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ypic이란 단어를 자연스럽게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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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편에 이어
비대칭적인 건물들과 건물마다의 다양한 색조감은 Riga의 매력임을 계속 주장이라도 하듯이 '삼형제 건물'의 명성을 무색케 하는 건축물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전체적으로는 묘한 통일감을 이루는 이 부조화의 조화는 이젠 재미있기까지 하다.
빨간 창틀이 유독 더 도드라져보인다. 높은 지붕의 다락방 창은 더 매력적이다.
이 층 다락방일까? 레스토랑인 듯 했는데 (대 놓고 간판에 써 있기도 했지만),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들어가서 식사도 하면서 내부 구조를 염탐해 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비대칭의 연속, 높이도 제각각이면서 길이도 제각각, 색감도 제각각인 건물들이 나란히 나란히 서 있다. 이제 지겨워질만도 한데, 조금씩 같은 듯 다른 매력이 묘하게 호기심을 계속 자극 시킨다. 또 그 앞으는 작은 공원 이 뜬금없이 들어서 있고, 벤치도 버젓이 놓여져 있다. 이 부조화의 조화. Riga는 역설의 도시 같다.
창 구조도 제각각인 건물들. 이 건물들은 칠형제 건물쯤 되려나.
비대칭 건물들의 집합이 계속 나타난다. 레스토랑 같은 건물들이 제법 눈에 띄는데 들어가 보지 못해 못내 아쉽다. 배가 출출했지만, 이 때만 해도 숙제하듯이 도시를 헤집고 다니던 무호한 젊은 에너지가 충만할 때였기 때문에, 그 따위 배고픔은 발트해 최대 도시를 조금이라도 눈에 더 담기 위한 소중한 시간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물론 이후 공항 라운지에서 한가득 출렁출렁 배를 채우긴 했지만.
별다른 간판 없이 벽화의 일부인 듯 무심하게 써 놓은 건물의 용처. 다양한 국적의 언어로 수놓은 티하우스. 넉넉한 오후에 한 나절을 족히 여기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맛 있는 티가 참 많을 것 같았던 티 하우스.
빨간 지붕에 갈색 창이 빠꼼히 나 있다. 마구 쌓아올린 듯한 주변 건축물들이 어지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다들 사연이 있겠지. 이제 이런 비표준화된 레고 블락 쌓기식 건축에는 애써 무관심해지려고 한다.
담배피는 아저씨의 인상이 강인하다. 동구권 사람들만의 묘한 어두운 그림자가 눈가에서 부터 드리워져 있다. 블랙앤화이트톤으로 바꾸면 영화의 한 장면 같을 수도.
워킹 투어인듯 보이는 무리들과 인솔자로 추정되는 빨간 코트의 중년 부인. 아니면 관광객의 무리일까.
텅 비어 있는 캔바스 같은 느낌의 건물 벽면. 한 획이라도 조용히 긋고 싶다. 내가 그으면 낙서라고 하겠지.
또 다른 벽화 예술. 참 빼곡하게도 정성스럽게 써 놓은 잔잔한 글씨들.
좁은 골목길 자갈길을 돌아돌아 메인 로드로 나선다.
9월 중순경이었는데, 벌써 겨울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털모자를 파는 상인과 구경하는 사람들.
구시가지의 끝자락에는 나름 번화한 현대식 상권이 형성되어 있었다. 9월이지만, 제법 쌀쌀한 날씨라 옷차림들이 가볍지만은 않다.
중세와 현대의 강제된 조화. 중세 건물의 대부분을 뒤덮은 담쟁이. 그 끝은 이미 붉게 물들어있다. 모든게 블랙코미디의 한 장면 같다. 모두 흑백화해서 다시 관람하고 싶을 정도로.
리가의 꽃가게 꽃들은 유달리 더 알록달록하고 화려해 보이는 건 나만의 느낌일까.
오픈 테라스 형태의 레스트랑과 바들도 제법 눈에 띈다. 로컬 맥주를 한 잔 하고 싶다.
그 주변으로 장신구와 기념품들을 파는 노점상들도 제법 보이고.
airBaltic 광고가 벽화로 그려져있다. 벽화 광고는 또 다른 Riga의 매력이다.
리가의 또 다른 랜드마크인 자유의 여신상이 이내 눈에 들어온다. 자유의 여신상이라고는 하지만, 사회주의적 건축물들에서 느껴지는 묘한 동질감이 멀리서부터 엿보이는데, 부다페스트 영웅 광장의 건축물들 이미지가 순간 오버랩된다.
주변국들의 침략으로 점철된 라트비아의 역사를 바로 잡고, 독립을 간절히 소망했던 라트비아인들이 십시일반한 성금으로 세워졌다고 하니, 그들의 염원이 이 여신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리라.
자유의 여신상 주변으로 도시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간단한 산책 겸 피크닉으로 안성맞춤인 장소다. 다른 동유럽 도시들에도 주요 랜드마크 주변에는 꼭 이렇게 새로 조성한듯한 공원이 있었던 것 같다. 대개 이름이 시민 공원 혹은 유사한 이름이였던 듯.
공원의 끝에, 독특한 건물 하나가 또 눈에 들어온다. 라트비아인들은 벽화 예술에 일가견이 있나 보다.
구시가지를 본격적으로 벗어나면 다우가바 강에 다다르게 된다. 강폭은 제법 넓어서 다리도 제법 길어보이는데, 몬가 황량해 보이는 이 느낌은 무엇일까. 몹시 급조된 듯한 이 묘한 어색함이란.
강폭이 제법 넓다. 올드타운의 아기자기함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리가에서는 soft handover란 없다.
강 건너편엔 어떤 도시 풍경이 전개될 지 궁금하지만, 파리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출발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강을 건너지는 못했다. 딱 한 번, 그것도 2007년의 기억이지만, 아직도 Riga의 강한 인상은 머리를 가끔 맴돈다. 그만큼 농축된 엑기스 같은 중세 도시의 강렬한 이미지와, 다양한 건물들의 부조화 속의 조화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