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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티브 Antibes Oct 14. 2024

에필로그: 우리가 사는 평행 세계

에필로그

(본 글에 포함된 내용은 창작된 소설의 일부분입니다. 따라서,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 등을 포함한 이 소설의 모든 요소는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허구적 창작물임을 밝힙니다.)


회장 엄모순의 세계 - 아침 8시

엄모순 회장은 그룹 총수답게 명품 가구로 채워진 거실에서 커피를 홀짝인다. 창밖에 비치는 하늘은 흐렸지만, 그의 신경은 오직 이혼 소송에 쏠려 있다. 손혜민에게 뺏길 재산이 억울할 뿐이다. "2조라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그는 자신의 사랑이 진심이었다고 스스로 되뇌지만, 진심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그룹의 위기를 논해야 할 아침 시간에 그는 오민형과의 밤을 떠올린다. "이것만 해결되면, 다시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올 거야." 하지만 진정 그가 원하는 건 회사도, 사랑도 아닌,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었다. 부재하는 건 결코 돈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모든 관계 속에서의 통제력이다.

엄모순은 커피잔을 들고 거실 창밖을 바라보았다. 흐릿한 하늘과 어울리는 그의 감정은 무겁고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그 혼란은 그의 표정에 드러나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있었다. 회장은 평소처럼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다는 환상 속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손혜민이 그의 자산을 빼앗아가며, 그가 쌓아온 모든 것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내가 쌓아온 이 모든 것을 손혜민에게 넘겨줄 순 없어.’ 그의 생각은 날카로웠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그의 머릿속에서는 오민형의 몸짓과 속삭임이 떠올랐다. 그녀와의 관계도 그에게는 복잡한 덫처럼 느껴졌다.

오민형과 함께 보내는 밤에도 엄모순은 통제할 수 없는 불안을 느끼곤 했다. 그녀가 그의 권력을 탐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를 떠날 수 없었다. 엄모순은 그저 스스로를 속이며 모든 것이 제자리에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오민형은 날 사랑하고 있어. 손혜민과의 이혼만 끝내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올 거야.' 그러나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미 그 모든 것이 허상임을 알고 있었다.


내연녀 오민형의 세계 - 오전 9시

오민형은 고급 빌라에서 요가 매트를 깔고 스트레칭을 하며 자신의 아름다운 몸을 바라본다. '나는 엄 회장과 함께 할 수 있을까?' 그녀는 매일 아침 자신에게 되묻는다. 마음속에선 엄모순이 그녀의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꿈틀댄다. 그는 여전히 손혜민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숨어 있어야 하는 거야?" 하지만 그녀는 엄모순이 가져다줄 권력과 부를 포기할 수 없다. 그녀에게 사랑은 두 번째, 첫 번째는 그가 가진 '재력'과 '지위'였다. "난 그가 필요해. 아니, 그가 가진 모든 것이 필요해."

오민형은 요가 매트 위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자신을 바라봤다. 그녀의 몸은 완벽했고, 그 완벽함은 그녀가 가진 가장 큰 무기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녀는 엄모순의 재산과 권력에 매달리고 있었다. '그가 손혜민에게 모든 걸 빼앗기면, 나는 무너져.' 그녀는 하루하루가 불안했다.

엄모순이 손혜민과의 이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동안, 그녀는 그 옆에서 늘 그림자처럼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엄모순을 완전히 장악하고 싶었지만, 그는 늘 손혜민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오민형은 속으로 분노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 상태로 살아야 하지? 언제까지 숨겨진 여자로만 있어야 하는 거야?’

오민형은 엄모순이 손혜민을 완전히 정리하지 않는 한, 자신도 그저 또 다른 여자로 남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두려움은 그녀를 점점 더 냉정하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엄 회장이 나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으면, 난 그를 떠날 수밖에 없어.' 그러나 그녀는 그를 떠날 용기가 없었다. 그것이 바로 그녀의 딜레마였다.



손혜민 뮤제AB디렉터의 세계 - 오전 10시

손혜민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변호사들과 회의를 하며 불편한 기운을 느꼈다. '2조 원… 내가 그걸 꼭 지켜야만 해.' 그녀는 변호사들과 서류를 넘기며 재판에서 이길 전략을 세웠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엄모순과의 싸움이 단순한 재산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재판은 내 자존심과 지위, 나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거야.’ 손혜민은 엄모순이 자신을 떠나 오민형에게 간 사실을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혼 소송에서 승리하면, 엄모순을 다시는 그 여자의 곁으로 보내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손혜민의 머릿속에는 복수심이 차오르고 있었다. '내가 이 싸움에서 이기면, 그 더러운 첩년도 무너질 거야.'

엄모순과의 이혼 소송에서 패배한다면, 그녀는 재산만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마저 잃을지도 몰랐다. 그것이 손혜민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 ‘엄모순이 나를 배신했다고? 그건 오히려 내 승리의 도구가 될 거야.’


내연녀 오민형의 딸 엄친아의 세계 - 오전 11시

엄친아는 혼자 고요하게 앉아 자신의 존재를 되돌아보았다. 그녀는 이 가족 안에서 철저히 외면받고 있었다. 다른 자식들 사이에서 그녀는 언제나 그림자였다. ‘나는 그들의 일부가 아니야.’ 그녀는 그 사실을 어릴 적부터 알고 있었다. 오민형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했다. 그녀의 삶은 항상 투명한 벽 너머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들이 날 무시한다면, 난 그들에게 내 존재를 증명해야 해.’ 엄친아는 점점 더 냉정해졌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싸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난 이 가족의 일부가 아니더라도, 내가 가져야 할 것은 챙겨야 해.' 그녀는 다른 형제들과의 싸움에서 자신만의 방식을 찾으려 했다. 이 재벌가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엄친아의 냉정한 시선은 형제들보다도 더 차가웠다. 그녀는 그들의 경멸을 느끼며 자라왔고, 그 때문에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었다. ‘난 내가 받을 몫을 찾을 거야. 그들이 상상도 못한 방식으로.’


엄모순과 손혜민의 자식들의 세계 - 오전 11시

엄모순과 손혜민의 자식들은 부모의 이혼과 내연녀 문제에 철저히 무관심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유산뿐이었다. 엄현아는 냉정하게 말했다. “엄마가 아빠랑 이혼하든 말든 내 상속만 제대로 되면 돼.” 그녀의 말은 다른 형제들의 생각을 그대로 대변했다. 그들에게 부모는 더 이상 부모가 아니었다. 그저 자신들의 재산을 넘겨줄 사람일 뿐이었다.

엄현지와 엄우준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몫을 지키기 위해 냉정하게 계산하고 있었다. ‘도덕? 가족애? 그런 건 필요 없어. 내 몫만 지켜지면 돼.’ 그들의 생각은 철저히 현실적이었다. 부모의 싸움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들은 단지 부모가 물려줄 재산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변호인단의 세계 - 정오

엄모순과 손혜민의 변호인단은 법정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무자비한 전략을 짰다. 그들은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의 목표는 단 하나, 이기는 것뿐이야." 한 변호사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은 이번 재판에서 승리해야만 했다. 그 승리가 곧 돈을 의미했다. "이번에 이기면, 우리도 더 큰 돈을 벌 수 있겠지." 그들에게 진실이란 그저 승리의 도구에 불과했다.


그룹 CEO들의 세계 - 오후 1시

그룹의 CEO들은 하루하루가 버겁다. 엄 회장의 이혼 소송과 내연녀 문제가 회사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었다. "저 위에서는 매일 저런 짓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회사의 방향을 잡으라는 거야?" 그들끼리의 불만은 끊이지 않지만, 누구도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용기는 없었다. "결국 우리도 살길을 찾아야지." 그들은 회사가 무너질까 걱정하며 자신들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물밑에서 싸운다.


AB그룹 엄모순 회장의 사촌동생 엄민용의 세계 - 오후2시

엄모순의 사촌동생 엄민용은 그룹 내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는 언제든 형의 자리를 빼앗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엄모순의 사촌 동생인 엄민용은 자신이 그룹에서 더 강한 입지를 굳히기 위한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엄모순의 실수와 실패를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강화하려는 야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엄모순이 내연녀 문제와 이혼 소송으로 흔들리고 있는 지금, 그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엄민용은 사내에서 “신선하게 새벽 5시에 출근하고 일찍부터 명상으로 정신을 다듬는다”고 소문을 퍼트렸지만, 실상은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정치적 계산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며, 다른 임원들과의 관계를 조율하고 있었다. "형이 무너지면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그는 속으로 생각하며, 조용히 형의 실패를 기다렸다.

엄민용은 엄모순이 벌여놓은 혼란을 바라보며, 그 혼란 속에서 자신의 기회를 냉정하게 계산하고 있었다. '형이 이혼 소송과 내연녀 문제로 흔들리는 동안, 그룹은 점점 기강이 해이해지고 있다.' 그는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기다렸다. 회사 안팎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었고, 직원들 사이에서도 회장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을 친 지 오래였다.

"지금이야말로 내가 나설 때다." 그는 자신에게 말하며 이사회에서 엄모순을 대신해 회장 직무대행으로서 그룹의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회의실은 엄민용의 단호한 목소리로 가득 찼다. "우리는 너무 사치스러워졌고, 효율적이지 못한 조직으로 전락했습니다. 이젠 그룹을 정리하고, 다시 검소하고 실용적인 조직으로 거듭나야 할 때입니다."

엄모순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는 엄민용의 목소리는 칼날 같았다. 그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천명하며, 조직 내의 과도한 지출과 비효율을 지적했다. "우리는 더 이상 안락함 속에서 방치될 수 없습니다.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잡고, 그룹의 존립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합니다." 엄민용의 눈빛은 결연했고, 그 자리에서 그는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다.

그가 꺼낸 구조조정의 내용은 철저하고 냉정했다. 그룹 내 불필요한 부서의 통폐합, 과도한 복지의 축소, 경영진들의 연봉 삭감과 조직의 전면적인 인원 감축까지. 그가 말하는 내용은 그룹 내부를 송두리째 뒤흔들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하고 있었다.


그룹 구성원들의 세계 - 오후 3시

평범한 직원들은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었다. 엄 회장의 개인적 문제는 그들에게 관심사가 아니었지만, 그 문제들이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저 위 사람들 싸움에 우리가 무슨 죄야." 그러나 그들은 아무 힘도 없었다.

엄민용의 구조조정 발표가 그룹 내에 전해지자, 구성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평범한 직원들에게 그 소식은 갑작스럽고 위협적이었다. 그들의 불안감은 즉시 사무실 곳곳을 휘감았다. “구조조정이라니, 이건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잘린다는 말 아닌가?” 한 직원이 저녁식사 자리에서 동료에게 속삭였다. 직원들 사이에서 나오는 반응은 대체로 두려움과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몰라. 위에서 싸움질하는 동안, 왜 우리가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거지?“ 다른 직원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엄모순의 개인적인 문제로 시작된 혼란이 결국 직원들에게까지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하루하루를 버텨왔지만, 이제는 생존 자체가 걸린 문제가 되었다. "어차피 높은 사람들끼리의 싸움이잖아. 우리는 그저 희생양일 뿐이야."

특히 경영진의 연봉 삭감과 복지 축소 소식이 들리자, 상사들 역시 얼굴이 굳어졌다. “이제 우린 다 잘리는 거 아닌가?” 고위 임원 중 한 명이 비서에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다들 알다시피, 그동안 엄 회장이 방만하게 경영해왔던 게 문제였어. 하지만 그 대가를 우리가 치러야 한다고?”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무기력하게 수긍하는 눈치였다. "결국, 언제나 이런 식이지. 위에서 결정하면 우린 따르는 수밖에 없잖아." 임원들조차 이제는 그들의 운명이 엄민용의 손에 달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무실 곳곳에서는 긴장이 감돌았고, 구성원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불안한 침묵을 지켰다. 엄모순과 엄민용의 싸움은 이제 그들 모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엄모순 동생 엄민규의 세계 - 오후 4시

엄모순의 동생 엄민규는 형의 자리를 차지할 절호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형이 무너질 때가 왔어.” 그는 형의 실수를 기다리며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룹의 위기 속에서, 그는 자신의 승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어." 그는 속으로 확신하며 자신만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가 무너질 날도 머지않았어."


엄모순 회장 비서실의 세계 그리고 동시간대 손혜민과 오민형, 그룹 임원들 - 저녁 6시

비서실은 폭풍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엄 회장의 이혼 소송, 내연녀 문제, 그리고 회사의 위기까지 모든 것이 그들의 일로 돌아왔다. "우리는 이 회사를 지키기 위해 매일 싸워야 해. 하지만 그들은 우리를 위해 뭘 하지?" 비서들은 한숨을 쉬며 그저 주어진 일만 처리할 뿐이었다. 그들에게 회장의 문제는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민소라는 회사 건물을 빠져나가며 한숨을 내쉰다. 회장의 이혼 소송이 그룹에 미친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 여파로 AB그룹의 주가는 연일 하락했고, 직원들의 얼굴은 늘 그늘이 졌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그룹의 핵심 의사결정자들조차 더 이상 조직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모든 것이 혼란 속에서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민소라는 비서실에 속한 사람으로서 누구보다도 회장의 움직임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엄모순 회장은 늘 자신감에 차 있었지만, 최근 들어 그의 발걸음에는 흔들림이 눈에 띌 정도였다. 오늘 하루도 예외는 아니었다. 회장은 어쩌면 내일 있을 이사회에 참석조차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의 머릿속은 이미 그룹 경영보다는 손혜민과의 이혼 재판, 그리고 내연녀 오민형과의 관계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지금 이 모든 게 무너지고 있어." 민소라는 문득 깨달았다. 회장은 더 이상 그룹의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상황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자신의 실수나 무능을 인정하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소라는 회장이 대체 언제까지 이혼 문제에 매달릴 것인지 생각하며, 무기력하게 핸드백을 열어 담배를 꺼내 들었다. 금연을 한 지 몇 년이나 됐지만, 스트레스가 그녀를 다시 잡아 끌고 있었다.


비서실 동료들은 대부분 퇴근했지만, 민소라는 오늘도 혼자 남았다. 왜냐하면 엄 회장의 개인적 문제들이 회사를 더 위태롭게 만들고 있었고, 그 여파로 끊임없이 새로운 보고서와 비밀 문서들이 오가야 했기 때문이다. 민소라는 그 문서들을 정리하며, 저녁 8시가 넘으면 자연스럽게 이곳을 떠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장이 예기치 않게 나타나면 언제든 다시 일을 해야 할 수도 있었다.


한편, 손혜민은 그녀가 운영하는 사무실에서 변호사들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한 손으로는 계약서를 넘기며, 다른 손으로는 커피 잔을 잡고 있었다. 오늘도 그녀의 표정은 차갑고 날카로웠다. "이 싸움에서 이겨야 해. 아니, 이기지 않으면 모든 걸 잃게 돼." 손혜민의 마음속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었다. 이혼 소송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의 자존심과 지위가 달린 문제였다.

손혜민은 재판에서 이기면 다시는 엄모순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혼 후에도 AB그룹의 주요 주주로 남을 수 있을 것이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진정으로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은 엄모순이 더 이상 그녀의 곁에 없다는 사실이 가져올 권력의 공백이었다. 내연녀 오민형이 그녀의 자리를 차지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변호사들에게 말했다. "이번에도 절대로 질 수 없어요. 저 사람이 가져가려는 재산, 그 중 주식이 가장 중요해요. AB그룹에서 내 자리를 잃는 순간, 나는 이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지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변호사들은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혜민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이번 이혼 재판은 단순한 이혼이 아니었다. 그것은 AB그룹의 주도권을 두고 벌어지는 숨막히는 싸움이었다.


그 시간, 오민형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고급 아파트에서 와인 한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녀는 창밖의 야경을 보며 긴장된 표정으로 엄모순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몇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오민형은 알면서도 매번 이런 식으로 그에게 마음을 맡기고 있었다. ‘왜 내가 이런 불안에 시달려야 하지?’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오민형은 자신의 모습이 우스워 보일 만큼 집착하는 자신을 경멸했다. "내가 왜 이런 상황까지 온 거지?" 그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엄모순은 늘 자신에게 진심이라고 말했지만, 그가 아직도 손혜민과의 문제를 끌어가는 걸 보면서 그녀는 그 말이 진짜인지 의심스러웠다. ‘나랑 결혼하겠다는 약속은 어디 간 거야?’ 그녀는 속으로 불만을 삼켰다. 엄모순이 그녀에게 했던 약속들은 점점 더 희미해졌고, 그는 여전히 손혜민과의 싸움 속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오민형은 단지 그와의 사랑 때문에 이런 상황을 참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이 엄모순과 함께 해야만 한다고 느꼈다. 그것이 그녀에게 주어질 재력과 지위 때문이었다. 엄모순이 그룹을 지키기 위해, 아니 자신을 위해 뭔가 큰 결정을 내리길 바랐다. "그가 나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를 떠나야 할까?" 그러나 진정으로 떠날 수 있을까? 그녀는 자신이 스스로 떠날 용기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편, 그룹의 임원들은 저녁 회식 자리에서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회장과 그의 내연녀 문제는 그들에게도 골칫거리였다. "회장님이 저렇게 휘청거리는데, 우리 회사가 어떻게 버틸 수 있겠어?" 한 임원이 술에 취해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켜야 할 게 너무 많아." 다른 임원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들끼리의 대화는 언제나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엄 회장의 이혼 소송은 단순한 가정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회사의 존립을 위협하는 문제였다. 만약 엄 회장이 손혜민과의 싸움에서 패배한다면, AB그룹은 손혜민의 손아귀에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 누구도 이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엄 회장에게 직접 말을 꺼낼 용기도 없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버티는 것뿐이야." 그들은 체념한 듯 속삭였다.


저녁 9시가 다 되어 가면서 민소라는 여전히 퇴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회장의 비서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점점 더 조급해졌고, 그녀는 불안이 온몸을 휘감는 것을 느꼈다. "이 회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그녀는 자신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바라보았다. "지금은 그저 우리가 쓰러지지 않길 바랄 뿐이야."

민소라는 일손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도시의 불빛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는 걸까?" 그녀는 잠시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회장의 이혼 소송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회사의 운명은 점점 불확실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다시 서류들을 정리하며 속으로 다짐했다. "아무리 위태롭더라도, 나는 이곳에서 버틸 거야. 누군가는 끝까지 남아야 하니까."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김준호의 세계 - 밤 10시

김준호는 어둠 속에서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속으로 결심을 다지고 있었다. ‘이건 나의 복수야.’ 그는 엄모순의 비리를 폭로할 자료를 정리하며, 그의 비참한 몰락을 그려보고 있었다. 김준호는 오랫동안 그에게 쌓였던 분노와 적대감을 이 자료로 터트리려 했다. '엄모순은 모든 것을 잃을 거야. 그리고 그가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 기억하게 될 거야.'

김준호는 컴퓨터 앞에 앉아, 손끝에서 떨어지는 글자가 그의 복수의 칼날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엄모순은 모든 것을 잃을 거야.’ 그는 자신이 쓰고 있는 문서가 곧 엄모순의 세계를 끝낼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의 복수는 그를 구원할 수 있을까? 그의 내면에서는 갈등이 끓어올랐다. 복수는 그에게 빛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은 어둠 속으로 그를 이끌고 있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어.’ 그는 속삭였지만, 그 속삭임은 그 자신에게조차 확신을 주지 못했다. 김준호는 복수를 통해 구원을 찾으려 했지만, 그 복수는 그를 더욱 고립시키고 있었다. 그가 맞이할 새벽은 결코 밝아오지 않았다.


부장 A의 세계 - 밤 11시

부장 A는 늘 그렇듯이 지친 얼굴로 사무실을 나서며, 다시 야근을 마무리한다. 그의 삶은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AB그룹의 내부 갈등과 경영진의 무능함, 그리고 자신을 쥐어짜는 상사들로 인해 그는 거의 모든 에너지를 다 써버린 상태였다. 하지만 가족을 부양해야 했고, 회사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 회사를 위해 내 인생을 다 바쳐야 하는 거지?"

부장 A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손인혁 상무의 얼굴을 떠올렸다. 손인혁은 늘 그를 몰아세우며, 비현실적인 업무를 요구하는 사람이었다. "내일 아침까지 이 보고서 끝내라. 왜 이렇게 일처리가 느려?" 손인혁은 언제나 냉정했고, 그를 사람으로 대하기보다는 그저 성과를 내는 기계처럼 대했다.

부장 A는 이혼 소송, 내연녀 문제, 그리고 회사의 위기와는 상관없이 그저 자신의 삶을 살아내야 했다. 그가 느끼는 무력감은 점점 심해졌고, 오늘도 그의 손은 회사 문서와 엑셀 파일에 묶여 있었다. "이렇게 죽을 때까지 일만 하다 갈 건가?" 그는 퇴근길에 자신에게 묻곤 했다. 그러나 대답은 늘 무의미한 한숨뿐이었다.

부장 A는 퇴근길에 엘리베이터를 타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회사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그는 하루 종일 회사의 혼란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엄모순과 손혜민의 개인적 싸움이 회사 전체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우리에게 떨어지는 건 그저 명령일 뿐이지." 그는 불만을 터트렸지만, 결국 그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참고 있었다.

그는 상사인 손인혁 상무의 지시에 시달리며, 매일같이 무리한 요구에 응답해야 했다. ‘내일 아침까지 이 보고서를 끝내라니…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지?’ 부장 A는 지쳐 있었지만, 가족을 위해 이 모든 것을 견뎌야 했다. 그러나 그가 느끼는 무력감은 점점 커져갔다. ‘결국, 난 이 회사에서 그저 기계처럼 일만 하다가 끝날 거야.’

부장 A는 어둠 속에서 홀로 걸어가고 있었다. 회사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은 그에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이 회사는 나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그는 늘 같은 질문을 반복했지만, 답은 없었다. 그저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자. 그는 이 황혼 속에서 그저 생존만을 목표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길은 끝이 없는 회색 지대였다. 부장 A는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에게는 오직 매일 반복되는 삶만이 있었고, 그 반복 속에서 그는 길을 잃었다. 마치 끝없이 회전하는 무의미한 궤도를 도는 달처럼, 그는 그저 생존을 위해 걸을 때도 많았었다.

그러나, 자신보다 더 큰 의미에 항상 목말라있었던 부장 A. 이 부조리한 세계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적어도 자신이 오래 몸담은 AB그룹이 부조리한 세상이지만 더 부조리하고 심지어 악한 오너들이 쥐고 있는 파워를 어떻게 그룹 구성원들이 나눠 가질 수 있을지 늘 고민해왔다.


외부 사모펀드 업계의 세계 - 자정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AB그룹의 불안정한 상황이 곧 기회로 다가오고 있었다. AB그룹이 처한 위기와 엄모순의 이혼 소송은 그룹 내부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었고, 그로 인해 사모펀드들은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엄모순이 흔들리는 지금이 바로 우리가 치고 들어갈 순간이다." 한 사모펀드 대표는 부하들에게 말했다.

그들은 AB그룹의 주식을 헐값에 사들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만약 엄모순이 이혼 소송에서 패배한다면, 그룹의 지배권이 손혜민에게 넘어가면서 주가는 더욱 폭락할 것이었다. 그때가 바로 그들의 타겟이었다. 사모펀드는 엄모순의 실패가 가져올 혼란을 이용해 최대한 이득을 챙기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었다.

"우리는 반드시 이 기회를 잡아야 해. 더 이상 이런 기회는 없을지도 몰라." 그들은 차가운 표정으로 회사 인수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엄모순과 오민형의 집착 - 새벽 1시

엄모순은 고급 아파트의 침실에 반쯤 기대 누워 있었다. 오민형은 그의 다리 사이에 앉아 천천히 손을 그의 허벅지 위로 올리며 눈을 들어 그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에는 교묘한 유혹과 함께 깊은 욕망이 깃들어 있었다. “당신, 나와 함께라면 모든 게 해결될 거야.” 그녀의 말은 마치 속삭이듯 부드럽지만, 그 안에는 엄모순을 묶어두려는 의도가 선명했다.

엄모순은 이 상황을 이미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오민형과의 관계는 단순한 사랑이 아닌, 서로를 지배하려는 치열한 싸움이었다. 그녀는 그를 완벽히 장악하려 했고, 그는 그녀의 젊음과 열정에 더욱 탐닉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싸움에서 지배하려는 자는 오민형이었다. 그녀는 그를 다루듯 차갑게 쓰다듬으며, 그의 욕망을 한 꺼풀씩 벗겨내고 있었다.

“나만 있으면 돼. 손혜민 같은 사람은 이제 필요 없어.” 오민형은 그녀의 손길이 점점 더 깊숙이 내려가면서 그 말의 의미를 강조했다. 엄모순은 그녀의 손길에 잠시 흔들렸지만, 곧 자신의 욕망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그의 몸은 이미 그녀의 유혹에 굴복하고 있었다.

오민형은 엄모순의 허벅지에 몸을 기댄 채, 그의 허리를 부드럽게 쥐고 천천히 앞으로 몸을 밀어붙였다. 그녀는 그에게 지배당하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의 반응을 완벽하게 조종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끝이 그를 자극할 때마다 엄모순은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들은 서로의 몸을 탐닉하며 더 깊은 곳으로 빠져들었다.

“그래, 너만 있으면 돼.” 엄모순은 오민형에게 속삭였다. 그러나 그 말의 이면에는 더 큰 갈망이 숨겨져 있었다. 그는 그녀의 손길과 눈빛에 완전히 사로잡힌 상태였지만, 동시에 그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오민형은 그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파고들고 있었다.

이제 그들의 관계는 사랑이나 애정 따위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은 서로의 육체에 집착하며,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끝없는 탐닉을 반복하고 있었다.


부장 A의 세계 - 새벽 2시

부장A는 여전히 잠들지 못하고 식탁에 앉아 와인잔을 채 비우지 못하고 뚫어져라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평행 세계에 갇혀, 그 안에서만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우리 사이에 드리워져, 같은 공간을 공유하면서도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 채, 끝없는 고독 속에서 머물러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각자의 항로를 따라 부유하며, 그 속에서 때로는 누군가와 마주치는 것 같지만, 실상 그 마주침조차 순간적인 착시일 뿐, 다시금 홀로 떠돌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인 건 아닐지.
이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만, 그 과정에서 점점 더 고립되어 가는 존재들이다.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연결이나 친밀감조차도 허상일 수 있으며, 실체 없는 환영 속에서 진짜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끝에는 언제나 혼자라는 사실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어떤 이도 우리의 가장 깊은 내면을 온전히 이해하거나 채워줄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결국 우리는 끝없는 사색 속에서,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과의 대면을 피할 수 없으며, 그 대면 속에서 비로소 '혼자임'이라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깨닫게 되는 것은 아닐까.




에필로그


황혼 속을 걷는 사람들


세상은 석양과 여명이 공존하는 공간, 해가 지는 순간과 떠오르는 순간이 얽히면서도 결코 하나로 섞이지 않는 경계에 머물러 있다. 모든 것이 흐릿한 황혼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들은 같은 시간과 공간에 있지만 서로 다른 궤도를 도는 별처럼, 결코 만나지 않는다.


엄모순은 석양을 마주한 채 멈춰서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긴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고, 그 끝이 다가올수록 그의 걸음은 더 무겁게 느껴졌다. "2조 원..." 그는 손혜민이 그에게서 가져갈 재산을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다. 손혜민과의 이혼 소송, 오민형과의 어긋난 사랑, 그리고 회사의 위기까지, 그의 세상은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그가 붙잡고 있는 것은 오직 자존심이었다. 마치 석양이 져가는 하늘 아래에서 마지막 빛을 붙잡으려는 사람처럼, 엄모순은 자신이 쌓아온 권력과 통제력이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 애썼다. 하지만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황혼이 끝나면 더 이상 새로운 날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오민형은 여명 속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새벽이 가까워진 하늘을 보며, 밝아오길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 여명은 너무도 느리게 다가왔다. "그가 나를 떠날지도 몰라." 그녀의 속삭임은 스스로에게 하는 위안이자 경고였다. 엄모순이 손혜민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그녀는 결코 완전한 빛을 맞이할 수 없었다. 그녀의 사랑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었다. 그저 권력과 안정감을 갈망하는 욕망의 일부분이었다. 그녀는 마치 새벽이 찾아오길 기다리며 꿈틀대는 어둠 속의 불안한 별처럼, 언제나 빛과 어둠 사이에 서 있었다. 그 어둠은 그녀를 삼킬 듯 다가오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 빛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손혜민은 과거의 석양 속에 갇힌 자였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오래전에 져버린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엄모순이 나를 배신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그러나 그 목소리 깊숙한 곳에는 그가 자신을 다시 돌아보기를 바라는 갈망이 숨겨져 있었다. 손혜민은 과거를 되돌리려는 마음과 현재의 복수심 사이에서 갈등했다. 그녀의 복수는 단순한 이혼 소송을 넘어서, 그녀가 잃어버린 자존심과 지위를 되찾기 위한 필사적인 전쟁이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해가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그 빛이 다시 돌아오길 원했다. 하지만 그 석양은 이미 끝이었고, 그녀는 그 끝에서 영원히 뒤돌아섰다.


엄친아는 그들 사이에 존재하지 않는 투명한 벽 너머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오민형의 딸로 태어났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인정하지 않았다. 엄친아는 그저 그들 사이에 그림자처럼 스며들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들은 날 볼 수 없어. 나는 그들의 세상에 속하지 않아." 그녀는 마치 빛과 어둠 사이에서 길을 잃은 별처럼, 그들 사이에서 투명한 경계선을 따라 걷고 있었다. 그녀의 삶은 그들이 만든 질서 속에 있지 않았고, 그녀는 그 질서를 깨트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엄친아는 혼돈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녀는 그들이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자신의 빛을 만들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고 있었다. 엄모순은 석양에 갇힌 채 과거의 영광을 지키려 했고, 손혜민은 그 과거를 되돌리려는 필사적인 싸움에 나섰다. 오민형은 미래를 붙잡으려 했지만, 그 미래는 손에 닿지 않았다. 엄친아는 그들이 만들지 않은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려 했지만, 그 세계는 여전히 모호하고 희미했다. 그들은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시간 속에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궤도를 도는 별처럼, 결코 교차하지 않았다.


이들의 세계는 끝없이 이어지는 평행선과 같았다. 엄모순, 손혜민, 오민형, 엄친아, 부장 A, 김준호. 그들은 서로의 욕망 속에서 끊임없이 교차하려 했지만, 그 교차점은 결코 오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의 삶에 닿지 못한 채, 그들만의 궤도를 돌고 있었다. 그들의 세계는 서로를 반영하는 거울이었지만, 그 거울 속에서 그들은 결코 같은 상을 바라볼 수 없었다.


부조리한 재판 속의 삶

엄모순은 자신의 인생이 어느 순간부터 마치 법정에 선 피고인처럼 느껴졌다. 그는 마치 알 수 없는 죄로 기소된 자처럼 끊임없이 스스로를 변호하고 있었지만, 그 변호는 항상 공허했다. 그를 심판하는 법정은 손혜민의 재판이었고, 오민형은 그에게 또 다른 재판을 열었다. 그는 도망칠 수 없었다. 그가 저지른 죄는 사랑도 아니었고, 재산을 축적한 죄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쌓아올린 모든 것, 그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지키려 했던 죄였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나의 힘이 아니다.’ 그는 자신에게 속삭였지만, 그의 심리 속 깊은 곳에서는 끊임없는 불안이 싹트고 있었다. 그가 한없이 손에 쥐고 있던 권력은 어느새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엄모순은 마치 카프카의 심판 속 요제프 K처럼, 스스로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서도 그 죄의 무게에 짓눌린 채로 매일같이 심판받고 있는 것 처럼 느껴졌다. (큰 차이점이라면 엄모순은 실제로 죄가 많은 죄인이라는 점이었지만) 그의 재산, 그의 사랑, 그의 자존심—모든 것이 그의 발밑에서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그는 법정 속에서 계속해서 자신을 변호하려 했지만, 그 법정은 이미 그를 사형수로 정해놓고 있는 것 같았다.



끝없는 언덕을 오르는 오민형

오민형은 매일 아침 새벽녘이 가까워오길 기다리며, 해가 뜨기 직전의 어둠 속에서 스스로를 일으켰다. 그녀는 빛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지만, 그 빛은 그녀의 눈앞에서 끝없이 멀어지고 있었다. 엄모순의 곁에 있는 동안 그녀는 마치 시지프처럼 끝없이 돌을 언덕 위로 밀어 올리고 있었다. 그 돌은 그녀가 원하는 부와 권력, 그리고 사회적 지위였다. 그러나 그녀가 돌을 꼭대기로 올리기 직전, 그 돌은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진 모든 것.’ 오민형은 속으로 되뇌었다. 그녀는 자신이 엄모순을 떠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엄모순이 손혜민에게서 벗어나지 않는 한, 그녀가 원하는 세계는 결코 완성되지 않았다. 엄모순은 늘 손혜민의 그림자 속에 있었고, 오민형은 그 그림자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돌을 계속해서 밀어 올렸다. 이 반복이 끝날 수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녀의 세계는, 그녀의 욕망은 끝없는 언덕을 오르내리는 시지프의 고통이었다.



복수의 법정에 선 손혜민

손혜민은 카프카적 세계에서 스스로를 법관으로 여겼다. 그녀는 스스로 엄모순을 심판하는 재판장이었다. 그녀의 심판은 단순한 이혼 소송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었다. 그녀는 엄모순을 배신자로 기소하고, 그에게 재산을 넘기지 않기 위해 무수한 법정 싸움을 준비했다.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저지른 죄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가 나를 떠난 것은, 그가 나를 배신한 것이다.’

그녀의 법정에서는 승리만이 존재했다. 손혜민은 패배를 용납하지 않았다. 그녀의 복수심은 카프카의 심판 속에서 끝없이 무고한 요제프 K를 고문하듯, 엄모순을 향해 겨누어진 칼이었다. 그녀는 이 싸움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가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식이었다. 그녀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 자신의 과거와 자존심을 되찾기 위한 복수의 재판에서, 그녀는 결코 패배할 수 없었다.



투명한 법정 밖에 서 있는 엄친아

엄친아는 그들 모두의 법정 밖에서 자신만의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엄모순과 손혜민의 싸움 속에서 투명한 존재처럼 살아왔다. 그녀의 삶은 인정받지 못한 자의 법정이었다. ‘나는 그들의 일부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재판이 열릴 날을 기다리며, 그들 사이에서 투명한 존재로 살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 투명함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으려 했다. 그녀의 욕망은 그들의 세계와는 달랐다. 엄친아는 그들과 같은 재판에서 심판받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다른 법정에서 심판받고 싶었다. 그녀의 싸움은 그들의 싸움과 달랐고, 그녀의 욕망은 그들의 욕망을 뛰어넘으려 했다. 그녀는 그들의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를 심판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무의미한 반복 속에서 살아가는 부장 A

부장 A는 매일같이 회사의 문을 나서며 무의미한 반복 속에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 안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견지하고 있었다. 그는 시지프처럼 그 만의 끝없이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회사의 상사들에게 굴복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과제를 처리하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조차 잊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사는가?' 그는 스스로에게 수없이 물었지만, 답은 항상 공허했다.

그의 일상은 언덕을 오르는 시지프의 고통이었다. 그는 매일 아침 일을 시작할 때마다 자신이 이 언덕을 오를 이유가 있기를 바랐지만, 결국 그의 돌은 다시 굴러 떨어졌다. 그는 그 돌을 다시 굴려 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의 삶은 무의미한 반복이었다. 그러나 그 반복 속에서 그는 살아남아야만 했다. 부장 A는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찾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반복 속에서 매일 살아가고 있었다. 그의 삶은 시지프의 삶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안에서 의미를 찾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은 새로운 한가닥의 삶의 희망이었다.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 김준호

김준호는 엄모순을 향한 복수를 위해 칼을 갈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복수가 곧 정의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의 복수는 엄모순에게 향한 것이었으나, 그 칼은 그 자신을 더욱 고립시키고 있었다. ‘이건 나의 복수다.’ 그는 그렇게 되뇌었지만, 그 복수의 칼날이 점점 자신에게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그는 복수를 통해 구원을 찾으려 했지만, 그 구원은 끝없는 고통으로 그를 몰아넣고 있었다.

카프카의 심판처럼, 그는 스스로를 법정의 판사이자 피고인으로 세웠다. 그는 엄모순을 심판하려 했지만, 그 과정에서 점점 더 자신의 죄책감 속으로 빠져들었다. 김준호는 시지프가 언덕을 오르는 것처럼, 그 칼을 들고 끝없는 복수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 복수는 그를 해방시키지 않았고, 그는 그 길에서 결코 끝을 맞이하지 못했다.


부조리한 세계와 무의미한 반복의 교차점

엄모순은 스스로가 저지른 죄가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끊임없이 심판받고 있었다. 오민형은 시지프처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돌을 밀어 올렸지만, 그 돌은 언제나 그녀의 발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손혜민은 법정의 재판장이 되어 복수를 통해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려 했고, 엄친아는 그들 사이에서 투명한 존재로 살아가며 자신만의 재판을 기다렸다.


이들은 모두 끝없는 고통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들의 욕망은 서로 교차하지 않았고, 그들은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 끝없는 반복을 살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만의 법정에서 끊임없이 심판을 기다리며, 그 심판 속에서 끝없이 무의미한 돌을 굴리고 있었다.




fin - 재벌의 세계 I




지금까지 재벌의 세계 I을 관심있게 지켜봐 주시고 연재하는 동안 응원해 주신 독자님들, 동료작가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리고 연재하는 동안 매주 한편 한편을 정성스럽게 리뷰해 주신 라이테 작가님께 특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재벌의 세계 II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앙티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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