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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티브 Antibes Jun 15. 2024

구릉 포도밭 낙원의 아로마 그리고 화이트와인

Vernazza 와이너리

 몬테로소 알 마레에서 베르나차로의 트레킹이 거의 마무리될 무렵. 산꼭대기에서 내려다 보는 베르나차 마을은 참으로 평화롭다. 한걸음 한걸음에 집중했던 트레킹이었지만, 이런 마을의 풍경은 내 마음을 또 다정히 조용히 쓸어내리며, 마음의 먼지들을 함께 털어내 주는 듯 했다.


 평화와 안식의 안개가 조용히 내린다.


 한낯의 화려한 흰색 빛의 향연 속에서도 각양각색의 파스텔 톤의 집들이 빼꼼히 반짝이고 있었다.

 낮술까지는 아니더라도, 친퀘테레가 나름 유명한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의 산지라고 하는데, 시원한 로컬 화이트 와인을 한 모금씩 음미하며 이 풍경을 눈에 담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싶다. 구릉 포도밭 낙원이 따로 없을텐데.






 베르나차 마을로의 마지막 트레일 하강이 시작되었다. 역시 구릉 사이사이로 포도 나무들이 빼곡히 포개져 있다. 나란히 나란히 손잡은 듯 서 있는 아담한 포도 나무들. 구릉 계단과 골 사이로 소중한 포도나무들을 애정의 손길로 쓰다듬는 농부들의 실루엣도 왔다 갔다 한다. 아직 마시지도 않은 화이트 와인의 아로마가 코 끝으로 밀려오는 듯 하다.



 친퀘테레 와인은 이탈리아 와인 중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지역의 와인은 그 특별한 지형과 기후, 그리고 전통적인 재배 방식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특별한 와인으로,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몸소 눈으로 확인하고 있지만 친퀘테레 포도밭은 해안 절벽과 언덕에 계단식으로 조성되어 있다. 해서, 이러한 지형은 포도 재배에 어려움도 크고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지만, 이러한 지형과 입지 덕분에 독특한 미네랄 성분과 풍미를 가진 와인이 생산된다고 한다. 친퀘테레 와인은 주로 Bosco(보스코), Albarola(알바룰라), Vermentino(베르멘티노) 품종 (응?) 으로 만들어지는데, 이 품종들은 주로 드라이하고 아로마틱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고 하며, 해서 이 지역 와인은 크리스피한 산미와 섬세한 향이 일품이라고. 건초, 시트러스, 그린 애플의 향이 주를 이루며, 해안가의 미네랄이 가미된 짠맛이 느껴지기도 한다니 개성이 넘치는 와인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친퀘테레 와인은 이탈리아 와인 중에서도 특히, Sciacchetrà DOC는 고품질의 디저트 와인으로, 교황의 취임식 때 사용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이 와인은 셰리 혹은 빈산토 와인과 비슷한 복합적인 향을 가지고 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나름 명성을 자랑한다니, 친퀘테레에서는 반드시 와인을 맛봐야 할 것 같았다.


'해산물 = 화이트 와인'이라는 꼰대같은 공식을 적용하자면, 해안가 마을의 로컬 해산물과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면 최적의 조합으로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점심 메뉴 선정은 이걸로 끝.




우주여행 하다가 다시 우주선 안으로 들어가듯이 (실로 그런 현실 아닌 세상에서 현실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이제 베르나차 마을로 쏙 빨려들어가는 가 싶더니, 다시 빼꼼히 나타나는 베르나차 마을의 전경. 이내 다시 없을 베르나차 트레킹인양 카메라 렌즈를 여기저기 360도로 들이댄다. 저기 멀리 솟아 있는 성채에도 사람들의 실루엣이 보인다. 저 성에도 꼭 올라가봐야지 하며 작은 다짐을 되뇌인다.



 


 저기 저 작은 항구가 나를 맞이하는 듯 하다. 항구에 정박한 배들은 마치 오래된 그림 속 장면처럼 늘어지는 편안함을 우러내고, 색색의 집들이 층층이 쌓여 있는 풍경은 마치 꿈속을 걷는 것 같다.


 화이트 와인의 아로마와 마을의 매혹적인 향기가 마음 깊숙이 스며드는 환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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