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지친 노을을 접어
아직 젖어 있는 골목 끝에 세워 두면,
기억은 마른 이파리처럼
가벼워져 나를 따라온다.
나는 그때의 내 숨결을 끌어안고
낡은 표지 없는 꿈을 넘겨 본다—
그 페이지마다 새겨진 당신의 목소리,
빛과 어둠 사이를 잇던 조용한 선율.
멀리서 들려오던 종소리 같은 약속이
내 등 뒤로 서서히 다가올 때,
밤하늘은 익숙한 창문이 되어
헤매던 발끝에 작은 불을 밝힌다.
이 길의 끝에서 마주할
따스한 숨, 깊은 숨—
그 이름을 알면서도 다정히 묻어 두었던
내가 돌아갈 집, 그리고 당신.
혹시 차가운 침묵이 문지방에 앉아
가만히 눈을 떴다 감는다 해도
두 손에 움켜쥔 이 맑은 떨림이면
다시, 처음처럼 걸어 들어설 수 있으리.
그러니 어둠마저 품은 채
나는 또 한 번 길을 접고 펼쳐
당신이 들려준 그 낡은 자장가를
내 마음의 심연에서 조용히 흩뿌린다.
― Going Home의 메아리를 따라,
몸보다 가벼워진 영혼으로
나는 끝없는 귀향을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