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Life is strange

by 조정환Juancho


인생은 이상하다. 브런치에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아르바이트다.


1화 BGM) 서울전자음악단 - Life is Strange

(음악을 켜놓고 글을 읽으시면 좋겠더라고요. https://www.youtube.com/watch?v=ol62wOTBUk4 )


2019년 1월 1일, 새해라고 다들 소원을 비는데 솔직히 춥다는 생각만 들었다. 통장 잔고는 이천오백팔십 원인데 돈벌이가 없다. 그냥 백수. 그즈음에 난 편의점에 들어가 800원짜리 레쓰비를 먹을지 1100원짜리 TOP를 먹을지 한참 고민하다가 빈 손으로 나오는 일을 반복하곤 했다. (최근에 레쓰비 연유커피랑 솔트커피 나왔더라.) 에휴... 집에서 유자차나 타 먹자,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며. 조금은 힘들었다.


손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진즉에 알바천국과 알바몬에 이력서를 올려놨다. 그러면 연락이 쇄도한다. 그런데 혹시 그거 아시는지? 문자는 10개도 넘게 오는데 그 내용은 마치 한 사람이 보낸 것처럼 똑같다. ‘인상이 좋아서 연락드립니다’로 시작해서 ‘보험일 해볼 생각 있으면 연락 주세요’로 끝난다. 내 의식의 흐름도 점점 한결같아진다. 시작은 ‘오!’ 3초 후엔 ‘에이~ 시벌’ 결국 이력서는 비공개로 돌리고 하릴없이 ‘단기 알바’ 페이지만 들여다보는 것이다.


무명배우 시절 류준열의 오디션 인터뷰. 내 마음이 딱 이렇다. (출처: tvN)


‘ㅉㅉ 눈만 높아서, 한심하네’라고 말하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 것 같다. 음... 조금은 인정한다. 하지만... 역시 어쩔 수 없다. 내 관심은 그저 ‘어떻게 하면 방송국 피디가 될 수 있을까’ 뿐이라서. 방송 프로듀서는 10대의 어느 시점에서 찾기 시작해 한참을 헤매고 방황하다가 발견한, 처음 ‘진심으로’ 하고 싶어진 일이다. 그러니까 쉽게 포기할 리가 없잖습니까! (라고 말했지만 사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세상은 별 관심 없다.) 물론 힘들긴 힘들더라. 나의 하루는 평온하지만 불안했고, 내 마음은 단순하지만 복잡했다.


말하자면 ‘검정고시 강의’는 마구잡이로 신청했던 알바 중에 하나다. 시급이 세고 근무지가 집과 가까워서 맘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꼭 잡고 싶었다. 정성 듬뿍 이력서를 썼다. 과외 경험이 많아서 학생들의 마음을 잘 안다는 어필부터 2009년(무려 10년 전) 수능 때 몇 개 틀렸다는(...) TMI까지. 다 쓰고 보니 2장 넘더라. 결국 메일 전송 완료. 그러나 모집 마감이 한참 남았던 탓에 나는 다른 알바를 찾아다녔고, 어느새 검정고시 강의 공고를 잊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짭짤한 돈과 널널한 시간=S급 알바...! 혹여나 잊어먹을까봐 캡쳐해 두었다.


나: 네, 여보세요.
???: 혹시 조정환 선생님 되시나요?
나: 네? (전화 잘못 거신 것 같은데요...) 아... 아?!
선생님: 아~ 선생님!! 안녕하세요 ^ㅇ^


그 뒤에는, 남동구 청소년지원센터에서 연락드렸고... 당장 내일 9시에 면접 보러 오실 수 있는지... (바로 ‘네!’라고 대답할 뻔했는데 잠깐 참고, “잠깐 스케줄 확인해봐야 될 것 같은데요.... 네 가능합니다!”라고 얘기했다. 크큭... 간지난다. ) 혹시 성범죄 저지른 이력은 없으시죠? 하는 소소한 이야기.


다시 정리해보자.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가 왔는데 저쪽에선 나를 덜컥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그 알바구나! 하지만 아직 저쪽에 대해 잘 모른다. 무슨 과목 하는지 얘기도 제대로 안 했는데. 시급이나 근무시간 한번 더 확인해야 하는데. 그러나 우물쭈물하기엔 너무 좋은 제안이었다. 고민할 이유도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순간부터 선생님이 되기로 했다. 얼떨결에! 자격증도, 시험도 없이! 그냥!


띵언....! 이 분의 기차는 지금 잘 가고 계실까. (출처: KBS)


인생은 참 이상하다. 거창하게 미래를 계획하곤 하지만 아주 사소한 일로 내일이 변한다. 나는 어떻게 변하게 될는지.

어쨌든 2019년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