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끝나고, 화제의 인물들이 하나둘씩 TV에 나온다. 주로 메달을 땄거나, 역전승을 했거나, 극적인 스토리를 쓴 선수들이다.
그들 이야기는 재밌다. 5년간 땀 흘린 사연을 얘기할 때는 눈물이 살짝 났다가, 선수촌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줄 때는 같이 키득키득거리게 된다. 제작진도 열심이다. 선수들의 노고에, 국민을 대표해 보상이라도 해주려는 걸까. 자료화면과 자막 등으로 메달과 노력의 의미를 되짚어준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즐거워한다. 난 그들이 왠지 자랑스러워 검색창에 한번 쳐본다. 이 선수가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확인해보려고. 그 과정이 기분 좋았다.
하지만 나는 동시에, 초대받지 못한 선수들을 떠올렸다.
국가대표 선수들 (배드민턴 안세영, 태권도 이대훈, 사격 진종오, 사이클 이혜진, 탁구 정영식-이상수, 역도 김수현)
이대훈 선수는 쭉 세계랭킹 1위였지만 도쿄 올림픽의 주인공은 되지 못했다. 16강에서 무기력하게 역전패했고 패자부활전에서도 졌다. 3연속 금메달을 따냈던 진종오 선수도 이번엔 예선에서 떨어졌다. 사이클 세계랭킹 1위까지 올라 메달 후보로도 꼽혔던 이혜진 선수는 예선 2라운드 진출 실패. 김수현 선수는 용상에서 140kg 바벨을 들어 올렸지만 실격 처리를 당했고,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는 8강에서 세계랭킹 2위를 만나 3-0으로 졌으며, 탁구 남자 대표팀은 일본을 이기지 못해 4등으로 대회를 마쳤다.
노력하는 만큼 성과가 따라오는 게 당연한 이치 같지만, 어디 인생이 그렇게 순탄하게 흘러갈까. 사실 그 반대인 경우가 훨씬 많다, 는 걸 이제 나도 안다. 3년간의 방송사 취준 경험이 알려줬다. 그래서일까. 나는 아직 이루지 못한 사람들에게 눈길이 더 간다. 아직 주목받지 못하지만, 묵묵히 자기 길을 걸었고 또 걸을 사람들. 실패자에게 느끼는 동정이나 관심이 아니다. 그 반대의 감정이다. 경외감과 멋짐 같은 것들. 분야는 다르지만, 나 또한 그런 길을 걷고 있었다고 느끼기에 생기는 동질감.
나는 또 검색창을 열고 그들의 탈락 후 인터뷰를 찾아본다. 그들의 이야기에도 메달리스트 못지않은 결연함과 초연함이 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한 후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 이제 나는 조용히 그들을 응원하기로 한다.
정말 멋졌던 우상혁 선수. 어쩌면 그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TMI긴 하지만, 내가 PD 쪽으로 끝을 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콘텐츠를 소개하고 싶다. 2017년 12월 17일에 방영된 SBS 스페셜 <스타로부터 한 발자국>이다(Wavve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목표를 향해 살아가는 단역배우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거에 대해 몇 시간이나 적을 수도 있지만, 그냥 한 번의 시청을 권한다. 특히 피디 지망생에게는 더더욱. 시청자로서도 잘 봤고 PD로서도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나의 인생 다큐멘터리. 추천합니다!
올림픽이 끝난 게 아쉬워서 글을 쓰고 싶었다. 이대훈, 안세영, 우상혁, 그리고 자신의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수많은 선수들께 존경을 표한다.
어느새 다시 방송국 공채 시즌인 듯하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 채널 곳곳에서 신입 채용 공고를 냈다.그리고 여전히 피디 준비하는 많은 분들이 있다. 먼 훗날 어딘가에서 만나 동료가 될지도 모르는 그들께 말하고 싶다.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