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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티브 Antibes Sep 04. 2021

비엔나 쇤부른 궁전에서의 나른한 자아성찰

바로크와 함께 하는 비엔나 여행

비엔나는 참 잘 정돈된 도시다.

대개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빈) 관광은 슈테판 성당이 있는 슈테판 광장에서 시작하게 되는데, 슈테판 광장과 성당도 깔끔 그 자체이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전이었던 호프부르크 왕궁과 정원, 조경 등도 그 규모라면 산만해 질만도 할터인데, 공간을 잘 활용하여 궁전과, 정원, 조형물 등을 절묘하게 배치한 미적인 감각이 참 깔끔하게 떨어진다.





파리의 베르사유 궁전, 뮌헨의 님펜부르크 궁전과 함께 가장 아름다운 궁전으로 항상 손꼽힌다는 쇤부룬 궁전.


쇤브룬 궁전과 정원은 유럽에서도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로는 가장  보존된 건축물이라고 한다. 17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이 컷었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파워를 그대로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소라고   있다.


베르사유 궁전, 님펜부르크 궁전도 그러하지만, 궁전과 함께 정원, 분수대 등 여러 건축물과 공간을 한꺼번에즐길 수 있는, 일종의 공간 종합예술을 감상하는 느낌으로 한나절을 충분히 보낼 수 있는 훌륭한 공간이다. 잠시 현재의 자신을 떨쳐버리고 마치 바로크 시대로 돌아가 그 시대의 풍미를 상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선사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쇤부른 궁전에서의 산보는 나를 돌아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궁전과 정원의 규모가 굉장하여, 사실 산보라기 보다는 피크닉이나 운동에 더 가깝지만) 그 규모가 마치 자연의 거대함 앞에 숙연해 지는 것과 같은 묘한 자기 반성 모드로 들어가게 하는 파워가 있고, 탁 트인 전경이 자연스럽게 사색 모드로 또 들어가게 하는 효과도 있는 듯 하다. 바로크 음악의 안단테 악장을 떠올리며 느린 자아성찰이 가능한 곳인 셈이다.


'쇤브룬'은 '아름다운 샘'이라는 뜻으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16세기 경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황족이 귀족과 함께 사냥놀이 등을 즐기기 위해 사들인 땅에서 샘이 발견되었었는데, 하여 '아름다운 샘'이라는 이름을 붙인 데서 기인했다고 한다. 실제로 쇤브룬은 합스부르크가의 사냥용 오두막과 여름 별궁으로 쓰였다고 전해진다.


쇤부른 궁전 본관 뿐 아니라, 철을 바꿔가며 다양한 꽃들을 피워 내는 정원과 분수, 그리고 정원의 별장이라고도 볼 수 있는 글로리에테(Gloriette, 작은 정자?), 수많은 조각상 등 볼거리도 제법 많다. 특히 글로리에테에는 까페도 있고, 비엔나 전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도 있어, 관조 모드로 비엔나를 감상하기에 적격인 곳이다.


쇤부른 궁전의 다양한 모습




정원에 딸린 별장이라고 할 수 있는 글로리에테


글로리에테를 입구쪽에서 걸어가면 바라본 전경. 참 목가적이다.





사진들을 쭉 정리하며, 글을 쓰고 있지니, 하루 종일 사색에 잠기거나, 두꺼운 책 한권을 다 섭렵하거나, 혹은 글을 쓰기에도 안성맞춤인 공간인 듯 하다. 눈 앞에 펼쳐지는 전경도 아니고 사진을 정리했을 뿐인데도, 눈이 조용히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잘 다듬어진 거대한 수목 사이로 걷다보면, 왜 이렇게 아둥바둥 살고 있을까 하는 묘한 차분함과 느긋함이 온몸을 엄습한다.

 




흡사 거대한 수목원을 훑어 나오는 느낌으로 한나절, 느린 오후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쇤부른 궁전. 비엔나 시내도 무척 아름답고 볼거리가 풍부하지만, 한나절 시간을 떼 내어, 안단테 모드로 삶의 기어를 바꾸어,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해묵은 생각들을 차근차근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구지 과거를 헤짚기 싫다면, 더 밝은 미래를 꿈꾸기에도 제격인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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