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두가 도착한 날,
나는 작은 행성 하나를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캐나다의 로컬,
낯선 위도에서 볶아진 밤의 씨앗을
핸드밀에 넣고 천천히 돌리면
시간이 잘게 부서져
공기 속에 고요한 숲을 펼친다.
첫 번째 취기,
향이 내 마음의 지도를 바꾼다.
드립포트의 얇은 물줄기,
뜨거운 투명함이 원두 위로 내려앉을 때
향은 다시 피어나
내 안의 먼 겨울을 조용히 씻어낸다.
두 번째 취기,
비어 있던 곳들이
따뜻한 갈색으로 채워진다.
그리고 한 모금.
나는 마시기보다
그 향을 몸 전체로 읽는다.
목구멍이 아니라,
어깨와 등, 손끝과 숨 사이로
한 잔이 스며드는 의식.
세 번째 취기,
오늘이란 이름의 작은 성찬.
이렇게 온전히 이해되는 것들 앞에서
나는 고개를 숙인다.
감사라는 말이 너무 작아서
잠시 침묵을 더한다.
창밖엔
봄이 성큼 다가오는 듯한 바람.
휑한 나뭇가지들이 흔들리며
무언의 문장을 써 내려간다.
유연하게,
그러나 중심을 잃지 않고.
휘어지되 꺾이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깊은 용기인지
바람이 가르쳐준다.
나는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향의 온도를 느낀다.
나뭇가지처럼,
흔들림 속에서도
나의 중심이 조용히 남아 있음을.
이 순간을,
이 한 잔을,
바람이 지나가도 남는 온기를
감사하며
또 한 번,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