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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티브 Antibes Oct 19. 2021

스위스 안의 작은 이탈리아, Carouge

까루쥐에서 프렌치 정찬을

제네바에 도착해 제네바 교통의 중심 Cornavin역에서 트램(tram)을 타고 약 20분을 가다 보면 Carouge(까루쥐)라는 제네바 남부 위성 도시가 나온다. 도시라기 보다는 작은 마을에 가까운데, 작은 부티크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풍경이 제법 정겹다. 




전형적인 스위스 마을의 느낌이라기 보다는, 왠지 지중해 마을의 느낌이 갑자기 물씬 나는데, 프랑스 남부 마을 하나를 갑자기 스위스로 옮겨 놓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Carouge는 Sardinia (샤르데나) 왕국의 왕이었던, 빅터 아미데우스 3세(Victor Amideus III)가 다스리던 18세기 후반에 조성된 마을로, 하여 스위스에 속해 있지만, 이탈리아 건축가들이 설계한 마을이라고 한다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나 사르데냐 왕국은 통일 이탈리아 왕국의 전신이라고 한다)


Carouge 구시가의 작은 부띠끄들을 하나씩 방문하면서 아기자기한 소품 구경, 여유로운 작은 쇼핑을 즐기며, 새로운 발견을 하는 재미가 있다.


Carouge를 방문할 때 마다, 다양한 마을 축제가 열리고 있곤 해서, 마을에 대한 인상이 더 좋아지곤 했는데, 제네바를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제네바 자체 축제 뿐만 아니라, Carouge의 축제도 검색해 본다면, 때론 조용하고 인적없는 마을의 이미지이기도한 Carouge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을 듯 싶다.



Carouge 구시가는 전형적인 이탈리아 마을의 매력을 간직한 운치 있는 곳으로, 제네바에서 품격 있는 이탈리안, 프렌치 정찬을 맛보려면 Carouge의 레스토랑을 강추하고 싶다. 물론 제네바와 인근 도시들이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프랑스 문화권이기도 해서 훌륭한 프렌치 레스토랑이 제법 많은데, 그 중에서도 탁월한 레스트랑이 Le Lion d'Or이라는 곳으로, 분위기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고, 무엇보다 1750년부터 운영한 오랜 역사와 함께, 요리가 정말 일품이다.


Le Lion d'Or 정면. 아기자기한 장식과 presentation이 시선을 끈다.



모 하나 나무랄 것 없었던 요리. 에스프레소와 마카롱, 초콜렛 등 다양한 디저트를 모아 서빙하는 Café gourmand도 강추


이 레스토랑 외에도 제법 추천하고 싶은 레스토랑들이 많이 있는데 La Bourse는 일품 요리까지는 아니나, 접근성과 가성비 차원에서 괜찮은 수준의 레스토랑이다. 평이 조금 갈리는 곳이긴 한데, 이곳도 전통 프렌치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리용에서 맛봤던 프랑스 순대 요리 (andouillette)와 다양한 디저트를 맛볼 수 있어서 의외의 즐거움이 있었던 곳이다. Le Lion d'Or 예약이 어려울 때 대체제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저녁 식사를 마치고, 위스키 등의 liquor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고 싶거나, 저녁 정찬 전에 apéritif로 분위기를 다지고 싶다면 , Bar du Nord도 괜찮은 곳이다. 트램 정거장 바로 근처여서, 찾기도 수월하고, 저녁에는 나름 운치있는 풍경 사진도 찍을 수 있는 좋은 스팟이다.


제네바는 주민 자치로도 아주 유명한 도시인데, Carouge도 그런 영향인지, 마을 공동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소소한 발견을 한 적이 제법 있다. 동네 주민들과 책을 공유하는 작은 공간도 그 중 하나 인데, 사소하긴 하지만, 이런 마을 공동체 컨셉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역시 여러 유럽의 도시와 마을들과 다름 없이 크리스마스 장식이 온 마을을 뒤덮는데, 제네바에서 보던 화려한 장식들은 아니지만, 마을의 분위기와 딱 어울리는 소소한 장식들을 심심치 않게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가득한 마을을 한적하게 산책하는 것도 여행의 새로운 재미가 아닐까.


Carouge 산책 중, 우연히 찍었던 사진 한 장이 마음을 참 푸근하게 한다. 할머니와 손녀가 나란히 손잡고 Carouge 마을 거리를 오붓이 걷는 사진인데, 오래된 나무들 사이로 두 사람의 따뜻한 기운이 전해지는 것 같아, 지금보아도 마음이 여유로와 진다. 



제네바의 번잡함이 부담스럽다면, 제네바 여정 중 하루 저녁 정도는 Carouge에서 오붓한 저녁 식사와 느린 산책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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