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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티브 Antibes Jul 12. 2021

리용이 아니라 니용, 그리고 여행은 먼지필터...

뜻밖의 발견 Nyon

Yvoire(이브와르) 산책에 이어 제네바로 돌아가는 길에 경유해야 하는 Nyon행 배에 올랐다.






사실 Nyon(니용)은 프랑스에 속한 레만 호수가 품고 있는 도시 중 하나인 Yvoire(이부아르)에 가는 배편을 타기 위한 경유지 였으나, 이브와르로 향할 때는 말 그대로 경유만 했고, 2주일 동안 홈스위트홈이었던 제네바로 돌아올 때는 점심 식사도 할 겸, 도시 구경도 할겸, 잠시 산책해 보는 걸로 니용행 배 위에서 6명이 도란도란 작은 작전을 세웠다. 집단지성인 셈이다. 홀로 여행할 때와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새로운 도시를 접할 마음에 다시 마음도 설렌다.


니용에 도착.

선착장의 니용 표지판이 반갑다. '니용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단순한 표지판인데도 왠지 정겹다. 불어라서 그런지, 더 마음을 설레게 한다. 또 다른 표지판에는 꽃을 주렁주렁 아래 달았다. 꽃을 장식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니용에 대한 첫인상은 굿~~이다.




니용은 의외로 로마 시대의 흔적을 간직한 중세 흔적이 곳곳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고도시였다.



구시가 광장도 분수도 정겹다.

구시가 광장의 벽화에 잠시 매료되어, 근처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다. 괜찮은 마케팅전략인듯.




로제 한 병을 6명이서 apéritif로 나눠마시기로 하고, 각자 메인을 주문.

나는 오늘의 생선요리를 주문했다. 작은 생선 열마리와 감자로 가득채운 플레이트가 나왔다.

적당히 차가워진 로제와 안성맞춤이다. 메인이라기 보다는 모랄까 안주같은 느낌이랄까.




쨍한 날씨에 3-4시간 쉼없이 이브와르 산책을 한 덕분인지, 새벽까지 잠을 못이루고 뒹굴뒹굴한 후폭풍이었던지, 한 잔에도 취기가 오른다.


그러나, 나쁘지 않다.


내일부터 다시 일주일간 바쁘고 힘든 출장 일정을 앞두고 있지만, 한 주를 또 열심히 살았고, 하여 이렇게 프랑스, 스위스 중세 도시들을 같은 날, 그것도 배를 둥실둥실 타고 동시에 구경하는 횡재?를 나에게 베푸는 것도 나쁜 전략은 아니다.


중간 중간 본인의 행복을 잘 챙겨야 한다고 늘 생각해 왔었다. 지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더 남을 사랑할 수 있도록,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를 잘 챙기는 전략은 항상 유효한 전략이다.

하여 툴툴 현실의 고됨을 털어내고, 업그레이드된 나를 그 끝에서 만날 수 있는, 중간 경유지로서의 여행은 항상 최고의 전략이다.

여행은 일종의 먼지필터인 셈이다.






이브와르 산책 때문인지, 로제 때문인지 발그스레해진 얼굴.

구시가지를 지나 기차역으로 향한다.


기차역으로 향하는 길에 멀리 니용성이 보인다.

오늘은 시간이 없어 니용성에는 못가보겠다.


무리하는 여행은 항상 지양하는 편이다.

여행은 숙제가 아니다.

적당한 선에서 유쾌함이 망가지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해야 한다.

흥이 깨어지면 몸도 깨어지는 법.

행복이 우선이다.

  


좁고 가파른 길. 그러나 마음도 몸도 둥둥 떠 있어, 힘들지 않다. 주변 경치도 쾌적하고, 뚜벅뚜벅 따로 걷지만, 같이 여행하는 동반자들의 숨은 응원과 그들의 존재가 또 다른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알록달록 색감은 아니지만, 파스텔풍 색감이 번쩍 눈에 띈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중세도시의 한 켠을 밝히고 있는 듯.  




Nyon에서는 기차로 제네바 중앙역인 꼬르나방역(Gare Cornavin)으로 이동했다. 창이 큰 기차가 참 맘에 들었다. 하얀 이어폰을 끼고 연신 음악을 들으며, 창에 비친 취기 오른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프랑스(Yvoire), 스위스(Nyon) 중세 도시 하루 여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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