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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티브 Antibes Oct 06. 2021

운하로 둘러싸인 중세 건축물 전시장, 브뤼헤

브뤼헤 운하를 따라 걷다

네덜란드어로는 Brugge, 불어로는 Bruges(브휘쥐..발음을 참 국어로 쓰기가 어려운 도시 중 하나), 영어로는 Bruges인 도시. 도시 이름이 각국 말로 여러개인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벨기에서는 3개의 언어가 통용되는 나라여서 도시 이름이 최소 3개는 실제로 그 도시에서 통용되며, 해서 브뤼헤도 3개의 도시 이름이 통용되는 도시다. 개인적으로는 브뤼헤라는 발음이 가장 마음에 든다.


유럽 여행이 보편화된 요즈음, 한국 사람들은 참 많은 나라와 도시로 여행을 가지만, 벨기에는 아직까지 그렇게 최애 국가는 아닌 듯 하다. 아마 유럽 여행이나 출장을 많이 가본 사람들은 벨기에도 겸사겸사 방문하기도 하지만, 유럽 여행을 기획해서 한 두 번 다녀오는 사람들에게 벨기에는 최우선순위의 국가는 아닌 탓이이라.

그러나 벨기에는 참 아름다운 전형적인 유럽풍 이미지를 간직한 나라이고, 의외로 식도락의 나라이며, 의외로 역사적으로 산업도 발달하고 무역이 활발했던, 나름 유럽의 중심 국가다. EU 본부가 브뤼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나름 큰 역할을 하는 나라.


그러나 개인적인 느낌일 뿐일 수도 있지만, 와플이나 초콜렛 외에는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낯선 나라인 벨기에,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개인적으로 편애하는 도시, 브뤼헤. 생소한 도시 이름일 수도 있지만, 브뤼헤는 역사적으로 한 때 유럽 남부에는 베니스가 있고 유럽 북부에는 브뤼헤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서유럽의 문화 수도로 자기매김했던 도시라고 한다. 베니스는 지중해를 끼고 있고, 브뤼헤는 대서양을 끼고 있어서 무역과 상업이 활발했던 도시였던 것이 이유였으리라.


도시 이름이 여러 개인 만큼이나, 브뤼헤는 별명도 참 많다. 벨기에 안에서는 벨기에의 보석, 서유럽에서는 서유럽의 문화 수도, 지붕 없는 박물관, (유럽)북쪽의 베네치아 등으로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 도시. 그 만큼 역사적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도시였던 탓이리라.


브뤼헤를 방문 했을 때 받은 가장 강한 이미지는 유럽에서 중세를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도시라는 이미지였다. 도시 전체가 중세 갤러리 같고, 도시 전체가 중세 건축물 전시장 같았다. 도시 전체를 돌아보는데도 숙제하듯이 관광한다면 한나절로 충분할 정도로 도시 사이즈가 크지 않고, 하여 올드타운을 중심으로 돌아본다면 2 - 3시간으로도 충분하다. 거대한 중세 건축물 전시장 같은 도시.


브뤼헤는 사이즈가 작음에도 도시를 구경하는 방법이 다양하다. 뚜벅이 여행에 최적화된 도시이긴 하지만, 베니스와 같이 (그 규모는 다르지만) 물의 도시인 만큼, 운하를 따라 유람선을 타고 관광하기에도 안성맞춤인 도시다. 브뤼헤 운하는 운하의 본줄기가 원형으로 도시를 둘러싸고 있어서, 더 그러하다. 수로를 따라 보트를 타고 있자면, 중세를 배경으로 한 영화 한편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영화 한편의 주인공 처럼 중세 도시를 관망하면서 운하를 관통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운하를 따라 걷기만 해도 중세로 이동한 듯 했다. 마치 중세 유럽풍 이미지를 본 따 만든 전시장 같았던 도시.


브뤼헤는 중세에는 유럽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 였을 정도로 무역과 상업이 활발했던 도시라고 한다. 특히 유럽에서도 전통 수공예방식의 레이스 산업이 아직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도시 중의 하나라고. 실제로 아직도 브뤼헤 곳곳에서 레이스를 제작해서 판매하고, 전시하고 있는 가게들이 눈에 많이 띈다. 브뤼헤에서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가게가 '레이스 가게' 그리고 '초콜렛 가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이스 공예 전문가가 가게 창문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던 가게. 창문 전체가 레이스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참 인상적이었다. 초콜릿 공예는 모두 모아 놓은 것 같았던 가게들도.


브뤼헤 관광의 중심은 그래도 도시의 중심인 마켓스퀘어다. 브뤼헤라는 도시가 얼마나 상업과 무역이 활발했던 도시였음을 과시하듯, 과거의 영광이 이름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광장인 마켓스퀘어. 삼각형 지붕 단면도 인상적이지만, 톱니 바퀴처럼, 하늘로 오르는 계단처럼 생긴 중세 건축물들이 즐비한 광장. 그 광장에 서 있기만 해도 중세 도시로 시간 여행을 온 듯 했다. 여름이던 겨울이던, 그 건축물의 색채자체가 붉은 빛깔 위주여서 도시 전체 이미지도 그러하지만 참 푸근하고 아늑한 느낌의 광장. 그 광장 주변과 뒤로는 다양한 레스토랑, 펍 등이 들어서 있다. 1000여종이 넘는다는 벨기에 맥주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물론 운하를 끼고 있는 레스토랑이면 더 운치가 넘치겠지만, 드넓은 광장을 오가는 사람 구경하며 벨기에 맥주를 즐기고 있으면, 마치 구름위에 떠 있는 듯 했었다. 맥주와는 크게 어울리지 않지만, 벨기에를 대표하는 음식인 홍합/감자튀김 요리를 즐기는 것도 추천한다. 관광스팟이라 맛집이라기 보다는 분위기를 먹는 공간이라고나 해야할까. 한 개 한 개 까먹는 것이 귀찮긴 하지만, 또 나름 까먹는 재미가 있는 음식.


유럽의 광장은 그 자체로도 진리다. 광장을 천천히 걷는 것 만으로도 묘하게 힐링이 된다.
광장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재미가 있다. 중세 건축물 전시장 한 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 든다.


도시 전체가 건축물 전시장, 예술품 갤러리 같은 이미지의 브뤼헤.

마치 중세 신도시를 건설해 놓은 것 같이, 반듯한 이미지의 브뤼헤.

마켓스퀘어와 함께 브뤼헤의 핵심 광장인 브루크스퀘어. 이곳에선 브뤼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종루를 만날 수 있다. 약간은 어두운 분위기의 예배당과 시청도 이곳에 위치해 있는데 마켓스퀘어가 상업적 중심지라면 부르쿠스웨어는 행정중심지 같은 느낌이다. 13세기에 건립되었다는 브뤼헤 종루에는 브뤼헤 전체를 관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있는데,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브뤼헤를 한 눈에 담아낼 수 있다. 좁은 나선형 중세 계단을 구비구비 올라가는 길이 좀 힘들긴 하지만, 나름 독특한 경험이다. 등산 후 탁 트인 전망을 한 눈에 담는 것과 유사한 성취감을 누릴 수 있다.



운하를 따라 산책하거나 운하를 따라 보트를 타고 관조하는 재미는 덤이다.

정처없이 걷다 우연히 발견한 조각상. 서로의 어깨에 기대 서로를 위로하는 두 사람의 안식이 참 인상적인 조각상이다. 칙칙한 분위기의 겨울에 방문했던 (여름에도 갔었는데 오래 전이라 사진이 남아 있지 않다. 아날로그 필름 사진을 디지털화 하기가 쉽지가 않았던 것 같다) 브뤼헤. 그래서 더 그 동상에 위로를 받았던 것일까. 한참을 그 동상 주변을 서성이며 마음을 다 잡았던 기억이 새롭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삶. 문득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걸까 하는 묘한 반성이 몰려 온다.

거리 거리, 골목 골목이 중세풍으로 가득했던 브뤼헤. 그 중세 자갈길을 하염없이 걸으며, 마음의 모든 짐을 내려 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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