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창작의 근원

이번 연재를 시작한 이유

by 조정환Juancho

창작욕은 결핍에서 나온다는 말, 백프로 동의한다.


여자친구와 헤어져 있던 시기에 나는 기타를 업고 살았다. 노래를 많이 만들었다. 배운 적도 없지만 그냥 했다. 너무 보고 싶어서. 마음을 가사로 적었다. 화성학 책도 사고 주변 사람 들려주기도 하며 하나씩 쌓아갔다. 못 들어줄 만한 곡이 태반이었지만 개중엔 그럴싸한 것도 있었다.


그 곡들은 몇 년 후, 그녀에게 전달됐다.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되었으므로. 나는 만든 것 중 열 곡을 꼽아 앨범을 만들었다. 100%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녹음 후 체험판 큐베이스로 파일을 다듬었고, 포토샵으로 표지를 만진 다음 코팅해서 공CD 앞뒤로 붙였다. 군대에서 썼던 CDP(오해 금지!!! 나 20대다.)와 함께 박스에 넣어 선물했다. 돌이켜보면 ‘음알못’인 내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스스로도 놀라운 기억. 창작욕이 샘솟았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점점 기타를 찾지 않게 되었다.


아끼던 70만 원짜리 Dowina 기타는 낙원상가 2층에 10만 원에 되팔았다. 아이고, 기스가 너무 많아서 그 이상은 좀... 아, 제가 학생이라서요 멕시코로 교환학생 가는데 돈이... ㅠㅠ 부탁드릴게요. 더 큰 결핍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사랑은 채워졌지만 이번엔 돈이 문제였다. 멕시코에서도 아쉬운 대로 기타를 튕겼지만 그냥 그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 기타를 다시 치고 싶다. 결핍의 충족을 위하여.


PD 일을 하고 싶은데 꽤 오래 못했다. 공채 합격이 그 결핍을 해소하는 길이라 믿고, 나는 지금도 그 길을 뚜벅뚜벅 걷고 있다. 결핍의 충족을 위하여. 그런데 전형 결과가 다 이렇게 되어버리자 나는 다시 ‘뭔가 근본적으로’ 창작하고 싶어진 것이다. 어떤 콘텐츠를. 기타도 괜찮고 글도 좋고 영상도 물론.


하지만 이제껏 하던 방식으론 싫다. 방송 소재로 하는 것 말이다. 지긋지긋하게 그 생각만 하고 있었으니까 이런 식으로는... 좀 쉬고 싶다. 전혀 상관없는 기타를 친다든지 말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고작 며칠 제주도를 걸어 놓고 주절주절 쓰게 되었다.


<갑자기 올레길을 걷는 남자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 콘텐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