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조정환Juancho
May 19. 2021
첫 출근하고 나서 2주는 교육 기간이었다.
1주 차엔 기자/뉴스PD 동기들과 공통 교육을, 2주 차엔 제작PD만 따로 빠져 직군 내 교육을 들었다.
일정은 마치 학교 시간표처럼 짜여 있었는데, 시간마다 주제가 정해져 있고 해당 주제에 맞는 선배가 들어
오는 식이었다. 아무래도 첫 주에는 임원이나 직급 높은 분께서 '방문'하셨고 그다음 주부터는 실무 선배들이 들어왔다.
솔직히 말하면 따분한 시간이었다.
기자 선배가 들어왔을 때 나는 지루함을 느꼈다. 보도를 할 땐 뭘 신경 쓰고 특파원은 어떤 루트로 가고 마와리는 언제부터... 나와 너무 먼 이야기였다. 반대로 PD 선배가 들어왔을 때는 기자 동기들이 힘들어했다. 이따금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라'는 분도 계셨다(돌아보니 꽤 많았던 듯). 이럴 땐 예외 없이 침묵이 찾아왔는데, 왜냐하면 아직 우리는 회사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서 뭘 궁금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 시간을 강의처럼 채우는 분도 계셨다. 신입에게 각종 정보를 알려주시는 거였는데 사실 그 시간 또한 그저 그랬다. 그 지식이라는 것도 사실은 방송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하는(어쩌면 우리 세대가 더 잘 아는) 수준이라 영양가 있다고 말하긴 어려웠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있기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나도 열심히 필기하는 시늉을 했다. 이런 교육에 무슨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입사 3주 차가 되었을 때, 나는 교육 시간이 꽤나 유용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정보 습득이 아닌 관계적 차원에서 그랬다.
일주일 동안 30여 명의 PD 선배를 만났다.
그중엔 평소엔 마주칠 일 없는 제작본부장님도 있었고 각 팀 막내로 있는 직전 기수 선배도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각자의 태도와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A부 소속 한 선배는 "쓸 데 없이 이런 거 왜 만든 거야? 그냥 노가리나 까자"라고 말했고(모두가 좋아했다), B부 소속 선배는 나에게 하고 싶은 장르가 뭔지 물으셨다.
그러면서 난 어느 부서에 가면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하거나 여기서 내 스타일은 어느 색깔쯤인가 가늠해보았다. 이런 식으로 선배들은 이번 신입 기수에 대해 파악하고, 나는 나대로 회사와 조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아주 단기간에 말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시간이었지만, 어쨌든 교육 덕에 나(와 동기들)는 수월하게 조직으로 스며들 수 있었다.
'회사 생활은 합리화의 연속'이라고 누가 그랬던 거 같은데... 지루한 교육 기간인데 내가 과도하게 의미 부여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느꼈다.
어쩃든 2주가 그렇게 흘렀다.
신입은 수습 기간동안 각 부서를 돌며 근무한다고 했다.
첫 로테이션, 나는 드라마부에 배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