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가까워지는 새벽에

by 앙티브 Antibes

하늘이 가까워지는 밤

창밖에 비가 오래 머무는 밤이면
너는 물방울마다
이름을 잃은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한때 네 곁을 스쳐
말보다 먼저 저물어버린 사람들,
손끝으로 붙잡으려 하면
안개처럼 더 멀어지던 얼굴들,
너는 아직도 그들의 빈자리를
젖은 창에 기대어 기다리고 있어.


어제는 늘 어둡고 긴 복도 같아서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희미한 전등 아래로
낡은 기억들이 물처럼 고였지.


그러나 밤은
영원히 잠긴 우물이 아니어서,
가장 깊은 곳에서도
새벽은 조용히 사다리를 내린다.


저기 끝없이 바라볼 수 있는 하늘이
멀리 있는 듯하면서도
조금씩 네 이마 가까이 내려와
젖은 마음 위에 푸른 손을 얹는다.


그러니 이제
숨죽여 울던 꽃봉오리처럼만 있지 말고
한 번쯤은
부서진 빗방울 속에서도
네 목소리를 꺼내어
작게, 그러나 분명히
세상 쪽으로 열어 봐.


그렇게 이야기해.
아직 남아 있는 온기로
한 마리 새를 날려 보내듯.
그렇게 웃어.
비 뒤에 지붕마다 맺히는
은빛 물결처럼.
그렇게 사랑해.
떠난 것들의 그림자까지도 감싸 안아
마침내 네 가슴속에서
다시 하늘이 자라나도록.


오늘의 슬픔은
너를 가라앉히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빛으로 데려가기 위해
잠시 문을 두드리는 비일 뿐이니.