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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티브 Antibes Jun 17. 2024

베르나차 문어와 오징어 이야기

그리고 친퀘테레 화이트 와인을 함께

 드디어 베르나차 마을에 들어섰다. 마을을 들어서니 좁은 골목길이 큰길까지 아래로 이어져 있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광장으로 연결된다. 마을 중심지인 마르코니 광장에는 아직은 시즌이 아닌터라 한산한 풍경.


멀리서 보던 파스텔 풍경은 가까이에서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포구에 들어서니 여름철 해수욕을 하기엔 좁아 보였지만 그래도 나름 해안이라 사람들이 북적일 즈음이면 인산인해를 이룰 듯 싶었다. 해변이라고 부르기엔 아담했지만 해안에서 그대로 올려다 보는 포도밭이 또 신선하다.



트레일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을 가까이에서 뜯어 보는 재미가 있다. 세월의 흔적은 그대로 묻어나지만 또 형형색색 칠을 입은 집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는 모습은 베르나차 마을의 신비로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듯 하다. 멀리서는 구릉 포도밭 낙원이었으나, 가까이에서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해안 마을 삶의 현장이다. 빨래도 부끄럼없이 널려 있고, 깃발처럼 휘날린다.




 광장 너머로 제법 큰 성당이 있었다. 14세기에 지어졌다는 산타 마게리타 성당이다. 평화와 안식의 순간을 기억하려 안으로 살포시 들어가 본다. 보통의 성당과 다르게 모랄까 해안가 성당이라는 느낌이 물씬 드는 인테리어다. 바다 햇빛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 안에서는 해안을 그대로 응시할 수 있는 자연과 일체되는 모습이라고 할까. 성당을 지탱하는 기둥과 가지런히 놓여진 의자들도 자연과 사람과 성당이 일체되는 모습으로 자기 몫을 하는 듯 하다. 조용히 앉아 사색과 기도의 시간을 가진다. 이렇게 이탈리아 해안 마을로 날아와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내심 또 감사하며 올 한 해도 무탈하길 욺조려 본다.



성당을 나와 베르나차 마을을 둘러싼 해안을 탐색한다. 탐구하듯이 슬슬 걸어 마을의 주변을 걸어 한 장 한 장 눈 앞에 쏟아지는 풍경을 기억에 담아 낸다.



또 다른 곳에서 바라보는 마을의 풍경이 새롭다. 사람을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바라보는 듯 하게 문득 다르게 보이는 마을이 신기하기만 하다.




 다시 마을로 돌아와 맛집 탐구에 나선다. 맛집이라는 곳을 애써 찾아갔으나 오늘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팻말. 아직 오프 시즌이라 그런지 집에 무슨 일이 있어 그런지 모르겠지만 잔뜩 기대한 맛집은 굳게 문이 닫혀 있다. 혹시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그 앞을 못 내 아쉬워 서성여 보지만 주인장은 나타날 기색이 없다. 못내 썩 내키지는 않는 그러나 마을 사람들과 소소한 관광객들로 가득찬 "Bar Ristorante Il Baretto"로 들어선다. 아마 영업을 하는 레스토랑의 수가 적어 어쩔수 없이? 발길을 들인 사람들 인 듯도 싶다. 매일 방문하는 듯도 싶은 그리고 마을 사람인 듯한 사람들은 바에서 맥주와 음료와 주인장과의 담소가 얽힌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무심히 메뉴를 받아 들고 해산물이 모가 있나 살펴본다. 해산물과 친퀘테레 와인을 페어링할 작정이었고, 배도 몹시 출출하기도 해서 메뉴 연구에 쏟을 시간도 에너지도 없었던 터. 눈에 문어 요리가 확 들어온다. 'Polpo alla Ligure'.  신선한 문어를 사용하여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이 지방 스타일의 요리라고. 올리브유와 마늘의 향이 문어에 잘 배어 있었고, 파슬리와 레몬즙이 상큼함을 더한 문어 요리였다. 감자와 올리브가 조화롭게 어울린 문어 식감 만점의 요리. 그리고 'Calamari Fritt'도 주문. 바삭하게 튀겨진 오징어의 외피와 부드러운 속살의 대비가 매력적이고 여기다 함께 나온 큼직한 레몬 조각을 잘 짜서 뿌려 먹으니 튀김의 기름진 맛을 중화시켜주면서, 신선한 오징어의 자연스러운 단맛과 바삭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여기에 Cinque Terre DOC 화이트 와인을 페어링했다. 한병 혹은 반명 주문할까 하다 와인에 취해 그 다음 일정을 급히 마무리할까 싶어 그냥 한잔.  드라이하지만, 첫모금 부터 강한 미네랄 풍미가 코끝을 자극한다. 짙은 짚색. 상쾌하고 신선한 맛과 문어 요리, 오징어 튀김과 안성맞춤이었다. 테이블 셋팅 비용(Coperto)에 포함된 빵을 문어 요리 소스에 남김 없이 훝어 문어향이 가득한 남은 소스까지 섭취했다. 배가 몹시 출출하였던 터라, 그리고 고된 트레킹에 지친터라, 와인 한잔에도 취기가 살짝 올라온다. 기분은 유쾌하나 기름진 음식도 먹었고 하여, 마지막으로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로 마무리. 특유의 강하고 크레마가 풍부한 이탈리안 에스프레소가 입안에 가득 퍼진다. 눈이 번쩍 뜨이는 맛. 디저트까진 무리여서 함께 나온 조각 설탕을 남은 에스프레소에 잘 녹여 디저트로 갈음. 완벽한 점심 식사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문어의 향과 오징어 튀김의 고소함, 미네랄 풍부 화이트 와인의 여운과 이탈리안 에스프레소 향이 입안 구석구석 잔미가 남은 채로 레스토랑을 나선다. 처음 고대 했던 맛집은 아니었지만, 차선책으로 선택한 레스토랑에서 만족한 식사를 하고 이제 다시 베르나차 마을로 나섰다. 멀찌감치 마을을 관조할 때 반드시 올라가 보리라 조용히 다짐했던 성채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옮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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