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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앓느니 쓰지 Oct 11. 2018

EP10. <우리 동네에 세계여행자가 산다>_기획편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 직접 여행강연을 기획해 봄



이런걸 기획해봤다.




0. 시작은 열등감으로부터


이런걸 왜 기획했냐고 누가 묻는다면


"세계일주라는게 생각보다 엄청 대단한게 아니고 갔다 온 사람들이 그렇게 막 용기 터지는 사람이 아니라는걸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동네사람' 이라는 키워드도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었던 마음에서 나왔던 아이디어 였구요. 보다 편한 분위기에서 아무거나 물어볼 수 있도록 하는 점이 저희 만의 차별성이랄까?"


하고 어디 신춘문예 수상자처럼 그럴듯한 답변을 준비해 보았지만 사실 저건 다 허세고 그냥 시작은 열등감이었다. 세계여행 하는 중간에도 몇 번을 생각했던게 '세계일주 하는 사람들' 사이의 열등감이었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 좋자고 떠난 여행이면서 은근히 다른 세계여행자와 나를 비교했었다. '어머어머 저 사람은 세계일주 후에 강연을 저렇게 많이 하고 다니네' '뭐? 인스타 팔로워 1만명??? 책이 벌써 5쇄를 찍었다고?' 하는 식의 부러움들. 어디였는지 기억도 안나는 어떤 도시의 먼지 많은 호스텔 6인실 2층 침대에 누워 코를 훌쩍이며 나는 세계일주 후에 대박난 사람들의 인스타를 조용히 염탐하고 있었다. 부러우면 지는거라는데 나는 한 84번 정도 처참하게 패했던거 같다.


1. 현실적인 아내와 나대는 남편

출판사에서 일했던 아내는 누구보다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출판사에 들어오는 기획안 중에 '전세자금 빼서 세계일주 다녀온 사람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 그 많은 세계여행자들이 하나같이 다들 책 쓰고 싶어 출판사 편집자들이 정중하게 거절하느라 고생 많다는 이야기를 해 줬다. 예전에 비해 점점 세계여행자의 개체 수가 많아지다 보니 이제 어지간한 컨셉 아니면 스토리가 통하기 힘든 시대가 돼버렸다. 여행 전이나 후나 누군가가 우리한테 세계일주 다녀오면 책 내는거에요? 하고 물어볼 때마다 아내는 물어본 사람에게 "음...혹시 최근에 세계일주 관련해서 책 사본 적 있으세요? 나도 세계일주 책을 안 사는데 누가 제 책을 사겠어요?" 하고 선을 주욱 그었다. 아내는 글을 제법 잘 쓰는 편이지만 늘 실력에 비해 자신감이 없는 편이었다. 반면 나는 글보다는 말에 좀 더 자신있는 편이었다. 그리고 가진 것에 비해 자신감이 과한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걸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 즐기는 편이었달까. 대학교때 조별 발표 할 때도 항상 먼저 "내가 발표하겠다"고 나서는 나대는 편이었다. 글을 잘 쓰지만 자신감이 부족한 아내와 개뿔 없으면서 나서기 좋아하는 남편. 누가 사고를 칠지는 불보듯 뻔했다.


2. 당신이 내게 그냥 해본 말이었어도 나는 상관없어요.

앞서 말했던 것처럼 내게는 열등감이 있었고 여행 이후에 공식적으로 날 불러주는 곳 하나 없었으니(불러주는게 이상하지) 나는 직접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보려고 했다. 마침 비빌 언덕이 하나 있었다. 우리가 여행을 다녀 온 사이 집 근처에 '방학천 문화예술거리' 라는 곳이 생겼다. 도봉구의 주도로 방학천 주변에 있던 방석집들을 밀어버리고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을 조성했다. 그 중 '보옴밤 스튜디오' 라는 공방에서 어느날 <샹그리라를 마시며 90년대 홍콩영화 보기> 라는 신박한 프로젝트가 있었고 아내와 나는 '오오!!' 하며 이 기획에 참여했다. 2~3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호스트를 포함 5명이 둘러 앉아 90년대 홍콩영화를 봤다. 처음에는 되게 어색했는데 샹그리라와 간식을 먹으며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조금씩 묘한 연대감이 생겼다. 호구조사가 시작되었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정체성(세계여행을 했다는)을 밝히며 나는 스을쩍 미끼를 던졌다. "여기서 이 동네 사는 사람들 중에 장기여행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 모아놓고 세계여행 토크 해보면 재밌겠네요" 모인 사람들은 "오~~ 좋은데요" 하고 호응을 해주었다. 착한 사람들. 매사에 배배꼬인 나는 그냥 처음 만나는 사람이 하는 말이니까 호응해 준 것일 뿐 속으로는 '누가 그런걸 들으러 오겠어요?'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게는 그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상관없었다. 원래 거대한 일에는 명분이 필요하다. 사라예보의 총성이 1차세계대전의 명분이 된 것처럼. (과한비유)

3. 거절은 거절한다

없는 감각으로 뚝딱뚝딱 제안서를 만들었다. '토요일 저녁에 10명 정도 사람들을 모아 세계일주에 관한 A부터 Z까지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간단한 말을 8장으로 늘려서 제안서라는 형식으로 만들었다. 얼마만에 만들어보는 제안서인가? 최근 PT 경향을 따라가기 위해 유튜브도 검색해보고 (요즘 검색은 다 유튜브에서 한다면서?) 오랜만에 마주한 PPT가 어색했지만 나는 그냥 "오~~좋은데요"만 믿었다. 촌스럽지만 명시성이 가장 높다는 노랑에 검은 글씨로 만든 제안서. <곡성>의 아쿠마 같이 힘껏 그녀에게 미끼를 던져부렀다.

오른쪽 밑에 글 좀 보세요. 시공간이 오그라듭니다.
협의 = 시켜만 주시면 다 맞추겠다는 의미

 


천사같은 보옴밤 대표님. 거절을 못하셨다.






"나는 그냥 미끼를 던져분 것이고 대표님은 고것을 확 물어분 것이여..."


그렇게 우리의 작은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과연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끝이 날까?


아 가장 중요한걸 빼먹을 뻔 했네요!

눈치채셨겠지만... 이 글을 쓴 이유는 한 명이라도 더 이 기획에 초대하려는 거였어요!

아직 사람이 다 차지 않았습니다. 정말 실속터지는 세계일주 토크가 될 것이라 자부합니다!

모두모두 신청해 주셔요! 아주아주 간단하게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아래의 링크를 눌러 <보옴밤>의 인스타로 이동하셔서 댓글이나 DM으로 신청해 주세요!


*보옴밤 인스타 :  

*보옴밤 주소 : 서울특별시 도봉구 도봉로 143길 36

(네이버 지도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아 바로 옆 '쓸모연구소' 주소를 남깁니다. 바로 옆에 있습니다.)

*보옴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담은 아래의 블로그를 참고해 주세요.





To be continued...

내일쯤 '<우리 동네에 세계여행자가 산다>_홍보와 준비편'을 써보겠습니다. 에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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