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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tibes Oct 23. 2021

겨울에도 아름다운 부다페스트에서 다뉴브 야경을

색다른 겨울 감성과 야경으로 부다페스트를 만나다

헝가리를 관통하는 다뉴브 (독일어로는 도나우) 강은 수도인 부다페스트에도 유유히 흐르는데, 이렇게 강폭이 큰 강이 도시를 관통하는 도시가 유럽에는 많지 않다. 강폭이 넓은 만큼이나, 다리의 길이도 길어, 다뉴브 강을 따라 들어선 아름다운 건축물과 어울어져, 매력적인 야경으로 명성이 높은 도시가 부다페스트인데, 다뉴브 강을 따라 산책을 하거나, 부다 지역의 올드타운을 하염없이 걸으며 사색하기에 좋은 중세 도시다.

  

사실 부다페스트는 1+1의 도시이다. 바로 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 올드타운은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 위치하는데 이 지역이 언덕이라는 의미의 '부다' 지역이고, 상대적으로 평평한 지역은 '페스트'지역으로, 이렇게 '부다'와 '페스트'가 합해진 도시가 바로 부다페스트이다. '페스트'는 평지라는 의미라고 한다.

지리적으로도 다뉴브 강을 사이에 두고 동쪽은 부다지역 서쪽은 페스트 지역으로, 이런 지리적 이유 때문이었는지, 부다페스트는 원래 부다와 페스트란 별개의 도시로 성장하다가, 1873년에야 하나의 도시로 합병되었다고 한다. 부다지역은 13세기 이래 헝가리 왕이 거주하던 왕궁이 소재하여 왕궁 뿐만 아니라 마차시 성당, 어부의 요새 등 볼거리가 아주 풍성한 곳이고, 페스트 지역은 중세 이래 상업과 예술의 도시로 성장했다고 한다.


다뉴브 강 주변 풍경, 세체니 다리와 국회 의사당 그리고 강을 따라 들어선 다양한 건축물들이 장관을 이룬다.


부다지역과 페스트 지역을 연결하는 세체니 다리와 국회의사당을 함께 사진에 담으면 한폭의 그림과도 같은데, 세체니는 '체인'이라는 뜻으로, 밤에 이 다리를 살펴보면 그 의미를 바로 알 수 있다. 바로 다리의 조명을 작은 조명들이 체인처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인데, 하여 이름도 체인브릿지다. 부다페스트 하면 떠오르는 상징성이 있는 다리로, 사자상이 다리 입구에 떡 하니 버티고 있어 더 유명하다. 걸어서 건널 수도 있어, 다뉴브 강의 경치를 양쪽으로 관망할 수 있는데, 이 다리의 야경도 만만치 않게 멋있다.


부다 지역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 그 앞으로 부다 지역과 페스트 지역을 연결하는 다리 중 하나인 세체니 다리가 상징적으로 서 있다.




부다지역은 그 뜻에서도 짐작하듯 높은 언덕지대에 위치하는데, 하여 이곳으로 올라가기 위한 케이블카가 별도로 있다. 물론 걸어서 이동할 수도 있지만, 은근히 많이 걸어야 하는 유럽 관광 중에 에너지를 세이브하고 시간을 줄이는 차원에서 왠만하면 케이블카를 추천한다. 부다 지역에 올라가서도 걸어서 구경할 곳이 제법 많기 때문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리면, 높은 지대에서 관망하는 뷰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데, 넓은 강폭이 만들어내는 탁트인 전경과 함께 어느 유럽 도시보다도 아름다운 뷰가 환상적이다.  


부다 성 케이블카 150주년 기념 장식(왼쪽)과 케이블카 탑승 직전 우러러본 부다 왕국 전경(오른쪽)


케이블카를 타고 내리면, 마치 중세로 이동하는 기차를 타고 내린 듯, 갑자기 중세 도시의 풍경이 펼쳐진다. 실제로 부다 왕궁이 여기에 있고,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대부터 파괴와 복원을 거듭하며 17세기에 이르러서야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곳이라고 한다. 헝가리의 역사를 수박 겉햟기로 스쳐도 외세의 잦은 침략과 세계 대전의 아픔이 많은 국가임을 알 수 있는데 (사실 그 규모가 다를 뿐 전 유럽이 그러하긴 하지만) 하여 2차세계대전에 또 한번의 대대적인 파괴의 아픔을 딛고 또 한번의 대대적인 재건으로 다시 현재의 모습을 갖춘것이라고.



왕궁 앞에 위풍당당하게 말을 타고 마치 지금도 달리고 있는 듯한 동상이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프랑스 Savoy 공화국의 왕자로 합스부르크의 장군이 되어 헝가리를 오스만제국으로부터 해방시킨 인물인 Eugene왕자라고 한다. 유럽 여행을 하다보면 조각상이 조각상이 놓인 공간이나 지역 혹은 국가의 주요 스토리를 장식하는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데, 마치 역사의 현장이 재현되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질 정도로 역동적인 동상이었다.




부다 왕궁을 지나면 여러가지 작은 원색 타일을 마치 수놓듯이 장식한 지붕과 장식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성당이 눈에 번쩍 들어오는데, 바로 마차시 성당으로, 헝가리의 잦은 침략 역사 덕분에, 한 때는 오스만 투르크에 점령당해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18세기에는 바로크양식으로 심지어 재건축되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 결과 동양과 서양의 건축양식이 조화를 이루게 된 독특한 분위기의 성당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멋진 합작품이라고 해야할 듯 하다. 부다페스트는 출장으로 은근 자주 다녀왔었는데, 한 번은 이 성당에서 열리는 특별한 저녁 이벤트에 참석해 choir의 멋진 연주도 감상할 기회도 얻었었다. 이렇게 유명한 성당에서 열리는 이벤트를 시간이 허락한다면 참석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중세 도시의 성당에서 울려퍼지는 공간감이 꽉찬 클래식의 향연이 마음을 잔잔하게 다스려 주는 훌륭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인상적인 지붕이 계속 시선을 끄는 마차시 성당과 그 주변


마차시 성당 주변으로는 네오 로마네스크 양식의 탑 7개로 구성된 '어부의 요새'라는 또 다른 화려한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는데, 유럽 어느 도시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독특한 풍경에 연신 사진을 찍게 되는 스팟이다. 어부의 요새를 구성하는 7개의 꼬깔 모양의 탑은 헝가리를 세운 7명의 마자르족 영웅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조금 과장하면 중세 놀이공원 같기도 한 독특한 공간에서 미로에서 숨바꼭질하듯 산책하는 재미를 선사하는 곳이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요새 한 가운데, 또 다른 영웅의 동상이 위엄있는 모습으로 서 있는데, 바로 스테판 동상으로, 십자가를 손에 들고 있어 더 위엄 있어 보였다. 마치 체스판의 말 들 처럼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는 꼬깔 모양의 탑과 동상이 참 인상적인 공간이다.



어부의 요새는 마치 미로를 수직으로 걷듯이 오르락 내리락 하며 7개의 탑을 탐험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마차시 성당과 어부의 요새 미니어처


부다 왕궁, 마차시 성당, 어부의 요새를 지나 좀 더 걸으면 그 주변으로 아름다운 색채가 돋보이는 주택가를 만날 수 있는데, 고급 중세 감성이 다분히 묻어나는 거리에서 우수에 젖기에 안성맞춤이다. 그 주변으로 조금 고가이지만 고급 레스토랑들도 자리잡고 있어, 올드타운의 매력을 한층 더 한다.


마차시 성당 주변과 그 뒷 편의 중세 감성 가득한 거리들과 건물들


부다 왕궁과 어부의 요새 외에도 부다 왕궁에서는 거리가 좀 있지만 겔레르트 언덕에서도 부다페스트 전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데, 해방 기념비와 요새를 여기서 만날 수 있다.

부다 왕궁에서 바라본 겔레르트 언덕과 해방 기념비. 엘리자베스 다리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왼쪽).





페스트 지역에도 볼거리가 제법 있는데, 부다 지역이 부다 왕궁과 어부의 요새를 중심으로 '전망' 위주의 관광이라면, 페스트는 보다 현대적인 이미지의 부다페스트를 살필 수 있는 곳으로, 온천 등 새로운 activity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여행객들에게는 이곳이 부다페스트의 첫인상이 될 확률이 매우 높은데, 대부분의 호텔이 이곳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페스트 지역은 국회의사당, 이슈트반 대성당, 영웅 광장과 그리고 제법 규모가 있는 공원들을 걷다보면 반나절이 훌쩍 지나가는 여정이다.

페스트 지역의 터주대감인 국회의사당은 헝가리 건국 천년을 기념해 건축한 것으로 역대 통치자 88명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이곳을 나서 liberty square를 지나면 이슈트반 대성당이 나온다. 가톨릭 전파에 크게 기여한 초대 국왕 이슈트반 1세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성당이라고 한다.

이 성당을 지나서 부다페스트 건국 천년의 역사에 등장하는 영웅들을 기리는 추모의 광장인 영웅 광장을 만날 수 있고, 탁트인 광장 가운데 길게 서 있는 반원형의 여러개의 기둥으로 구성된 긴 건축물을 발견할 수 있는데, 기둥 사이사이 14명의 영웅들이 동상이 서 있다.


영웅광장의 동상들과 장식들


영웅 광장을 지나면, 바로 부다페스트 시민의 또 다른 안식처인 City Park가 있는데, 이곳에, 세체니 온천이 있다. 생소할 수 있지만, 헝가리는 온천으로 유명한 나라로, 크고 작은 온천이 수백개가 있다고 하는데, 이중 100여개가 부다페스트와 그 인근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City Park 내 위치해 있는 세체니 온천과 겔레르트 언덕 아래에 위치한 겔레르트 온천이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으로 꼽히는데, 온천의 특성상 한겨울에도 오픈하기 때문에, 부다페스트를 겨울에 방문하면, 한겨울에도 눈내린 부다페스트 전경과 함께 또다른 운치있는 여행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부다페스트의 겨울




부다페스트는 특히 야경이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도시로, 다뉴브 강을 따라 긴 산책을 하면서 야경샷을 담기에도 아주 적합하다. 유럽에서 몇 대 야경에 든다는 혹자들의 칭찬이 자자하지만, 뷰의 아름다움은 또 주관적이기도 해서, 몇 대 야경이라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으나, 다뉴브 강을 따라 들어선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선사하는 야경은 내가 여행한 여러 유럽 도시들 중에도 으뜸인 것 같긴 하다. 특히 부다지역에서 바라보는 국회의사당의 야경은 다뉴브 강에 반사되는 흐느적거리는 버전과 함께, 한폭의 장관을 연출하는데, 국회의사당 자체도 화려하기 그지 없지만, 야경으로 담으면 그냥 여행 엽서가 된다.

국회의사당 야경. 부다 지역에서 산책하거나 유람선에서 한폭의 그림을 담을 수 있다.
세체니 다리 야경. 밤에 건너도 운치가 넘친다.




겨울 야경은 눈에 덮인 부다페스트의 새로운 전경을 선사하는데, 하여 부다페스트는 겨울에도 여행하기에 괜찮은 곳이다. 다른 유럽의 대도시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와, 친근한 슬라브족의 감성, 그리고 온천이라는 알파를 가미하면 나름 독특한 겨울 여행을 구성할 수 있다.


대개는 유럽 여행을 여름에 선호하지만, 몇몇 겨울 여행에 어울린만한 테마를 가진 도시들을 묶어 한가롭게 겨울 중세 유럽을 만나보는 것도 추천할만 하다. 박물관 등도 오픈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지만 또 상대적으로 관광객의 줄도 짧기 때문에 잘만 설계하면 운치있는 중세 유럽을 만날 수 있고, 오히려 건축물들의 아름다움에 보다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추위 때문에 망설여진다면, 든든한 구스다운으로 잘 여미면 그만이고, 따뜻한 스프와 식사, 그리고 와인과 맥주로 몸을 데우면 그만이다. 부다페스트에서는 우리 감성에도 어느 정도 부합하는 굴라쉬로 속을 든든하게 채울 수 있다. 따뜻한 온천에서 한해를 돌아보며 사색에 잠기거나, 혹은 쨍한 겨울공기를 품고 한해를 시작하는 새로운 다짐을 품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한 겨울, 눈 덮인 부다페스트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어부의 요새를 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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