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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티브 Antibes Oct 12. 2021

의외로 식도락 천국, 작은 Paris - 브뤼셀

featuring 초콜렛 왕국

사실 브뤼셀을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것은 프랑스로 이주한 후, 업무적으로 EC (European Commission, 유럽집행위원회 - EU차원의 행정부) 관련 기관과의 미팅이 많아 브뤼셀로의 출장이 잦아지면서 부터였다.

벨기에 땅에 발을 처음 디딘 것은 1995년 배낭여행으로 유럽 여러 국가를 숙제하듯이 누비던 때 였는데, 그 때는 런던에서 브뤼헤 항으로 이동한 후 반나절 정도 브뤼헤 관광을 마쳤던 터라, 벨기에에 대한 전체적인 이미지를 받아들였다기 보다는, 유럽 중세 마을의 이미지를 톡특하게 어필하던 브뤼헤라는 도시 자체의 첫인상이 강하게 머리에 남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브뤼헤는 WiFi의 access point처럼 벨기에라는 국가의 전체 이미지의 단초를 제공했는데, 바로 '아기자기한 유럽 소도시'의 전형적인 이미지와 '식도락의 천국'이라는 숨겨진 이미지다.


특히 브뤼셀은 , 프랑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독일과 국경을 공유하고 영국과 북해를 공유하는 (브뤼헤, 엔트워프 등 무역과 상업으로 번성한 도시들도 다수 보유한), 한 때 유럽 최강국 중 하나였던 찬란했던? 역사를 보유한, 그리고 현재는 EU관련 많은 기관이 소재한, 나름 저력 있는 국가, 바로 벨기에의 수도이다. 


사실 벨기에는 국경을 공유하고 있는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에 비해서는 얼핏 국가 brand는 다소 떨어지는 면이 있고, 하여 짧게는 1-2주일로 유럽을 대표하는 도시들을 섭렵해야 하는 유럽을 처음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선뜻 우선 순위에 올리기는 어려운 국가이긴 하다. 다시 말해, 애매한 국가 이미지.


그러나 의외로 벨기에는 수도인 브뤼셀 뿐만 아니라, 유럽 중세 마을의 이미지를 가장 잘 보유하고 있는 브뤼헤, 중세 유럽 나름 최대의 모직 공업을 일으켰던, 브뤼헤와 함께 북 벨기에를 대표하는 도시인 겐트, 또 하나의 무역/상업 번성 도시인 안트워프 등 나름 유명한 도시들을 제법 많이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벨기에는 1000여 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다양한 맥주와,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의 영향으로 다양한 음식 문화가 공존하는 식도락의 천국 중 한 곳으로 마음 깊숙히 자리매김한 국가이다. 특히 유럽에서 아시아 음식을 가장 아시아답게 맛볼 수 있는 도시 중 하나로, 성 캐서린 (Sainte-Catherine) 성당 주변의 성 캐서린 광장 주변으로 그런 맛집 들이 많다. 

브뤼셀하면 그랑 플라스 얘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지만, 오랜 침묵을 깨고? 벨기에 땅을 다시 밟았던 2009년 가을의 출장 숙소가 위치해 있던 곳이라 그 첫인상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아울러 큰 벽난로가 인상적이었던 레스토랑과 유럽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타이음식도 이곳에서 경험했던 터라 성 캐서린 광장 주변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온통 사진이 붉은 빛이다. 10월말 그것도 아주 늦은 저녁에 찍은 사진들이라 그렇기도 하고, 캐서린 성당 주변의 풍경 자체가 좀 그러한 면도 있다


프랑스 남부로 이주 후 나름 프랑스 회사에서 떠났던 첫 출장지에서 혼자 보내는 첫날 밤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에 남는 밤을 성 캐서린 광장 근처에서 보내고, 두 번째 날은 브뤼셀에서 가장 번화하고 브뤼셀 관광하면 먼저 떠오르는 브뤼셀 관광의 중심이자 브뤼셀의 중심이기도 한 그랑 플라스 (Grand Place)에서 2분 거리에 있는 홍합/감자 (Moules et Frites) 요리의 대명사인 Chez Léon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그랑 플라스는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광장으로 이름이 말해주듯 '큰 광장'이다. 광장의 중심에 서 있으면, 그 이름이 절대 과장된 것이 아니라고 느껴지는데, 광장을 둘러싼 화려한 중세 건축물이 선사하는 압도적인 미도 한 몫 하는 듯 하다. 광장이 당연히 그러해야 할 듯 하지만, 직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의 이름 그대로 광장인 데, 광장에서도 몇 시간을 보낼 수 있을만큼 오가는 사람들도 많고, 건축물을 요모조모 뜯어 보는 재미도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사진을 수도 없이 찍게 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브뤼헤에서도 접할 수 있었던 '천국으로 가는 계단 같은 느낌의 하늘로 향한 작은 수많은 계단?으로 장식된' 큰 삼각형 지붕이 인상적인 길드 하우스들, 고딕 양식의 뾰족한 첨탑이 인상적인 시청사 등을 찾아 보는 재미가 있는 그랑 플라스의 다양한 건축물들은 그랑 플라스의 명성을 한층 더 업시킨다. 브뤼헤, 안트워프, 겐트 등 상업과 무역이 활발했던 여러 도시를 보유한 벨기에의 수도였던 터라, 브뤼셀은 지리적으로 중세 이전부터 대형 시장과 무역이 발달했었고, 하여 자연스럽게 유럽 상인들이 모여 만들기 시작한 협동 조합들의 집합소이기도 했다는데, 이 협동 조합이 세운 건물들인 '길드 하우스'들로 가득찬 (길드하우스의 대표 전시장과도 같은) 곳이 바로 '그랑 플라스'여서, 그랑 플라스에서는 이런 다양한 건축물을 관찰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늘 관광객으로 붐비는 그랑 플라스


사진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그랑 플라스가 주는 압도적인 위엄이 존재한다. 


그랑 플라스의 다양한 모습과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화려한 건축물들


화려한 고딕 양식의 첨탑이 인상적인 시청사 건물.


프랑스 남부에서도 자주 먹던 음식이었던 홍합과 감자 튀김 요리 (Moules et Frites, 프랑스 발음으로 '물 에 프리트'). 프렌치 프라이로도 불리는 Frites 요리는 요리라고 하기에는 간식과 같은 비쥬얼이지만 이름과 다르게 유래가 벨기에라는 설도 존재한다고 한다. 프랑스 남부에서는 올리브유나 토마토, 바질, 월계수 잎 등의 다양한 조합으로 다양한 소스의 홍합 요리가 존재하는데 Chez Léon 에서도 크림 소스를 포함하여 다양한 버전의 홍합 요리가 존재했다. 명성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식사하고 있었고, 연신 예약을 하는 사람들, 심지어 줄을 서 있는 사람들로 다소 시끌벅적한 레스토랑이었는데, 맛은 아주 touristic한 장소를 감안해도 괜찮은 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크림 소스의 홍합도 괜찮았고, 전채?로 share했던 새우 요리가 일품이었다.


Chez Léon의 입구


  Chez Léon은 레스토랑의 비주얼과 인테리어도 나름 신경을 쓴 기업형? 레스토랑이어서 사진발도 잘 받는다. 심지어 냅킨도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고 있고, 서빙하시는 분들도 유니폼을 입고 초록색 앞치마를 두루고 있어 통일된 이미지를 선사한다. 나름 이미지 메이킹이 잘 되어 있는 레스토랑으로 이런 면들도 레스토랑을 한 번 쯤 방문하기에는 소소한 재미가 있는 곳이다.

Chez Léon의 내부와 홍합 요리 비주얼. 홍합이 나름 실하고, 이름은 잊어버렸는데 전채 요리 중 하나인 새우 요리를 강추한다 (토마토와 함께 서빙된 새우 요리 사진을 참조)



그랑 플라스 주변에는 크고 작은 펍들 레스토랑들이 즐비하다. 혹자는 1000여종이 넘는다고도 한다는 벨기에의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환상적인 장소라고도 할 수 있다. 실로 bar hopping의 천국이다. 하여 그랑 플라스 주변에는 오픈된 테라스와 광장의 일부를 상업의 공간으로 쓱 이용하는 레스토랑들과 또 그 공간들을 자연스럽게 채우고 있는 많은 사람들도 늘 붐빈다.


늘 다양한 이벤트와 사람들로 붐비는 그랑 플라스. 삶의 활기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공간이기도 하다.


브뤼셀은 또 의외로 파리를 연상시키는 거리 풍경과 건축물들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작은 파리'라는 별명을 보유한 도시인데, 실제로 브뤼셀의 여러 주요 거리를 걷다 보면 파리의 이미지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는데, 나중에 '작은 파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들었을 때 내가 받은 느낌이 틀린게 아니었구나 싶었다. 실제로 베르사유 궁전을 모방한 건물과 신고전주의를 표방한 많은 건축물들을 브뤼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프랑스와 프랑스 파리를 연상시키는 많은 건축물들과 정원, 거리 거리들


브뤼셀은 다양한 향들의 조합으로도 인상적인 도시다. 맥주 등의 알코올 향 뿐만 아니라, 와플 시럽향과 초콜렛 향이 그런 향들인데, 다양한 요리들의 집합지일 뿐만 아니라, 디저트의 천국이기도 하다. 특히 브뤼셀은 초콜렛 왕국의 수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한데, 오줌싸개 동상 (의외로 아주 작아서 놀라기도 했다. 심지어 사이즈가 작아서 찾기도 제법 어려웠는데, 웅성웅성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쉽게 찾을 수 있기도 하다) 주변은 조금 과장하여 거의 모든 가게들이 초콜렛 아니면 와플 가게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달콤한 유혹을 거부하기가 아주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시애틀 시내 거리, 거의 모든 모통이 모퉁이에 스타벅스가 있는 것과 유사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오줌싸개 동상 주변은 초콜렛 가게외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오줌싸게 동상 주변의 가게들이 관광객들을 호객하는 touristic spot이라면 Galeries Royales Saint Hubert (갤러리 루아얄 생 위베르)는 보다 상업적이고 보다 선택의 폭이 넓은 다양한 초콜렛과 가게들을 구경할 수 있는, 브뤼셀 쇼핑의 천국인데, 초콜렛 뿐만 아니라 다양한 품목들과 다양한 가게들이 모여있는 유리 천장으로 덮힌 긴 쇼핑 거리이다. 

Galeries Royales Saint Hubert와 밤의 브뤼셀 풍경


저녁이 서서히 내리면 조명이 여기저기 켜지고, 브뤼셀은 또 다른 옷으로 갈아 입는다. 이내 밤이 내리고, 건축물, 성당, 가게들도 조명으로 그 표면을 덮고 또 다른 '미'를 선사하는데, 하여 밤이 내린 그랑 플라스도 꼭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자갈로 뒤덮힌 어둑어둑한 브뤼셀 골목골목들을 걷는 재미와 우연히 맞닥뜨리는 거리 상점들 구경도 참 쏠쏠하다.


저녁이 내린 그랑 플라스와 Galeries Royales Saint Hubert는 또 다른 운치를 보여준다. 밤이 내린 브뤼셀 골목골목도 여느 다른 유럽 도시 만큼이나 아름답다.


어느 9월 초. 이름은 알 수 없는 축제로 들썩이던 브뤼셀도 잊을 수 없다. 딱 보기에도 전통 복장을 한 사람들이 각 지역을 대표하는 듯한 깃발을 흔들며 행진 하던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한 번 입어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킬 정도로 중세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나 볼 듯 한 의상들을 눈 앞에서 목격하고 신기해 했던 기억도 새롭다. 무엇보다 그 싱싱한 활기가 너무나도 그립다.


전통 의상을 입고, 깃발을 흔들며, 행진하는 벨기에 사람들. 이런 풍경을 언제쯤 다시 목격할 수 있을지.


맥주와 초콜렛의 천국. 

'작은 파리'라고 불릴 만큼 다양하고 멋진 건축물과 정원들이 즐비한 도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 그랑 플라스. 

원조? 홍합/감자 요리와 다양한 요리들을 맛볼 수 있는 의외의 식도락 천국. 


브뤼셀을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는 너무나도 많다. 

세계는 넓고, 하여 너무나도 갈 곳이 많고 또 유명한 유럽 도시들도 넘쳐 나지만, 기회가 된다면 브뤼셀도 꼭 방문해 보기를 강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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