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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티브 Antibes Jul 17. 2021

잘 꾸며진 중세 영화 세트장 - 라트비아 Riga

재건 중세 도시 Riga

2007년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라트비아(Latvia)의 수도, 리가(Riga).

2007년 6월에서야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되었으니, 스맛폰도 생소하던 시절이었고,  

라트비아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서도 찾기 어려웠던 시절.

지중해는 들어봤어도 발트해는 낯설었던 2007년 9월, Riga로 출장을 떠나게 되었었다.

  


중세 도시를 재건하다 - 라트비아 리가

한 밤 중에 도착하여, 바로 호텔에 체크인.

이튿날 아침8시부터 회의를 시작하여, 밤 9시가 넘어서야 회의가 끝나는 강행군으로, 호텔 주변만 잠시 서성였던터라 제대로 된 관광은 일주일 간의 회의가 끝나고, 그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기 전 이른 오후 시간까지의 시간들이 전부였었다.

마침 호텔은 Riga의 구시가(올드타운)에 위치해 있어서, 호텔을 가끔씩 벗어나는 잠시 동안 중세 도시의 매력에 흠뻑 취할 수 있었는데, Riga의 민낯은 Riga를 떠나기 전날에서야 마주할 수 있었다.


아담한 크기 때문이었던지, 다른 동유럽의 도시들에 비해서도 더 강렬한 붉은 풍의 이미지 때문이었던지, 동유럽 대표 도시들의 올드타운의 축소판 같았던 Riga도 구시가지를 벗어나면, 그 즉시 낡고 허름한 또 다른 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는데, 구소련의 흔적을 온몸으로 품은 듯한 건물들의 초라함이, 군데군데 창밖에 놓여진 꽃들의 색깔 외에는 무채색의 단조로움으로 일관되어 마치 흑백 사진에 빨간 물감을 한두군데 떨어뜨린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모노톤의 어수선함을 뒤로하고 다시 Riga의 구시가지로 들어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즉시 그 특유의 색조감을 드러냈는데, 어느 가난한 중세 도시에, 중세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촬영하기 위한 세트장을 잘 꾸며놓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약간은 인공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었었다. 그 알 수 없는 인공미의 정체는, 회의 도중 같은 회의에 참석하고 있던 외국 회사의 친구로부터 리가의 역사를 짧게 듣고 나서야 알 수 있었는데, 바로 1300년대의 오리지널 중세 건축물들은 1차 세계 대전과 각종 침략을 거치면서 거의 80-90퍼센트 소실되고, 그 이후에 비교적 짧은 기간 재건된 것이라, 나름 계획된? 중세도시라 그런 것이었다. 역설적이게도 나름 중세 건축물을 현대에 와서야 비자발적으로 재건축한 것이었는데, 하여 그 묘한 통일감과 묘한 인공미가 수백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시대의 흔적 위에 뿌려진 덕분이었던 것.


황량한 도시의 자락을 벗어나면 어느새 구시가로 들어선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풍부해지는 색조감이 구시가지의 시작을 알린다.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세트장 같이 깔끔했던 거리들



특히, 좁다란 자갈 골목들을 구비구비 돌아 걷다 보면 어느 새 망망대해를 만나듯이 탁 트인 시청광장을 만나게 되는데, 검은머리전당 (House of Blackheads)의 화려함에 그 즉시 매료당하게 된다. 1300년대 지어진 이 건물은 중세시대 무역을 주도하던 검은머리길드의 숙소이자 터전이었다고 하는데 이집트 출신의 모리셔스 상인의 모습도 양각되어 있다.

검은머리전당 옆에서는 라트비아 정부가 주장하는 1500년대 즈음에 세계 최초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되었던 흔적을 찾을 수 있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진다고 한다.


시청광장과 광장의 건축물들. 한 건축물의 외벽에는 화려한 벽화가 인상적으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검은머리전당의 화려한 외부



사진 중앙의 건축물이 베드로 성당



이집트 출신의 상인, 모리셔스가 검은머리전당에 양각되어 있다.


검은머리전당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나름 아기자기한 조각들과 장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검은머리 성당앞의 조각상


검은머리전당의 꼭대기는 나름 화려하다.


전당의 중간중간을 또 다른 조각상들이 버티고 있다.



사면의 곳곳에 서 있는 조각상들.


검은머리전당을 힘겹게 벗어나면 (GRE용 영어단어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법한) atypic한 건물들도 제법 눈에 띈다. 비대칭의 묘한 건축물에 단색의 페인트로 장식한 벽면이 마치 빈 캔버스 같다. 그 위로 꽃들을 수놓은 정성이 애뜻하다.





세월의 흔적이 군데군데 역력히 드러나는 또 다른 건축물. 꼭대기에 일정하게 꽃혀있는 철골? (정확한 명칭을 알 수 없음)들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암스테르담의 건물들에 이런 철골들이 많았었는데,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때 들은 이야기를 회상해 보면,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에서 이사짐을 옮길 때 이용하는 일종의 버팀대라고 들었던 것 같다.)


부조화스러우면서도 또 묘하게 조화스러운 리가의 구시가. 시청광장과 검은머리전당 주변의 화려함에 비해 그 일관성은 떨어지지만, 나름 중세도시의 면모를 당당히 드러내고 있다.


골목길을 돌아서면 또 다른 신선한 색감의 조화가 눈을 즐겁게 한다. 이번엔 아예 건물의 전면을 아름답게 꽃 그림으로 도색하셨다. 보색의 미를 살린 색감이 옆건물과 뚜렷한 개성을 강조했는데, 밉지 않게 아기자기하다. 건물하나하나 똑 같은 색깔이 없다. 크기와 높이 심지어 지붕도 모두 다른 개성을 뽐내고 있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클로즈업 한 컷.


통통한 원통형 건물도 보인다. 벨기에 브리헤를 연상시키는 원통형 건물.


다시 홍조를 띈 건물들이 보이고, 건물마다 전면을 다르게 칠한 묘한 대비감이 연신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또 다시 성당 같은 건물이 하나 더 보이고. 이 때는 약간 지쳐 이 성당의 이름을 적어 놓지 못했다.


이 성당을 뒤돌면 같은 듯 또 다른 세 개의 건축물이 나란히 서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리가에서는 이런 풍경은 흔하디 흔한데도 이 세개의 건물은 '삼형제건물'이라고 '검은머리전당'과 함께 리가를 대표하는 건물이라고 한다. 각각 15, 16, 17세기에 지어진 건물들로 삼형제건물이라기 보다 '삼대 건물'이라고 해야 맞을 듯 싶지만, 삼대가 한 지붕밑에 사는 느낌이 드는 이 세개의 건물이 마음속에 또 묘한 추억을 일으킨다.


삼형제건물. 같은 듯 다른 3개의 건물이 사이즈도 제각각으로 나란히 서있다.


삼형제건물을 돌아 나서면 거리 사이에 또 다른 대조적인 색감을 자랑하는 풍경이 저 멀리 손짓한다. 우연히도 그 거리 양쪽은 흑색톤의 건물들이라 더 그 대비감이 극대화되는 듯. 이제 이런 풍경은 지겨울 정도로 Riga에 익숙해져버렸다.


비어 있는 벽을 그대로 두지 못한다. 완성도 있는 광고 벽화가 떡 하니 또 시선을 유혹한다.

비어있는 벽을 또 정성껏 칠한 광고 벽화


  이 건물을 돌아, 연신 더 걷자니, 이제 서서히 구시가지를 벗어나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데 ...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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