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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프라하', 슬로베니아 '루블랴나'로의 출사

헝가리, 오스트리아를 절묘하게 섞은 단아한 중세 도시

by 앙티브 Antibes

2007년 11월로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10월말 중세 영화 세트장 같았던 강렬한 이미지의 Riga를 떠나 두말하면 잔소리인 비엔나를 거쳐 슬로베니아의 수도 루블랴나에 입성.

한 달에 세 번 출장은 흔치 않은데, 그래서 그런지, 한국-유럽을 3번 오가는 동안 시차 극복에 실패한 탓인지,유독 일주일 회의가 힘들었던 루블랴나 출장. 하여 빠꼼히 먼지 찾듯 샅샅이 뒤지는 관광은 하지 못하고 수박 겉 햝기식으로 쓰윽 쓰윽 이미지만 받아들이는 수동 모드를 장착하고 쉬엄쉬엄 워킹 투어를 나섰었다.


그러나 의외로 루블랴나는 오스트리아 같기도 하고 헝거리 같기도 한 그러면서도 단아한 도시여서, 사진은 제법 찍어 남겼는데, 의도와 다르게 카메라를 놓기에는 아쉬운 도시라고 해야 할 거 같다. 관광이라기 보다는 사진 출사 모드였다고나 할까.

그 때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슬로베니아, 그리고 도시 이름도 참 어려운 루블랴나 (Ljubljana). 처음엔 생소하기도 하고 발음도 쉽지 않아 입에 잘 익지 않았는데, 자꾸 불러보니 참 정겨운 느낌이 들었던 도시. 슬로베니아어로 '사랑스럽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도시 이름이 마치 음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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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중 묵었던 호텔이 올드 타운의 중심에 위치한 터라, 호텔 방에서 보이는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뮌헨이 생각나기도 하는 이미지가 떡 하니 베드 위로 펼쳐진다. 출장의 피로감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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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머물렀던 (물론 그 뒤로 2차례 더 출장이 있어 묵긴 했지만) Grand Union Hotel. 호텔의 기품도 훌륭했지만, 조식도 참 일품이었던 걸로 기억하는 호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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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을 나서서 다시 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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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후반에 바로크 양식을 뼈대로 아르누보 장식을 한 성 프란체스코 성당. '루블랴나 성'을 다녀와야 하므로 일단 사진만 찍고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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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럽 도시를 가도 그 중심가엔 이렇게 성당,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분수대가 있기 마련이다. 나름 유럽 도시의 법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김없이 루블랴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청동으로 만든 문이 무겁게 느껴지는 성당의 입구와 인근 분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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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 동상이 도시 여기 저기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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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올드타운 관광의 묘미는 또 이른 아침에 열리는 시장. 신선한 과일 야채가 식욕을 자극한다. 눈도 즐겁다. 그 싱싱함이 묻어 나올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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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멀리 보이던 루블랴나 성으로 가는 길. 나름 잘 가꾸어진 길이 걷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늦가을, 잎을 떨구는 나무들이 미리 배려한 탓에 나뭇잎들이 길을 빼곡히 장식하고 있다. 가끔 바람이 불면 춤추듯 떨어지는 나뭇잎과 이미 떨어져 뒹구는 나뭇잎들로 '가을 합동 공연'을 보는 듯 했다. 심심찮게 등산모드로 잠시 기어를 변경해야 하지만, 우수에 젖기에도 적당한 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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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이렇게 또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해 주신다. 어디를 봐도 유럽 감성에 젖을 수 있다. '리틀 프라하'라는 애칭이 있는 루블랴나인만큼 풍경도 예술이다. 빨간색 지붕들은 두말할 것 없고, 어디를 시선으로 두어도 한참을 넋놓고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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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풍경에 취해 있자니, 어느새 성에 다다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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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의 조용한 산책이 아름답다. 거대한 자연 앞에 사람들도 자연의 일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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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블랴나 성에 가는 도중 또 성의 일부분을 아래서부터 감상하는 재미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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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 넓은 정원 같은 곳이 떡하니 펼쳐지고, 잘 정비된 깔끔한 성 내부가 정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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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성이 가지는 고풍스러운 이미지가 늦가을의 실루엣과 겹쳐 다소 쓸쓸한 듯 하다. 그러나 이런 정취는 자주 접하는 것이 아니므로, 피곤을 무릅쓰고, 걷고 또 걷는다. 청명한 가을 날씨와 중세 성의 마법에 잠깐 홀린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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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내 아쉬워 성탑을 여러 각도로 담아 보았다. 멋스럽게 성벽을 기어올라간 담쟁이마저도 한폭의 그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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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 벽 전체에 겨자를 바른듯한 균질한 색감의 건물. 자세히 보면 빨간 꽃들이 창가마다 장식되어 있고, 심지어 산타할아버지 인형도 숨어 계신다. 이런 아기자기함이 유럽 여행의 핵심 중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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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니 시계탑에서나 볼 수 있는 인형들이 숨어있다. 프라하 시계탑처럼 매 시각 정각에 인형들이 갑자기 돌출하면서 출몰하는 행사가 있는 것일까? 몬가 발견한 기쁨에 괜한 쓸데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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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성 프란체스코 성당. 루블랴나의 중심과 같은 성당인데 바로 인근의 프레셰렌(Preseren) 광장과 함께 루블랴나 관광을 하다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는 곳이다. 특유의 진홍빛 외관 때문에 더 눈에 띄는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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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블랴나 성에 다녀오느라 지나쳐갔던 성당 안으로 발길을 옮긴다. 성당 안도 외부만큼 화려하다. 외부는 진홍의 단색과 흰색의 강한 대비가 주였다면, 실내는 의외로 화려한 장식과 디테일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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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을 나와 강가를 맴돌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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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세렌 광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루블랴나 관광을 하다보면 되돌림표처럼 되돌아 다시 걷게 되는 광장. 슬로베니아가 배출한 문호 프레세렌 동상이 이 광자의 중심에 있어 프레세렌 광장이라고 한다. 분명 사진을 찍었을텐데 동상 사진은 아쉽게도 찾지 못했다.별 다른 지식 없이, 출장지에서의 뚜벅이 관광이다 보니, 그냥 유럽에서 만나게 되는 흔하디 흔한 동상이라고 교만하게 치부했을 수도. 사실 2007년 당시만 해도 슬로베니아도 루블랴나도 낯설었던 건 사실이고, 비엔나 출장에 연이은 출장이어서, 비엔나의 화려하고 규모있는 건축물에 비해 사실 루블랴나는 다소 비교가 되었던 건 사실.

그러나 헝가리,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당하며 양 나라의 문화와 손길이 곳곳에 묻어나는 것 또한 사실이어서, 의외로 단아한 루블랴냐의 기품있는 건축물들과 강을 따라 걷는 늦가을의 정취가 아직 기억에 남는다.


이 프레세렌 광장을 중심으로 주요 관광지는 모두 걸어서 다닐 수 있을 만큼 도시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밤에도 위험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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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이 완연히 내리고 있던 루블랴냐. 강변을 따라 가을을 즐기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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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좁은 골목길. 유럽 도시 기행이 그러하듯, 좁은 골목길을 관찰하는 묘한 재미가 있다. 양쪽으로 나름 대비되는 건물들의 외관도 사진으로 replay 하다 보면, 그 땐 몰랐던 것들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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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편 여기저기. 가을이 이미 내린 루블랴냐와 사람들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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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강변으로 나선다. 다른 방향에서 보면 또 달라보이는 법이다. 버드나무인지 잘 모르겠지만, 가을에도 푸른빛을 나름 유지하고 길게 머리를 늘어뜨린 모양새가 강변과 제법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꾸미지 않은 모습 그대로의 자연이 유럽 고도시에 그대로 얹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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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진으로 감상하는 루블랴냐. 단조로운듯 하지만, 나름 여러 색깔들이 오밀조밀 도시를 채우고 있었다. 왜 리틀 프라하라고 사람들이 불렀는지 이제 조금은 알 듯 하다. 프라하의 쨍한 동유럽 이미지까지는 아니나, 몬가 빛바랜 프라하의 느낌이 묻어난다.

- 빛이 바랬다는 것은 시간이 흘러 빛깔이 희뿌였게 되었다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다소 겸허한 색조감을 고히 간직하고 있다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

사이즈도 프라하보다는 아담한 듯 하다. 이런 유럽 감성, 너무 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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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할머니 단체 관광객들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 루블랴나 성이 희미하게 실루엣을 드러낸다. 이미 다녀온 곳이라 그런지 괜히 친근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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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행 비행기 시간이 남아 다시 서성인다. 멀리가지는 못하고 그 자리를 맴도는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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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일종의 소규모 벼룩시장도 이제 눈에 들어온다. 수북히 쌓인 책들이 정겹다. 오래된 책들이 내뿜는 냄새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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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침에 싸놓은 짐을 찾으로 호텔로 돌아가야 할 시간. 분수대를 보니, 호텔이 가까이 있구나, 일종의 안도감을 느끼며, 모퉁이를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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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 작은 용한마리가 다리 위에 떡하니 있다 했는데, 다리 이름이 정말 용의 다리이다.

나름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용이라고 하는데....

이아손이 황금양털을 구해서, 다뉴브강을 거슬러 올라, 사바강을 거쳐 류블랴나카 강으로 들어올 즈음, 이아손이 류블랴나 근처의 호수에 사는 큰 괴물을 물리치게 되는데, 이 괴물이 루블랴나 용이라고 한다. 하여 루블랴나는 이아손이 만든 도시라고 여겨지게 되었고, 이 ‘용’을 류블랴나의 상징으로 삼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싱겁게도 신화의 용과 다르게 모랄까 귀엽게 느껴지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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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보니 용이 그래도 '용'스럽기는 하다. 정면에서 봤을 때는 아담한 사이즈 때문이었는지 몬가 삐진 귀염스런 용, 아님 용의 형상을 한 인형 쯤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름 이빨도 보이고, 용맹스럽게? 울부짖는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기는 하다^^ 나중에 다시 보니 다리의 양 끝에 총 4마리의 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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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행 AF비행기, 연결편, 인천행 KE비행기로 귀국할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CDG공항 라운지에서 깔끔히 샤워하고 샴페인 두어잔 하면서 무슨 영화를 볼지 고민할 생각을 하며, 나름 이별의 시간을 달래본다. CDG공항과 AF라운지는 second home같은 곳이다.


피곤에 쪄든 3주간의 유럽 출장의 말미를 장식한 루블랴나. 하여 더 완성도 있는 관광을 하지는 못했지만, 동유럽 감성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출렁이게 할 수 있었던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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