 돌아가고 싶어하는 아내 멱살잡고 기어코 오른 정상. 그제서야 훗 별거아니네 하고 거들먹 거린다. 용암의 아쉬움을 가스로 달래고 이제 이 트래킹의 진짜 백미! '눈썰매로 하산하기!'를 할 차례다. 이 미친 속도감 어떡하지? 아이언맨 윤성빈이 아마 이쯤 빠르겠지? (거들먹2) 비야리카 화산에 오르기 전 검색한 어떤 블로거에 의하면 자기는 눈썰매 탈 때 잘못하면 절벽으로 굴러떨어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는데 실제로 썰매를 타 본 사람만이 안다. 그게 결코 과장이 아님을.


2. 너는 외계인의 존재를 믿어?_나스카 라인

이런걸 대체 누가 왜 만든거지?

경비행기를 타고 1km쯤 올라간다. 비행기를 타기 전 두가지 주의사항이 있는데 첫번째는 멀미약을 꼭 먹으라는 것과 두번째는 타기전에 몸무게를 재는 시간이 있으니 그 때남자친구 싸대기를 졸라 쌔게 날린 후 아파하는 그 순간 날쌔게 체중계에 오를 것(레알꿀팁임). 나스카 라인은 페루 나스카 지방에 있는 최대 300m 크기의 거대한 지상화(地上畵)들을 말한다. 누가, 어떻게, 왜 그렸는지도 알 수 없지만 땅에서는 무슨 그림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크고 굉장히 정교하다는게 포인트. 항공기술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페루 사람들은 저런게 있는지도 몰랐다. 1939년 우연히 페루 남부지방을 비행하던 조종사가 최초 발견했다고. 나스카를 누가 만들었는지에 관하여 크게 두가지의 학설이 있다. 나스카인들이 열기구를 만들어서 하늘에서 지시해서 제작했다는 설과 외계인이 우주선 착륙을 위해 표지판으로 만들었다는 설. 뭐지? 외계인설이 훨씬 설득력이 있는데??

89번 훈련병! 지금 웃음이 나옵니까???????


3. 덕후의, 덕후에 의한, 덕후를 위한 공간_LA 유니버셜 스튜디오

개인적으로 미국이 그렇게 확 끌리는 여행지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미국 특유의 엔터테인먼트에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나 메이저리그 경기 같은 것. 자국의 역사가 짧다는 것을 컴플랙스가 아니라 기회로 만드는 미국의 지혜. 수 많은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중 우리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다 못해 거의 신경 뉴런을 끊어 놓았던 액티비티는 누가 뭐래도 LA 유니버셜 스튜디오였다.

아브라카타브라! 엑스펠리아르무스! 셧업 말포이!! 아시죠? 유니버셜 스튜디오 해리포터존은 LA가 도쿄보다 홍콩보다 원조였다는거.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 실제로 용이 불을 내뿜고, 해리포터와 함께 쿼디치를 하는 것 같은 어트랙션은 정말 안 타본 사람은 모른다. 그리고 각 사람의 성격에 맞는 지팡이를 골라주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기가막힌 상술 큐레이션. 해리포터 외에도 심슨, 미니언즈, 트랜스포터, 워킹데드 그리고 헐리웃 영화촬영 세트까지(개인적으로 제일 재미있었던...) 정말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 이것저것 다 준비하는 유니버셜 스튜디오 클라쓰!

의외로 가장 인기 있던 어트랙션이었던 심슨
헐리우드의 다양한 특슈효과를 보여주었던 헐리웃 촬영 세트 탐방
요것도 재미지다. 들어가면 입장객보다 좀비들 다칠까봐 전전긍긍하는 시큐리티도 꿀잼.




아 세계여행 중 좋았던 액티비티 한 10개쯤 올릴려고 했는데 스압의 압박 때문에 못하겠다.

진짜 여행은 액티비티인거 같다. 아내랑 나랑 진짜 쫄보라서 국내에서는 액티비티 같은거 엄두도 안났는데 패러글라이딩부터 시작해서 뭔가 하나씩 도장깨기 하는 느낌으로 하다보니 무려 101개나 하고 돌아와서는 그거 하나씩 리스트업하면서 괜히 눙물이... 이 포스트도 가끔 시간 날 때 시리즈로 만들어야겠다.

진짜 다들 세계여행 가세요... 진짜... 이 좋은걸 왜 안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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