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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티브 Antibes Jun 22. 2024

도리아 성에서 360도 해바라기

그리고 푸름이 깊은 바다 위를 날아

 도리아 성까지 올라가는 길은 좁은 터널을 지나는 듯한 가파른 중세 골목을 올가가야 했다. 조금 전 제대로 된 식사를 마친 터. 에너지를 충전한 몸과 마음으로 마을 전체를 관조하는 기쁨은 배가 될 기세로 가파른 골목을 오르니 도리아 성과 관련된 역사 그리고 성의 구조에 대한 간판이 우리를 우선 맞이했다.  

비싸지는 않지만 입장권을 사야한다.

 

 도리아 성까지는 또 다시 360도 회전하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했다. 그래도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서 마치 드론을 띄워 드론에 달린 카메라로 마을 전체를 조망하는 뷰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 오른 마음은 이미 전망대를 달리고 있었다.

가파른 계단을 돌아돌아 꼭대기에 도착.




도리아 성에 오르면 그 자체가 전망대이지만 사진의 작은 탑을 다시 올라갈 수 있다. 한 사람 정도 올라설 수 있는 좁은 공간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풍경이 일품이다.


 도리아 성은 베르나차 마을의 상징적인 건축물로, 마을의 가장 높은 지점에 위치해 있다. 성에 오르는 길은 좁고 가파르지만, 그 끝에서 펼쳐지는 풍경은 그 모든 수고를 잊게 만든다. 성의 전망대에 서자, 마을과 주변 자연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는 중천에 떠서 2월이지만 나름 강력한 에너지를 뿜어 내고 있고, 성채에 올라온 사람들은 그 해를 돌듯이 성채를 돌며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한 눈에 그리고 카메라에 담기에 여념이 없다.

전망대를 몇 바퀴 돌며, 360도 해바라기 놀이를 한다.




 동쪽으로는 베르나차 마을의 전경이 펼쳐진다. 마을의 다채로운 색상으로 칠해진 집들은 마치 바다와 맞닿아 있는 듯 하다. 교회의 종탑이 마을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고, 주변의 건물들과 어우러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돋군다. 다채로운 색채로 칠해진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은 마치 그림 속 한 장면같다. 색색이 칠한 집들이 층층이 자리 잡고 있고, 좁은 골목과 계단이 마을 곳곳으로 이어지며,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긴다. 사람들의 일상이 엿보이는 이 골목들은 베르나차 마을의 아기자기함과 세월을 잊은 느린 마을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서쪽으로는 지중해의 끝없는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해변으로 이어지는 경사가 완만한 언덕들과 그 위에 자리 잡은 집들이 한 폭의 수채화 같다. 해변에 밀려오는 잔잔한 파도 소리와 함께 바람에 실려오는 소금기 섞인 공기가 여기까지 전달되는 듯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듯하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수평선은 한없이 넓어 보였고, 그 끝없는 푸름에 마음이 저절로 차분해진다.




 

 북쪽으로는 울창한 올리브 나무와 포도밭이 눈에 들어온다. 이 지역은 특히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데, 포도밭의 경작지들이 테라스 형태로 조성되어 있다. 트레킹하면서 코앞에서 마주친 전경이지만 또 멀리서 관조하는 정성스럽게 가꾼 포도밭이 계단식으로 펼쳐져 있는 모습은 마치 녹색의 파도가 출렁이는 듯하다.

올리브 나무 사이로 보이는 작은 오두막들은 전원의 평화로움을 덧대고 있다.



 그 계단식 와이너리 위로 나름 험준한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산맥 사이로 난 오솔길은 다른 마을로 이어지는 하이킹 코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살아 있는 이 길은 탐험심을 더욱 자극한다.

산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베르나차 마을은 아늑한 포근함을 느끼게 했고,

마을을 둘러싼 자연경관과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몇 바퀴를 돌며 마을 전체를 내려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제 군데군데 집중하여 뜯어 보며 마을을 관찰한다.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군데군데 실루엣처럼 나타나고 그들의 일상이 이런 풍경에 겹쳐지는 이미지는 비현실적이다.

오래된 집 한켠에 연결한 자그마한 테라스에서 진한 에스프레소로 하루를 시작하고

로제나 화이트 와인으로 한낮을 견디고

저녁때는 해산물 파스타, 문어 요리 등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그네들의 모습이 영화처럼 지나간다.





 푸른 바다가 마음에 이미 조용히 들어와 있다. 이런 조용한 바다를 관조하는 평화로운 마음이 항상 내 마음이라면. 이곳에 정착하여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만들고 매일매일 바다에서 걷어 올린 신선한 재료로 요리를 해 먹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 본다.

사는 것은 또 다르겠지 싶지만 그래도 그런 상상만으로 마음이 가벼워진다.


 


 휘날리는 깃발이 잔잔한 마음에 희망을 쏟아낸다.

활기찬 깃발의 움직임 그리고 팽팽한 그 기색이 평화로운 마음에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에너지를 축적하라는 메시지처럼 날아와 꽃힌다.



  


 

 도리아 성에서 360도 해바라기 놀이를 끝내고 가파른 계단과 좁은 중세 골목을 다시 지난다.

골목을 따라 내려가니 항구가 다시 나타난다.

다른 도시의 항구에 비길 바는 아니지만 친퀘테레에서는 가장 큰 항구라고.

아담한 방파제로 막아놓은 항구 앞에는 고기잡이배는 물론 요트나 작은 크루즈들이 부지런히 오고간다.

한여름에는 항구 백사장에는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는 여행객들로 붐비리라.





 친퀘테레 마을 들 중에서 베르나차(Vernazza) 마을은 특히나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베르나차에서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바로 도리아에 올라가 친퀘테레 전체를 조망하던 순간이었다. 도리아 성에서 바라본 전경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베르나차 마을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살아 있는 그림 같다. 지중해의 맑은 바람을 맞으며,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는 그 순간, 시간은 멈춘 듯했고, 나는 그 풍경 속에 녹아들었다. 베르나차 마을과 도리아 성은 친퀘테레를 방문하는 모든 여행자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은,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고, 새로운 에너지를 선사해 줄 것이다.


Charles Trenet의 'La Mer'를 연신 읇조린다.


La mer

Qu'on voit danser

Le long des golfes clairs

À des reflets d'argent


La mer

Des reflets changeants

Sous la pluie


La mer

Au ciel d'été confond

Ses blancs moutons

Avec les anges si purs


La mer

Bergère d'azur

Infinie


Voyez

Près des étangs

Ces grands roseaux mouillés


Voyez ces oiseaux blancs

Et ces maisons rouillées


La mer

Les a bercés

Le long des golfes clairs

Et d'une chanson d'amour


La mer

A bercé mon cœur

Pour la vie


바다

투명한 만을 따라서

은빛으로 반짝이며 춤을 추고 있는


바다

내리는 빗속에서 변화하며 반짝거리는


바다

여름 하늘의

흰 양떼들과

순결한 천사들을 하나로 모이게 하는


바다, 끝없는 푸른 빛의 양치기 소녀


보세요

연못 옆의

물기 머금은 갈대들을


보세요

하얀 새들과

오래된 집들을


바다는

투명한 만을 따라서, 사랑의 노래를 따라서

갈대와, 새와, 집들을

부드럽게 흔들어 재웠습니다


바다는

내 마음을 부드럽게 흔들어 재웠습니다    




그 바다 위로 새 두 마리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날아간다.

이미 나는 앞선 새 위에 올라타 푸름이 깊은 바다 위를

하염없이 날아가고 있다.


'La 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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